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심판 vs 巨野 견제 구도, 비주류 ‘신당’ 최대 변수… ‘與 쌍특검·野 李재판’ 사법리스크 돌파에 선거 성패 달려" [신년기획 2024 대담]

전민경 2023. 12. 31.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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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3개월 앞두고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국민의힘은 누란의 위기에서 여권을 구할 '구원투수'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워 총선 위기론의 정면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정치 경험이 사실상 전무한 한 비대위원장에게는 이준석 이탈로 인한 여권 분열 최소화, 혁신 공천, 김건희 특검 돌파, 윤 대통령의 아바타 꼬리표 떼기 여부에 따라 '난세의 영웅'이냐 '총선용 들러리'냐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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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앞둔 정치권의 과제는>
윤창현 의원 "신당·제3지대 거론, 기존 양당 향한 국민들의 경고음"
김성주 의원 "이낙연 신당 창당은 민주당·야권의 분열 야기하는 것"
신율 교수 "선거구제 여야 신경전, 유권자 눈엔 '그들만의 싸움'일뿐"
엄경영 소장 "양당 병립형 회귀는 신당 움직임 대한 견제 공통목표"
제21대 총선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단계인 지난 2020년 4월 15일 치러졌다. 당시 유권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사상 초유의 감염병 대유행 조짐이 보이던 시절이라 마스크를 쓰고 투표장에 나와 소중한 참정권을 행사했다. 사진은 당시 제주시 한라중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투표장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는 모습. 뉴시스
총선을 3개월 앞두고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국민의힘은 누란의 위기에서 여권을 구할 '구원투수'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워 총선 위기론의 정면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집권 3년차에 맞춰 정권심판론을 고리로 원내 1당 지위 사수를 정조준하고 있다. 여야 모두 리스크도 안고 있다. 정치 경험이 사실상 전무한 한 비대위원장에게는 이준석 이탈로 인한 여권 분열 최소화, 혁신 공천, 김건희 특검 돌파, 윤 대통령의 아바타 꼬리표 떼기 여부에 따라 '난세의 영웅'이냐 '총선용 들러리'냐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에서 역시 이낙연 신당 등 비명계 탈당의 압박 수위가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여도 야도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외나무 혈투전'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율 명지대학교 교수,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과 신년 지상대담을 갖고 내년 총선을 둘러싼 각종 이슈에 대해 짚어 봤다.

―22대 총선의 방향과 향후 결과를 어떻게 예측하나.

▲윤창현 의원=윤석열 정부와 여당엔 '제대로 일해 볼 공간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측면과 거대 야당엔 '입법기관으로 행정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측면 모두를 고려한 투표를 하실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양당은 누가 더 많이 민의에 혁신으로 응답할 것인가에 따라 희비(喜悲)가 달라지게 될 것이다. 국민의힘은 지도부부터 속도감 있게 혁신하고 기득권 포기에 나서야 한다는 공감을 이루고 있다. 남은 선거 기간 '국민 뜻대로' '민생부터 민생까지'를 잘 실천해 나가는 것이 선거결과를 결판 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김성주 의원=이번 총선의 의미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와 심판 선거다. 윤석열 정부가 지금 잘하고 있다는 국민들은 여러 여론조사를 다 봐도 30% 중반에 머물고 있다. 앞으로 국정운영이 나아질 거냐 물었을 때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렵다. 국민들의 이런 인식이 투표에 반영될 거라 생각한다. 결과는 솔직히 여당보다 민주당이 단 한 석이라도 많았으면 좋겠다. 윤 정부의 폭주, 국민의힘의 일방통행을 막는 힘을 국민들이 주시기를 간절히 호소드린다.

