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발언대] 통계 부실한 ‘홈리스 죽음’의 구조를 알고 싶다
매년 동짓날이면 서울역에서 홈리스 추모제가 열린다. 올해 서울에서 추모한 이들은 404명. 빼곡한 영정에 이름과 생년월일, 사망 날짜와 장소를 담았지만 사실 우리는 추모해야 할 홈리스의 숫자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제대로 된 통계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엔 여러 이유가 있다. 사망의 기초 통계는 사망신고서를 통해 작성되는데 여기엔 홈리스 여부에 대한 정보가 없다. 이외의 홈리스 사망 집계는 일관된 방식이 없다. 노숙인복지법에 따라 일시보호시설에서 사망자에 대한 보고를 하게끔 되어 있지만 일시보호시설은 시설 중 일부에 불과하고, 이조차 각 지자체에 흩어져 있어 전국 통계가 없다.
그래서 추모제 준비는 언제나 돌아가신 분들의 이름을 모으는 것으로 시작된다. 홈리스행동은 각 시설에 한 해 동안 사망한 홈리스의 기록을 요청한다. 쪽방이나 거리에서 생활하는 이들에게 돌아가신 이웃에 대해 묻는다. 무연고 장례지원 단체인 나눔과나눔은 무연고 사망자 가운데 사망 장소가 고시원이나 쪽방, 거리 등이었던 이들을 추린다.
이렇게 조각난 통계를 이어 붙인다 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사망 원인과 과정에 대해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홈리스의 경우 의료 이용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사인을 알기 어렵고, ‘병사’나 ‘심정지’와 같이 죽음의 실제 내용을 해석할 수 없는 기록만 남은 경우도 많다. 어디에서, 어떻게 죽어갔는가에 대해 말하지 않는 이 통계로는 이 죽음의 사회적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
미국의 홈리스 사망률 조사 방법 개발을 위한 연구팀은 통계가 없을 때 정책 결정은 편견에 오염되기 쉽다는 점을 지적했다. 예를 들어 새크라멘토에서는 통계를 통해 홈리스 사망률이 사계절 각각 25%로 동일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뉴욕시는 이를 활용해 겨울철 한시적으로 운영하던 쉼터를 연중무휴, 24시간 운영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미국 홈리스의 죽음은 약물 과다복용 때문이라고 예측하기 쉽지만 약물에 의한 사망은 3분의 1, 35%는 총격이나 칼부림, 목조르기 등 폭력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도 밝혔다.
2022년 보건사회연구원은 홈리스 사망에 관한 의미 있는 연구를 발표했다. 노숙인 의료급여 이용자들의 사망률을 분석한 것인데, 전체 인구와 비교할 때 노숙인 의료급여 이용 경험이 있는 이들의 사망률이 4.1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4배 높은 사망률. 여기에 적절하지 못한 집과 가난이 깊이 연루되어 있다는 것은 추정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앞으로 이 죽음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알기 부족하다.
연말에는 빵이며 옷가지를 든 시민들이 서울역을 찾는 모습을 적지 않게 보았다. 새해에는 온정을 넘어 이 죽음의 구조를 함께 보자. 가난이 죽음을 끌어당기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일, 할 수 있고 해야 한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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