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플랫폼의 효율성과 독점의 유혹 사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핵심 원리 중 하나는 경쟁을 통해 혁신을 촉진하고 더 나은 서비스와 제품을 합리적 가격에 제공해 소비자의 다양한 선택을 보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독점적 지위를 가진 기업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경쟁을 임의로 제한하면 소비자의 선택권은 축소되고, 시장 참여자는 공정한 경쟁을 보장받지 못해 결과적으로 독점적 지위의 기업을 제외하고 시장에 참가하는 모두의 편익이 감소하는 폐해가 발생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자사 가맹 택시에 호출을 몰아준 행위는 비가맹 택시의 시장 접근을 임의로 통제해 소비자의 선택 다양성을 침해한 사례다. 카카오의 콜 몰아주기 행위가 가져온 구체적 불이익은 다음과 같다. 비가맹 택시는 호출한 승객과 가깝게 위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콜을 받지 못해 승객을 태우지 못했다. 택시를 호출한 승객은 멀리 떨어진 가맹 택시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불편함이 발생한다. 택시 호출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한 카카오모빌리티는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택시 시장의 공정한 경쟁에 부당하게 개입, 비가맹 택시와 소비자 모두에게 피해를 주었다. 아울러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 택시가 내는 수수료가 높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가맹 택시는 승객의 호출을 더 받기는 했지만, 높은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이 역시 카카오모빌리티가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높은 수수료를 부당하게 챙긴 행위로 볼 수 있다. 결국 가맹 택시가 더 많은 콜을 받고 승객을 태우기는 했지만 높은 수수료를 카카오 측에 떼이고 있으므로 가맹 택시 또한 손해를 입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가 불공정한 경쟁이며 이런 행위로 소비자의 편익이 침해당했다고 판단해 지난 6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71억원을 부과했다. 카카오 측은 즉각 공정위의 시정명령 집행정지 소송을 서울고법에 제기했고 지난 8월 법원은 시정명령의 효력을 정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가맹 택시에 유리하게 설계된 배차 알고리즘 수정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보장받지 못하면 서비스 질 저하, 가격 인상, 혁신 둔화 등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위험이 있다. 승객이 근처에 있는 비가맹 택시를 이용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기다린다면 택시 서비스의 질 저하이다. 가맹 택시를 부를 때 호출료를 추가로 부담한다면 이는 같은 서비스에 대한 가격 인상이다.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 장기적으로 시장 전체의 효율성이 떨어져 자본주의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시장의 공정한 경쟁은 자본주의 근간이다. 시장을 지키고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에 대한 독과점 방지 장치 도입이 시급하다. 공정위는 지난 1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심사지침’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으나 법률로 플랫폼이 가지는 독점 유혹을 방지하도록 해야 한다. 이 장치엔 시장 점유율 제한, 시장지배적 위치 남용행위 금지, 플랫폼 간 호환성 제고, 수수료 및 가격 감시 체계 도입, 플랫폼 사업자의 정보공개 의무화 등이 포함된다. 이미 국회엔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에 관한 법률안이 상정되어 있다. 법과 제도를 통해 플랫폼 비즈니스가 내재하고 있는 독점의 폐해는 최소화하고 시장 참여자 모두의 이익은 극대화하는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
김영국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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