▲신율 교수=선거 구도는 국민의힘에 매우 불리할 것으로 생각한다. 집권 3년차에 치르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역대 총선 중 집권 3년차에 치르는 선거는 16대 총선이 유일했는데 당시 김대중 정권은 새천년민주당을 창당하면서까지 선거 구도를 바꾸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이런 사례를 놓고 볼 때 정권심판론을 극복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총선의 속성인 회고형 투표를 미래지향적 전망형 투표로 바꿀 수 있는 여부가 핵심이다. 이는 정권의 능력에 달린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발생한 국기 결집효과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여파 덕을 보며 치러진 21대 총선과 같이 특정 정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엄경영 소장=국민의힘이 이준석 전 대표와 갈등을 수습해 이준석·한동훈 선대위 투톱이 가동되면, 국민의힘 170석 민주당 120석 구도가 될 것이다. 강서 재보궐선거에선 민주당이 큰 격차로 이겼지만 선거환경은 여전히 국민의힘 우세다. 이번 총선을 관통하는 민심은 윤 정부 심판 대 거야(巨野) 심판 구도다. 윤 정부는 1년6개월 전 반쪽 출범했기 때문에 최소한 일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여론이 깔려있다. 반면 민주당은 이재명 구속영장 기각으로 어렵게 회생하긴 했지만 국정 발목 이미지가 중첩되어 있다. 유권자 지형도 세대별로 보면 접전 구도이지만 60대 이상의 높은 투표율을 감안하면 여당이 유리하다.

―여권의 이준석·유승민 신당과 제3지대의 금태섭·양향자 신당, 야권발 이낙연·조국·추미애 신당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 신당의 영향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윤 의원=양당에 피로감을 느끼고 계신 많은 분들이 제3지대의 거론과 가정에 기대감을 보여주시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해온 양당을 향해 국민들께서 일종의 경고음을 내고 계시는 것이다. 즉 기존 정당을 향한 피로도가 해소되는 경우 제3당에 대한 주목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구호만 있거나 혹은 특정 세력에 반(反)하여 등장한 새로운 당은 출현 사실 그 자체만으로 주목받던 초반과는 달리, 갈수록 국민의 관심을 받기 어렵다. 결국 제3당의 성패는 기존 여야 정당의 혁신 여부에 달려있다. 여야가 민의에 따라 변화하는 만큼 체계와 이념, 구체적인 정책과 추진력을 갖춘 기존 정당의 손을 다시 잡아주실 것이라 생각한다.

▲김 의원=선거 때가 되면 공천을 못 받은 사람들이 신당이라는 이름으로 모이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신당의 영향력이 얼마나 있을 것인가를 판단하려면 정당의 3가지 요소인 △이념 △인물 △지지기반을 따져보면 된다. 이런 점에서 이준석 신당은 지속가능한 정당이 아니라 가설 정당일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에서 소위 새정치를 표방한 안철수의 등장과 몰락이 한국 사회에서 제3정치가 성공할 가능성을 낮춘 하나의 사례가 됐다고 생각한다. 이낙연 신당 등 범야권 신당은 만들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는 민주당과 야권의 분열을 야기하는 것이다. 그분들이 정말 윤 정권이 이대로 가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 신당이 아닌 다른 형태로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 교수=신당을 창당할 경우 △지역 기반의 유무 △유력 대선후보의 신당 가담 여부 △두터운 팬덤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이 있는가 여부 중 최소 두 가지는 갖추어야 성공할 수 있다. 이준석 신당은 팬덤 정도를 가지고 있고, 양향자 신당의 경우는 약하지만 지역 기반을 가지고 있다. 금태섭·류호정 신당은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반대로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은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의미있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낙연 전 대표는 유력 대선후보였고 아직도 민주당의 울타리를 벗어나 야권 전체를 놓고 보면, 유력 대권주자로서의 그의 존재감이 퇴색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신당 창당 시, 강성 친문(친문재인) 세력들이 다시금 목소리를 내며 결집할 가능성이 있다.

