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공습’ 다음날 ‘피의 복수’…우크라, 러 본토 때렸다
‘탄약 부족’ 우크라, 서방 지원 축소 땐 ‘최악 시나리오’ 우려
새해를 앞두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에 개전 이후 최대 규모 공습을 퍼붓자 우크라이나는 자국 국경과 접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며 반격해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장기화되고 있는 전쟁에 대한 피로감, 막대한 전쟁 비용 등의 문제에도 오는 2월 개전 2주년을 앞두고 양측은 공격의 강도를 끌어올리며 확전 의사를 꺾지 않고 있다. 다만 전쟁이 소모전으로 흐를 경우 서방의 지원이 줄어들면서 탄약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30일(현지시간) 러시아 비상사태부에 따르면 이날 낮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서부 국경도시 벨고로드에서 어린이 3명을 포함해 21명이 숨지고 110명이 다쳤다.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30㎞ 떨어진 벨고로드는 개전 이후 여러 차례 우크라이나군의 포격과 드론 공격을 받아왔으나 이날 발생한 피해는 단일 공격으로 최대 규모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이 벨고로드 공격에 사용금지 협약이 체결된 집속탄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집속탄이 민간인 지역을 타격해 사상자가 발생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집속탄은 모폭탄을 투하하면 공중에서 수백개의 새끼 폭탄이 사방으로 흩어져 광범위한 지역에 피해를 일으키는 무차별 살상무기다. 특히 불발탄 비율이 높아 새끼 폭탄 중 상당수가 지뢰처럼 불발탄으로 남아 있다가 수년 뒤 터져 민간인 피해를 초래하는 것으로 악명 높다. 이 때문에 2008년 집속탄의 사용 및 제조, 보유, 이전을 금지하는 국제협약인 ‘집속탄금지협약’이 체결됐다. 그러나 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미국은 지난 7월 우크라이나의 극심한 탄약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방책이라면서 집속탄을 지원해 국제사회의 반발을 샀다. 다만 미국의 지원 이전에도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 양측 모두 이번 전쟁에서 집속탄을 사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요구에 따라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긴급 회의에서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가 민간 목표물에 대해 고의적이고 무차별적인 공격을 단행했다”고 주장한 반면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우크라이나의 동맹국들은 러시아가 전쟁을 초래했고 우크라이나는 국제법에 따라 스스로를 방어하고 있다고 맞섰다.
이날 공격은 전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역에 개전 이후 최대 규모 공습을 벌인 이후 이뤄졌다. 러시아군은 지난 29일 미사일 122기와 드론 36대를 동원해 수도 키이우와 하르키우, 오데사, 드니프로 등 120개 이상 도시와 마을을 공격했다. 이 공격으로 최소 41명이 사망하고 159명이 다쳤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 대규모 공습에 나선 의도가 석달 앞으로 다가온 러시아 대선을 염두에 둔 작전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야간 연설에서 러시아를 규탄하며 “우리는 전쟁이 시작된 곳, 러시아로 전쟁을 되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반격을 예고했다. 그러나 탄약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충분한 지원을 얻지 못할 경우 반격은커녕 더 많은 영토를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겨울 악천후로 인해 향후 수개월간 전선이 정체되고 소모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물량전에 맞설 능력이 있는지 전문가들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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