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제야의 인파’…“새해도 이처럼 활기 찼으면”

윤기은·이유진 기자 2023. 12. 3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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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마스크 해제 후 맞이하는 ‘송년 표정’
청해부대원 “2024년 힘내세요” 청해부대원들이 31일 함정 갑판 위에서 새해를 알리는 숫자 ‘2024’ 모양을 만들어 국민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해외파병부대 장병들이 새해를 맞아 대국민 응원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북적북적 명동, 시민이 즉흥 피아노 연주 “스트레스 날려요”
한밤 종로 모처럼 생기…고물가에 파티보다 ‘조촐한 연말’

지난 12월31일 오전 11시45분,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피아노 선율이 울려 퍼졌다. 장갑을 낀 행인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촬영했다. 서울문화재단이 명동예술극장 앞 길거리에 설치한 피아노에서 약 5분간 재즈 즉흥 연주를 한 허승원씨(24)가 손을 감싸쥐며 말했다. “스트레스 해소도 됐고요, 길거리에서도 즉흥연주를 자유롭게 들을 수 있다는 걸 시민들께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인근 공연장에서 스태프로 일한다는 허씨는 “새해에는 더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었으면 좋겠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 상당수 시민들은 쇼핑, 외식, 영화 관람 등을 하며 2023년의 마지막 날을 보냈다. 코로나19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고 처음 맞은 연말에 가족이나 연인과 서울 일대 나들이에 나선 이들도 보였다. 이날 명동은 손을 잡고 길을 거니는 연인이나 가족들로 붐볐다.

“엄마 손 잡아야지.” 오전 11시30분쯤, 송하나씨(36)는 명동 인공 조명꽃밭 앞에서 두 살배기 아들의 손을 꼭 붙들었다. 경기 용인시에서 버스를 타고 왔다는 송씨는 “복잡한 곳을 싫어해서 이전에는 거의 집에 있었다. 아이한테 이것저것 보여주려고 밖에 나왔다”며 “즐거운 마음으로 명동 주변을 모두 돌아보고 갈 계획”이라고 했다.

시민들은 저마다 새해 소망을 기원했다. 명동성당 성모 마리아상 앞에서 두 손 모아 기도한 박모씨(71)는 “ ‘내년에도 가족이 건강했으면’ 하고 기도를 올렸다”며 “이따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을 계획”이라고 했다. 엄마, 누나와 쇼핑몰 앞을 지나가던 손민재군(16)은 “길을 돌아다니니 올해가 다 갔다는 게 이제야 체감된다”며 “올해에는 성적이 별로였는데 내년엔 좀 올랐으면 좋겠다”고 했다.

추운 날씨 탓에 실내 시설을 찾은 이들도 있었다. 이날 오후 1시쯤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만난 배원형씨는 박물관 팸플릿을 읽고 있었다. 남편과 함께 온 배씨는 “날씨도 춥고 역사 공부를 좋아해 이곳에 왔다”면서 “코로나 대유행 때는 집에서 맛있는 거 해먹으며 연말을 보냈다.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밖에 나와 지내는 한 해의 마지막 날”이라고 했다.

고물가 영향으로 연말을 ‘집콕족’으로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성인 남녀(만 19~59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 연말 분위기 및 연말 계획 관련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0.8%(중복응답 가능)는 ‘집에서 휴식할 계획’이라고 했다.

최모씨(32)는 지인 두 명과 ‘포틀럭 파티’(각자 음식을 싸와서 나눠먹는 파티)를 하며 연말을 보내겠다고 했다. 최씨는 “나가면 다 돈”이라며 “올 한 해 동안 경기가 안 좋으니 회사 분위기가 전 같지 않았고, 금리도 올라서 이자로 나간 돈도 많았다”고 했다. 혼자 사는 직장인 유병수씨(33)도 “이웃주민을 집으로 초대해 시장에서 포장해온 음식을 먹을 것”이라며 “경제도 어렵고 외롭고 쓸쓸한 한 해였다”고 했다.

연례 행사인 보신각 ‘제야의 종’ 타종식도 이날 밤 열렸다. 서울시와 경찰은 행사에 앞서 보신각과 세종대로 일대에 지난해보다 약 2배 많은 10만명가량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하고 인파관리에 나섰다. 경찰은 서울 종로·남대문 경찰서 경찰관 450명과 경찰관 기동대 34개 부대 등 총 2490여명을 투입했다.

윤기은·이유진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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