▲엄 소장=이준석 신당이 상대적으로 돋보인다. 이준석 신당의 정체성은 비(非)윤석열 영남 신당에 가깝다. 전 연령, 전 지역에서 고른 지지를 받고 있고 2030 남성에선 상대적으로 강세다. 그러나 보수 정체성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중도·무당층 전략을 구사할 것인지 불분명하다. 창당을 마무리한다고 해도 정의당 지지율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낙연 신당은 이준석 신당의 동전 뒷면이다. 비(非)이재명 호남 신당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 호남은 민주당 또는 민주당 후보를 거의 일관되게 지지해왔다. 이재명 대표의 장악력도 커진 여건이라 이낙연 신당의 한계는 뚜렷하다. 금태섭·류호정 신당은 제3지대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정치 양극화가 심한 여건이라 강력한 대선주자도 아닌 정치인들의 3지대 성공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선거구제 개편이 이번 총선의 주요 변수로 거론되는데.

▲윤 의원=(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 과정은 민주적이지 못했다. 2020년 당시 패스트트랙으로 강행 처리, 강제 사보임 등 비민주적인 과정을 거쳐 탄생한 선거제였다. 현재 선거제 개편 논의는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이다. 일관되게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한 국민의힘과는 달리 민주당은 내부에서부터 개편 방식에 대한 입장을 정하지 못한 상황이라 선거제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야합' 소리까지 들어가며 '시대의 과제'인 것처럼 연동형 도입을 밀어붙여 놓고, 이제 와 병립형으로 회귀한다는 것은 국민들에게 민주당이 그간 '표만 보는 정치'를 했거나 혹은 당내 계파갈등에 분열을 막기 위한 '술책'으로 해석될 수 있다.

▲김 의원=민주당은 정치적 다양성을 위한 다당제를 선호한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고 현재 같은 지역구 기반의 소선거구제가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갖기에 가장 좋은 구도라고 여긴다. 그러니 타협이 안 되는 것이다. 민주당의 이상적 방향이 먹히지 않아서 현실론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상대를 관철할 방도가 없는데 계속 이상을 주장하는 것은 총선에서 제1당을 목표로 하는 민주당으로서는 대단히 어렵다. 다만 궁극적으로는 독일식 정당명부제(지역구 국회의원·비례대표의원 동시선출 방식)로 가야 한다는 것이 저의 소신이다. 다만 거기까지 가는 길이 멀기에 단계를 거쳐야 할 것이다.

▲신 교수=연동형·준연동형의 선거제도 변화는 몇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그중 한 가지는 위성정당 출현을 과연 방지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얼핏 생각하면 제도로 위성정당 출현을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데,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예를 들어 민주당을 탈당한 송영길 전 대표, 혹은 조국 전 장관이 신당을 창당할 경우 그리고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역시 신당을 창당할 경우 이런 정당들을 위성정당이라고 볼 수 있느냐 하는 논란이 생길 수 있다. 또한 과연 이런 선거제도 개혁 운운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길인가 하는 것이다. 연동형은 상당히 복잡한 제도인데 이를 두고 정치권이 줄다리기하는 것은 유권자의 눈에는 '그들만의 싸움'으로 비쳐질 뿐이다.

▲엄 소장=국민의힘은 병립형 비례제 회귀를 사실상 결정했다. 민주당은 당내 반발과 명분 때문에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비례제 휘귀로 방향을 선회한 것 같다. 거대 양당의 병립형 회귀는 신당 움직임에 대한 견제라는 공통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또 연동형을 유지하면 소수 정당에 비례의석 배분이 많아질 수 있는데 이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병립형 회귀는 정의당뿐만 아니라 이준석·이낙연 신당, 금태섭·류호정 신당의 총선 동력을 현저히 악화시킬 수 있다. 또한 어렵게 도입한 다당제 기반, 소수정당 배려, 정치 양극화 완화 움직임도 물 건너갈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쌍특검(김건희 여사 주가조작·대장동 50억 클럽), 야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으로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 정국 영향은.

