[만물상] 시니어 아미(army)

김태훈 논설위원 2023. 12. 31.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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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카투사로 군 복무하던 1980년대 말, 야전 훈련에서 만난 미 육군 부대는 병사 상당수가 마흔을 넘긴 중년이었다. 너무 낯설어서 무슨 부대냐고 물었더니 “한국군과 함께 훈련받으러 온 예비군 소속”이라고 했다. 이들은 실전을 방불케 하는 모의 전투까지 아들뻘 한국군과 함께한 뒤 돌아갔다. 이런 예비군이 이라크전, 아프간전에도 파병됐다. 예비군 훈련장에서 30대 초반도 보기 드문 우리와는 딴판이었다.

▶로마 제국이 유럽을 제패할 수 있었던 비결로 강력한 상비군 제도를 꼽는다. 17세 이상 남자가 입대해 20년간 전장을 누볐다. 현역이 끝나면 5년 더 예비군으로 복무했다. 30대에 불과했던 당시 평균수명으로 볼 때, 로마 예비군은 노병(老兵) 부대였다. 이들 중 상당수가 제대 후 고향에 돌아가지 않고 식민지에 도시를 세우고 정착했다. 이런 도시를 지키는 임무도 예비군이 맡았다. 4세기 초에는 국경 경비까지 담당했을 정도로 비중이 커졌다.

▶이스라엘과 핀란드처럼 인구와 영토가 작은데도 강한 군사력을 유지하는 나라들은 잘 훈련된 예비군을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핀란드는 재작년 우크라이나전 발발 후 예비군 훈련을 담당하는 국방훈련협회에 제대 군인의 입소 신청이 빗발쳤다. 평소엔 매주 600명이던 자원 입소자가 6000명으로 폭증했다. 40대 이상도 적지 않았다. 예비군 소집 해제 연령도 높다. 이스라엘은 51세이고 콜롬비아도 50세까지 예비군 훈련을 받는다.

▶우리 어르신들이 ‘시니어 아미(seniorarmy.or.kr)’라는 민간 군사훈련 단체를 만들어 지난 11월 국방부 도움으로 첫 군사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500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데 평균 연령 63세이고 최고령은 75세다. 새해 초엔 10~20㎞를 행군하는 혹한기 훈련도 받을 계획이다. 단체 공동대표인 최영진 중앙대 교수는 “조심은 하겠지만 평소 운동을 열심히 했기 때문에 별문제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올해 우리 출산율이 0.6명대로 떨어지고 노인 인구는 1000만명을 넘어선다. 병력 자원도 부족해서 이미 50만명을 밑돈다. 최 교수는 건강하고 국가관 투철한 ‘영 시니어’(젊은 노인)를 활용하면 병력 부족 문제도 대처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현재 한국의 65세 노인은 한 세대 전 45세에 해당할 만큼 건강하다. 군사 분야에만 국한할 것도 아니다. 경험 많고 건강한 노년의 다방면에 걸친 활약 여부에 우리 미래가 걸려 있다. 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 목표를 건강도 지키고 나라도 지키는 ‘몸짱’ 시니어로 정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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