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 이틀 전에도 병력 서안으로 빼…속속 드러나는 이스라엘군 무능
“하마스, 대규모 침공엔 무관심”
내각 정보기관, 직전까지 오판
강력 보복 외치며 펼친 지상전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만 키워
지난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당시 이스라엘군의 무능했던 행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약 2년간 철저히 준비된 도발을 전혀 예상하지 못함은 물론 대응 과정에서 정보 전달과 병력 이동 등 모든 부분에서 총체적 난국이었다는 주장이 30일(현지시간) 제기됐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 내각 주요 인사들은 책임을 지기는커녕 ‘하마스 절멸’을 외치며 애꿎은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이스라엘 정부 내부 문서와 전현직 이스라엘군 고위 관계자 증언, 하마스 대원들이 공격 당시 착용했던 카메라,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이스라엘은 대규모 하마스 침공에 대비하기 위한 계획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며 “중동에서 가장 발전된 군대를 보유했다는 이스라엘이 국민의 생명 보호라는 임무를 수행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우선 NYT는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기습을 예상하지 못했고, 만일의 사태에 대응할 시스템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군의 헐거운 대응엔 정보기관의 오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NYT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하마스가 대규모 침공엔 관심이 없고 능력도 없다”는 보고서를 여러 차례 내각에 전달했다. 일부에서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을 때도 내각과 군은 낙관적인 견해를 고수했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돌이켜보면 그 결정은 오만함의 결정체였다”며 “이스라엘 정보 관리들은 심지어 하마스 무선 통신에 대한 도청을 줄여 비용을 절약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네타냐후 총리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야코프 아미드로르는 “내가 기억하는 한 하마스 도발에 대한 계획은 없었다”고 밝혔다.
하마스 기습 이후 이스라엘군 대응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스라엘 내각은 하마스 공격 당시 민간 경비대에 첫 번째 방어선 역할을 하도록 지시했지만 대원들은 누가 작전 책임자인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등 정보를 숙지하지 못했다.
정규군도 우왕좌왕하긴 마찬가지였다. 먼저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기습 이틀 전 100명이 넘는 특공대 2개 중대를 요르단강 서안지구 경계로 옮겼는데, NYT는 “이는 하마스 공격이 없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반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이스라엘군은 기습을 받고 “하마스가 기껏해야 몇군데에서만 이스라엘 국경 장벽을 뚫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정보를 전파했지만 실제로는 30곳 이상에서 그대로 돌파당했다.
이스라엘 내각과 군이 뒤늦게 강력한 보복을 선언하며 대규모 지상 작전을 진행했지만, 10월7일 확인된 무능함을 덮기 위한 행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사이 무고한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는 급증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사망한 가자지구 민간인은 총 2만1672명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주 각료회의에서 전후 가자지구 처리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전후 가자지구 처리 문제에 소극적이던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 정부의 압박 등에 태도가 다소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하마스를 뿌리 뽑고 인질들을 데려오는 목표를 모두 달성할 때까지 싸움을 계속하겠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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