▲윤 의원=민주당은 예비후보자 자격심사부터 부적격 여부를 판단한다고 하는데 이재명 대표는 이 심사를 어떻게 통과하시게 될지 궁금하다. 민주당이 지난 5월 뇌물혐의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후보자는 부적격자 기준에서 삭제했다. 이 대표 등 사법리스크가 있는 정치인의 출마자격 논란 자체를 원천봉쇄한 것이다. 민주당은 검찰 독재를 주장하지만 사실 김건희 특검이든 이 대표 조사든, 이른바 양당의 '사법리스크'로 분류되는 사건들의 검찰 조사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에서 시작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문 정부 시절, 엄혹한 상황 속에서도 김건희-도이치모터스 의혹은 샅샅이 조사됐지만 한 톨의 혐의점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민주당의 쌍특검은 절차적 민주주의에 기대어 민주주의의 근간인 법에 의한 공정한 사법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일 뿐이다.

▲김 의원=사법리스크라고 하는 건 현재 윤석열 정권이 야당을 상대로 만들어내고 있는 거다. 총선에서 승리하고 자신들의 권력을 영구히 유지하겠다고 하는 전략일 뿐이라고 본다. 이재명 대표 리스크는 충분히 이미 다 드러났고, 이미 여러 단계 거쳐서 유권자들의 인식 속에 반영이 됐다고 생각한다. 총선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 판단한다. 오히려 김건희 특검법 같은 경우는 여론조사에서 드러났듯이 국민들 70~80%가 지지하지 않나.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하기는 어려울 거다. 우리 당 리스크는 이미 충격파가 흡수가 됐다고 보는 거고 진짜 리스크는 국민의힘에서 시작될 것이다.

▲신 교수=쌍특검의 경우,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지속적으로 이슈화시켜야 총선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오히려 여권이 상설특검법을 이용해 법무장관이 먼저 특검을 제안하고 대통령이 수용하는 방식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특검은 법 통과 후에도 활동을 시작할 때까지 최소 2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면 총선의 중심에는 김건희 여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여론을 거스르는 모양새가 돼 이 역시 정권심판론을 강화시켜 줄 것이다. 반대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사법리스크는 이미 국민들이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울 것이 없을 수 있다. 다만 총선 전에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재판이나 위증교사 의혹 사건 관련 재판의 1심 판결이 나오게 되면 민주당은 상당히 어려운 지경에 빠질 수 있다.

▲엄 소장=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특검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이재명 수사·재판 등과 연계해 형평성 논란을 지속하겠다는 속셈이다. 또 특검법을 시행하게 되면 김 여사 소환 등을 총선 국면에서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김건희 특검법은 이미 여론에 다수 반영되어 있어 거부하든 수용하든 파장은 제한적이다. 이재명 수사·재판 리스크는 이번 총선은 물론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까지 지속할 수 있다. 사건에 따라서 총선 전 1심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만 길고 지루한 공방이 오갈 것이다. 그러므로 국민은 총선에서 '이재명 각종 의혹'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수 있다. 민주당이 과반을 훨씬 넘는 승리를 거둔다면 국민들은 이 대표 혐의에 대해 사실상 무죄 평가를 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반면 과반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면 유죄 취지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여야 모두 공천룰 변경에 대한 우려가 상당하다. 총선 승패의 키 역할을 할 수 있는 공천의 룰을 어떻게 변화를 줘야 한다고 보나.

▲윤 의원=공천룰을 두고 뜨거운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민주당과는 달리, 국민의힘은 공천제도를 특정 계파 혹은 후보에게 유불리를 더하는 식의 공천룰 논의는 없다. 룰의 전쟁인 선거에서 후보자가 수용하지 못하고 이 과정을 지켜보는 국민들도 납득할 수 없는 공천 시스템은 있어서는 안 된다. 국가대표 선수 선발에 힘에 의한 개입이 있다면 국제무대에서 결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다. 선거도 마찬가지다. 어떤 정당이든 열린 공천, 합리적 기준에서 마련된 객관적이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을 기대한다.

▲김 의원=민주당은 당헌당규에 공천 규칙을 1년 전에 확정하게 돼 있다. 그래서 이번 총선을 앞둔 공천 규칙도 이미 다 마련돼 있고 변동 불가다. 당원성 중시, 경쟁을 통한 결정, 민주적인 합의 등이 민주당 정당문화로 자리잡혀 있어 시스템에 의한 공천이 이뤄질 거라 말씀드린다. 반면 국민의힘은 점입가경의 일이 생기며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과거에 당대표의 '옥새 파동'이 일어났듯이 공천학살 등의 사건이 기본적으로 반복된 정당이다. 권력을 잡은 쪽이 상대를 제거하는 것에 익숙한 문화인 것이다.

