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설] 국운이 용솟음치는 갑진년 새해를 기원하며
감염병과 전쟁의 고통은 아직 상존
경제난 극복에 정부, 국민 힘 모으고
윤 정부 3년 차, 개혁 고삐 더욱 죄며
22대 총선의 해, 바른 정치인 뽑아야
갑진년(甲辰年) 새해 새 아침, 붉은 태양이 동해 바다에 솟구쳐 올랐다. 새해는 용의 해, 그중에서도 60년 만에 찾아오는 청룡의 해다. 푸른색을 띤 상상의 용인 청룡은 나라와 가정을 지키는 수호신이며 풍요와 행복을 상징한다. 서조(瑞兆), 즉 상서로운 조짐을 품고 있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국운이 용솟음쳐 세계 최강국 반열에 오르고, 기업은 사업이 술술 풀리며, 가정에는 사랑과 기쁨이 넘치는 한 해가 되기를 간절하게 기원한다.
바이러스 창궐과 힘을 앞세운 전쟁으로 지난 4년은 전 세계인에게 고통과 질곡의 시간이었다. 고난의 칼바람은 피나는 노력으로 일궈놓은 우리 경제를 뿌리까지 뒤흔들며 위협했다. 전례가 드문 복합위기를 우리 국민들은 이번에도 강인한 정신력으로 견뎌내고 밝은 햇살 아래에서 재도약을 굳세게 다짐하며 새해를 맞고 있다.
하지만 나라 안을 보나 밖을 보나 경제상황은 완전히 풀리지 않았고, 여전히 숨이 턱턱 막힌다. 감염병과 전쟁의 검은 그림자는 걷히는 듯하다가도 더욱 짙게 드리운다. 가진 자원이라고는 사람밖에 없어 수출로 먹고사는 작은 나라 한국에 이보다 더 나쁜 환경은 없다. 그래도 2023년 무역수지는 다섯 달만 적자를 내고 일곱 달은 흑자를 냈다고 하니 무역의 최전선에서 뛰는 우리 기업인들에게 아낌 없는 칭찬과 박수를 보낸다.
그나저나 치솟는 물가에 우리의 살림살이는 고달프다.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이 허튼 말이 아니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선뜻 열지 않으니 기업까지 어려워진다. 투자가 후순위로 밀리거나 축소된다. 악순환의 굴레가 경제를 짓누른다. 불황의 너울은 부동산 시장을 덮쳐 건설사들은 절체절명의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언제 호전될지 모르는 악조건 속에서 윤석열 정부는 집권 3년 차를 맞이했다. 전임 정부 탓을 할 시기도 지났고, 이제는 윤석열표 정책을 본궤도에 올려놓아 결실을 거둬들여야 할 시점이다. 연금, 노동, 교육이라는 3대 개혁의 고삐는 어떤 어려움과 반발이 따르더라도 더욱 강하게 잡아당겨야 한다. 연금개혁은 새해가 마지막 기회다. 국회와 정부의 밑그림은 대략 그려져 있지만, 국민적 합의를 구해 완결해야 하는 지난한 과정이 남아 있다.
노동개혁은 지난해 어느 정도 성과를 봤지만, 근로시간 유연화 등 가야 할 길이 아직도 산 넘어 산이다. 교육개혁의 과제도 막중하다. 교육 카르텔 타파 등 일부의 개혁작업이 이뤄졌지만 문제가 산적한 교육 전체로 볼 때는 완수된 것은 빙산의 일각뿐이다.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새해에 성과를 내야 할 부분들은 더 있다. 중요한 한 가지가 후진국적 행태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정치개혁이다. 민생은 안중에도 없이 아귀다툼을 벌여온 여야에게서 관용과 용서, 화해는 여전히 난망이다. 올해는 22대 국회의원 총선이 있는 해다. 개혁을 바라기보다 온갖 정치적 악습들을 이번 선거부터 몰아내고 정정당당한 승부를 겨뤄주기를 당부할 뿐이다.
