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의 정책진단] 연금 포퓰리즘에 맞선 연금개혁방안
새 개인별 계정을 만들어
낸 만큼 받는 방안에 주목
1988년 국민연금제도 도입 당시 조금 내고 많이 받게 해준다면서 사실상 연금 포퓰리즘은 시작되었다. 보험료로 낸 것에 비해 연금으로 받는 것이 두 배가 넘게 설계되었다. 국민연금은 시작에서부터 개혁해야 파산을 막을 수 있는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셈이다.
사실 연금은 파산이 있을 수 없다. 적자가 누적되어 쌓아둔 기금이 고갈되면서 미래세대에 못 줄 상황이 생기더라도 안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고갈되는 미래 시점의 젊은 세대에게 보험료 아니면 세금을 왕창 거두면서 은퇴한 노인들 연금을 줘야 한다. 지금대로면 2055년에 기금이 고갈될 것이고, 그때 연금을 지급하려면 보험료를 현재 9%에서 26%로 올려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1998년 법 개정을 통해 국민연금제도의 '재정계산제도'를 도입했다. 5년마다 국민연금의 장기 재정전망을 해서 보험료를 올리거나 연금을 줄이는 방안을 만들도록 하였다. 그래서 불충분하지만 5년마다 재정계산 결과에 따라 조금씩 제도를 개선하는 노력을 하긴 했다. 9% 보험료, 70% 급여율 그리고 60세 연금개시연령으로 시작한 우리 국민연금제도를 급여율을 40%로 낮추고 연금개시연령을 65세로 올리는 등의 조정을 해왔다.
그런데 지난 2018년은 법을 어기고 건너뛰었다. 문재인 정부는 재정계산위원회 안을 갖고서도 이를 덮어버렸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직후 다시 시작된 재정계산 작업에 기대했었다. 그런데 재정계산 결과를 기초로 몇 가지 안이 만들어지긴 했지만, 안타깝게도 정부도 국회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를 추진할 의욕이 없어 보인다.
사실 이제는 5년에 한 번씩 재정계산을 통해 제도를 개선하는 시도가 어렵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재정계산 때마다 포퓰리즘에 시달리면서 제대로 못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른바 연금제도의 '자동안정화장치'를 통해 기대수명이나 경제성장률 변동에 따라 연금급여를 자동 조절하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도 있다. 나아가 보험료를 올리고 연금 급여를 깎는 식의 개선안, 이른바 모수개혁안에서 벗어나는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 즉 구조개혁으로 국민연금의 틀 자체를 바꾸자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개혁안으로 처음 제시된 것이 1996년 국민연금 개선위원회가 채택한 '이원화안'이었다. 국민연금을 기초부분과 소득비례부분으로 분리하여 기초부분은 재분배기능을 갖게 하고, 소득비례부분은 낸 만큼 받는 식이었다. 당시 이원화안은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2014년 기초연금이 도입되어 국민연금의 가입기간과 연계하는 식이 되면서 이 안의 기본정신이 조금은 살아났다.
전 세계적으로는 이제 연금제도의 구조개혁이 대세가 되었다. 고령화에 대비해서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이 구조개혁을 시도해서 성공하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도 구조개혁안을 하루빨리 만들어 그동안 개혁을 미루면서 쌓인 연금의 미적립부채에 대한 고통을 분담하면서 연금제도를 지속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구조개혁의 한 가지 유력한 대안으로, 앞으로 불가피하게 인상되어야 하는 보험료분에 대해서는 새로운 개인별 계정을 만들어서 낸 만큼 받도록 하고 그만큼 기존의 국민연금을 줄여가는 방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구조개혁안의 성공에는 학계와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학자들은 더 이상 진영과 정치세력으로 갈려서 포퓰리즘에 동조하거나 방관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언론은 어려운 연금개혁을 알리는 데 소홀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번 총선 이슈로 연금개혁을 외치는 후보와 정당이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그래야 지금 20~30대가 연금을 안정적으로 받고, 미래의 20~30대가 보험료와 세금 폭탄을 맞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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