▲신 교수=현재 민주당은 공천룰이 친명 정치인들에게 유리하다는 주장이 비명계로부터 나오고 있고, 국민의힘은 이른바 윤심 작용 논란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즉 기존의 친윤들을 험지로 몰거나 불출마시키는 대신 '신(新)친윤'들을 공천하려 한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공천룰에서 여론조사 반영비율을 대폭 늘리는 조치가 필요한데, 문제는 과연 양당의 지도부가 이런 식의 결단을 할 것인가가 의문이라는 점이다. 즉 지도부의 이익을 포기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아 현재의 공천룰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엄 소장=국민의힘과 민주당은 현역 의원 하위권에 대한 감점을 도입했거나 도입을 추진할 예정이다. 다선 중진이나 평가가 좋지 않은 현역 의원들에게 감점을 줘서 물갈이를 촉진하겠다는 의도다. 통상 현역 물갈이 폭은 50%를 상회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물갈이 폭이 커질 수 있다. 문제는 얼마나 공정하게 평가가 이루어지는지다. 즉 당내 경선에 나서는 이들이 선뜻 납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각각 윤 대통령 쪽 인사들과 이 대표 쪽 인사들을 대거 공천해야 하는 필요성이 있다. 이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게 진행되면 당내 경선은 물론 본선에서도 큰 악재가 될 수 있다.

―연말 정기국회에서 여야가 추진해야 할 정책 법안은 무엇인가.

▲윤 의원=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2년 유예 법안이 국회 계류 중이다. 법을 집행·적용·해석해야 하는 각각의 측이 아직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50인 미만 중소업체에 대한 '일단 적용'은 무리다. 자본시장 건전성 확대와 경기 하락으로 식어버린 투자 열기 회복을 위한 입법안들도 산적하다. 금융투자업계와 벤처업계의 숙원으로 꼽히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야당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라덕연 주가조작 사태 재발방지를 목적으로 본 의원이 대표발의한 불공정거래 행위자 처벌 강화 내용의 자본시장법과 과도한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의 외부출자·해외투자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추진되어야 한다.

▲김 의원=여당은 사람의 욕망을 자극하는 정책들을 내고 있다. 메가시티, 공매도 금지 등 집값에 대한 욕망, 주식투자를 통한 이익 실현에 대한 욕망 등을 자극한다. 선거 득표전략으로 한번 써먹고 버리게 될 정책들이다. 여당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은 민주당이 찬성했을 때 밀어붙였어야 했다. 지금 의사단체의 눈치를 보면서 추진 못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반면 민주당은 욕망이 아니라 대중의 요구에 입각해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민주당의 총선 공약은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 '온동네 초등 돌봄' 등으로, 국민의 요구가 반영돼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총선 후에도 추진해 실현시킬 정책들이다. 저의 야심작이기도 한 횡재세도 정부가 취지에 동의했기 때문에 반대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신 교수=가장 중요한 것은 민생 관련 혁신 경쟁보다 지금과 같은 경제 난국에서 어느 쪽이 먼저 국회에 횡행하고 있는 의원들의 기득권과 특권을 제도적으로 포기하는 모습을 보일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우리나라 의원들의 세비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22대 국회에서는 월급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제도적으로 추진한다든지, 아니면 현재의 의원 보좌진을 국회 사무처 소속으로 돌린다든지 하는 국회의원 특권 포기 개혁을 누가 먼저 보여주는가가 총선에서의 승패를 가를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이라는 말이다.

