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인권과 공존 위한 이민정책
새해가 시작했다. 2024년 첫 해맞이에 작은 소망을 담아본다.
올해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인구집단을 하나 꼽으라면 단연코 이주배경주민(이주민)이다. 우선 역대 가장 많은 이주민이 한국 사회에 체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직전 체류 외국인 숫자는 252만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코로나 이후 200만명 수준으로 급감했다가 2023년 11월 230만명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했다.
게다가 올해 법무부, 고용노동부, 교육부 등 정부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앞다퉈 ‘역대 최대’ 규모 이주민을 유치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의 저출생과 급격하게 증가하는 노령인구, 이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와 지역소멸 등 우리 사회 만성적 사회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대안으로 이주배경인구 증가가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과거와 접근 방법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 단기체류만 가능한 순환 형태 노동이민을 늘려왔다면 이제는 장기거주가 가능한 이주민을 중심으로 지역사회에 정착시키기 위한 정책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 체류하는 이주민은 여전히 최소한의 인구 규모에 따른 대표성도 인정받지 못하고, 차별과 배제의 사회적 지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책과 현실의 괴리도 심각하다. 작년 교육부는 이른바 ‘스터디 코리아(Study Korea 300K Project)’ 프로젝트로 유학생 30만명 유치를 통한 세계 10대 유학강국 도약이라는 아름다운 정책을 선언했지만 체류 유학생에 대한 실질적인 생활 지원정책은 부재하다. 결국, 모든 책임을 일선 대학에 맡기다보니 얼마 전 한신대학교 외국인 유학생 강제출국 사례처럼 학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사람을 속여 강제로 내쫓는 비인간적 현실이 공존한다. 노동부는 외국인력정책위원회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16만5000명까지 외국인력 규모를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현장에서 노동자와 사업장을 연계하며 분투하던 전국 44개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는 예산 미편성으로 사실상 전부 문을 닫았다. 법무부는 국가백년대계 운운하며 ‘출입국·이민관리청’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외국인에 대한 인도주의나 다양한 문화 유입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의 현실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다는, 어디 꺼내놓기 민망한 발언을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인구소멸지역으로 분류된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에 거주할 외국인 주민에게는 가족을 동반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영주권을 부여하겠다며 유치경쟁을 하고 있지만, 정작 법과 조례에서는 ‘외국인 주민’에 대한 정확한 규정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다들 외국인력 ‘유입’에만 열을 올리고, 그렇게 들어온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는 외면한다.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배제의 현실을 바꾸지 않고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부모가 원하는 얼굴과 성격대로 아이를 태어나게 할 수 없는 것처럼, 공동체에 함께 살아갈 사람을 ‘국가’가 원하는 대로만 골라 데리고 와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이다. 이민정책 역사가 오래된 나라일수록 이민정책은 관리와 국익이 아닌 인권과 공존의 가치를 강조한다. 이민정책은 물건이 아니라 ‘사람이 오는 일’이기 때문이다. 새해에는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변화된 이민정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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