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想과 세상] 사람값
‘집값’이 아닌 ‘집’이 소중한 사람이 되게 하소서
‘학벌’이 아닌 ‘상식’이 소중한 사람이 되게 하소서
드높은 ‘명예’보다 드러나지 않는 ‘평범’을 귀히 여기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소수의 풍요’보다 ‘다수의 행복’을 우선하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독점과 지배’보다 ‘공유와 사랑’이 필요한 사람이 되게 하소서
‘사람’만이 최고라는 생각을 버리고 살아있는 모든 것 앞에 경배하는 새로운 인간종이 되게 하소서
송경동(1967~)
오늘은 새로운 달력을 넘기며 내일의 결심을 적는 새해 첫날. 각자의 달력은 봄부터 겨울까지 걸어갈 발자국들로 점점 빼곡해질 것이다. 우리는 새해가 되면 사람답게 살아보자고 늘 마음을 다잡곤 한다.
시인에게 ‘사람’답게 사는 일이란 고통과 비참 곁에 함께 서 있는 것이다. 시인은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은 사람들, 허공을 딛고 굴뚝 위로 올라간 사람들, 스스로를 좁은 철창에 가두고 ‘함께 살자’고 호소하는 사람들, 빛이 다 빠져나가고 검은 빚만 남은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절망을 받아쓴다. ‘집값’, ‘학벌’, ‘독점과 지배’보다는 ‘상식’, ‘다수의 행복’, ‘공유와 사랑’을 귀히 여기는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사람만이 최고라는 생각”의 울타리를 벗어나 생명이 있는 모든 것과 순한 눈빛을 나눌 “새로운 인간종”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듯 시를 쓴다.
우리에게는 매일매일의 악천후 속에서도 내일이라는 빈칸을 채워나갈 첫날들이 있다. 그 첫날들이 혼돈의 바람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단단해지기를!
이설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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