▲엄 소장=국민의힘은 서울 인접 도시의 서울 편입 법안들을 추진 중이지만, 국민적 반대가 높고 절차가 복잡하다. 또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총선용 법안 발의'에 그칠 공산이 크다. 의대 정원 확대는 의료계가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의료계 관련 분야가 국민의힘 지지기반과 겹치는 경우도 많아 총선 전에 입법 진도가 나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민주당은 청년 정책, 서민 지원책 등 복지 분야에서 한발 앞서 있다. 또 최근 이재명 대표가 도입을 주장한 주 4.5일제는 윤 정부의 주 52시간 개편에 맞대응 성격도 있다. 다만 주 4.5일제 도입 시 임금 삭감 여부는 해결이 쉽지 않은 쟁점으로 남아 있다. 서둘러 시행하기보다는 국민적 공감대 마련이 우선으로 보인다.

―여야 협치가 실종됐다는 의견이 많다. 책임론을 떠나 민생 안정을 위한 협치와 국회와 대통령과의 관계설정, 여야는 각각 어떻게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고 보나.

▲윤 의원=협치의 기본은 대화와 타협이다. 타협하지 않고 의석수와 표결행위로 '자당의 필요에 따른 법안'만 밀어붙이는 한 협치의 공간은 없어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반헌법적인 탄핵 협박을 일삼아 왔다. 거기다 현재 정상적으로 수사 중인 사건이거나 수사가 종결된 사건까지 굳이 가져와 특검을 운운한다. 또 사회적 합의가 부족해 정부·여당이 모두 반대하는 입법을 강행하는 등 협치의 여건을 녹록지 않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매년 의회를 찾아 시정연설을 하고 야당 의원 한 분 한 분 악수를 청하는 과정과 여당보다 야당이 더 많은 국회 상임위원장들의 쓴소리를 스스로 청한 모습은 협치와 의회 존중의 노력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다.

▲김 의원=저도 19대 국회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야당을 경험했다. 앞에서는 싸웠지만 물밑대화와 협상을 계속했고 이를 통해 타협하고 합의한 사례가 많았다. 그런데 지금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물밑대화가 사라졌다. 뒤에서 안 만나니 진전이 없는 거다. 야당은 국민 목소리를 대변하며 불만을 표시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여당이 야당의 말을 들어줘야 국회에서 국민의 불만이 해소되는데, 정쟁·발목잡기라며 외면하면 갈등만 커지는 거다. 여당은 아무리 용산에서 쪼아대도 여당의 역할을 해야 한다. 야당이 사회적 토론 끝에 법안을 통과시켜 봐야 단칼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 야당이 무슨 힘이 있나, 야당이 센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센 거다. 여당은 의석타령을 그만하고 야당의 합리적인 주장을 받아들여야 한다.

▲신 교수=협치가 실종된 것이 아니라, 정치가 실종된 거다. 그런데 여기에 대한 책임은 민주당이 훨씬 크다. 압도적인 의석을 바탕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법안들은 단독 처리를 했기 때문인데, 단독 처리라는 것은 상대를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음을 의미함과 동시에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와 민주주의의 구현 수단을 혼동하게 만들었다. 물론 여권의 책임도 있다. 아무리 이재명 대표가 사법리스크를 가지고 있는 피의자라고 하더라도 피의자로서의 이 대표가 아닌 제1야당 대표로서의 이 대표는 인정하고 대화하도록 노력했어야 한다. 감정을 배제하고 이성에 입각한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행정 권력을 가진 대통령부터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엄 소장=22대 국회에선 협치 공간이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가 살아있다. 총선 이후엔 차기 대선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여야 정치인들의 공간이 커질 수 있다. 윤 대통령도 임기 3년차로 접어들면서 실질적인 성과가 필요하기 때문에 여야 협치 노력이 배가될 것으로 보인다. 개헌 논의도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 협치가 잘 안 되는 이유로 승자 독식의 거대 양당제도, 제왕적 대통령제를 들 수 있다. 이를 해결하면 권력구조를 개편하는 개헌, 연합정부 또는 연립내각이 가능한 선거법 개정 등이 필요하다. 이번 총선에서 각 당이 개헌을 공약하고 승리한 정당의 안 중심으로 선거 직후 개헌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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