여당과 야당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쇄신을 외치고 있지만, 목표는 집권과 다수당 유지라는 각자의 이익일 따름이다. 그래도 국민은 제발 당리당략, 이기주의에서 한발이라도 멀리 서서 피폐한 국민의 삶을 바라봐 주기를 소원처럼 빈다. 새 국회가 구성되면 의원 특권 내려놓기, 정쟁 중단과 민생 돌보기 등 본질적 개혁을 모색하기를 국민들은 주문한다.
바른 정치는 좋은 정치인을 뽑는 데서 시작된다. 그런 점에서 22대 총선은 진정으로 국민과 국가를 위해 일하는 새로운 일꾼을 골라내야 한다. 그 책임은 전적으로 유권자인 국민에게 있다.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이지 말고 이념과 지연을 잠시라도 내려놓고는 눈을 부릅뜨고서 참신하고 유능한 인물을 국회로 보내야 한다. 그들이 다음 4년 동안 우리의 운명을 이끌어 갈 우리의 대리인임을 잊지 말자.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야당도 문제이지만 강경 일변도의 대결은 국가적 피해로 귀결될 것이다. 포용을 가미한 강온 양면의 정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시간은 참 짧다. 선거가 있는 새해는 선거 바람에 휩쓸리다 보면 더욱더 쏜살같이 시간이 흘러갈 것이다. 정부나 국민이나 촌음을 귀하게 여기며 경제회복과 나라 발전을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1분 1초도 허투루 쓸 시간이 없다. 경제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고민은 끊임이 없어야 하고 성과를 낼 만한 정책들을 적재, 적소, 적기에 구사해야 할 것이다.
정부 혼자만의 힘으로 달성하기는 어렵겠지만, 규제개혁의 엔진을 꺼뜨려서는 안 된다. 기업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아픈 곳을 치유해 주는 것이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지름길이며 최우선의 길이다. 경제를 이끌어 가는 것은 결국 기업이다.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주는 것은 어느 정부에서나 첫손가락에 꼽을 의무이자 책임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후퇴냐, 전진이냐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중화학공업과 반도체, 전자산업에서 세계를 선도하며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지만 장시간 주춤거리고 있다. 세계 각국은 국가의 운명을 걸고 반도체와 인공지능 등 4차산업에서 우위를 점하려 전쟁보다 더한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작금은 미래를 결정 지을 산업의 대전환기다. 아무리 잘해왔어도 퇴보는 한순간의 잘못으로 결정된다. 미래의 신성장산업 발굴과 지원은 정부와 기업의 공동과제다. 민관이 동체가 되어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미지의 세계로 뚫고 나아가야 한다.
정부가 할 일은 그만큼 많다. 그 와중에 북핵의 위협은 하늘을 찌른다. 새해는 북한이 또 한번 핵실험을 강행하는 해가 될지 모른다. 우리로서는 우방국들과의 공고한 협력으로 맞서는 도리밖에 없다. 미중 암투의 격화는 우리의 처신을 더 어렵게 할 것이다. 그 사이에 낀 난처한 상황도 슬기로운 외교술로 대처할 줄 알아야 한다.
중대하고도 빼놓을 수 없는 숙제가 저출산 문제의 혜안 찾기다. 대한민국 사회의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문제의 소산이 세계 1위 저출산이겠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장기적 전략부터 단기적 처방까지 다시 한번 해결방안을 가다듬어 제시하는 것 또한 무엇보다 우선시해야 할 당면과업임을 망각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작은 개울이 모여 큰 하천이 되듯이 사소한 부분부터 개선하고 발전시키려 애를 쓰면 결과는 매우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성과라도 내려고 힘쓰면 그 성과는 합이 아니라 곱이 될 수 있다.
식상할지 모르나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은 언제나 진리다. 자주 아픈 사람이 면역력이 강화돼 오래 산다고 한다. 지금의 고난을 고난이라고만 생각하지 말자. 고통이 큰 만큼 기쁨도 크고 세상을 헤쳐나갈 힘은 강력해진다. 이제 조금만 더 나아가면 잠시 움츠렸다가 높이 뛰는 개구리처럼 재도약하는 대한민국을 우리가 다시 만들 수 있다. 운외창천(雲外蒼天), 어두운 구름에서 벗어나 푸른 하늘을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새해에도 즐거운 마음으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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