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겨울바다
새해 첫날의 해와 눈맞춤하기 위해 산과 바다를 찾는 이들이 많다. 특히 겨울바다는 여름날의 그것과 달리 정취가 남다르다. 일출의 장엄을 보지 못하더라도 차디찬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지난해의 묵은때를 씻어내고 새로운 결심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겨울바다 나가봤지 잿빛 날개 해를 가린/ 갈길 잃은 물새 몇이 내 손등 위에 앉더군/ 길고 긴 갯벌 위엔 흩어진 발자국만/ 검푸른 겨울 바다 하얀 해가 울더니/ 노란 달이 어느 창에 내 눈길로 나를 보네.”
그룹 사랑과 평화의 최이철이 만든 ‘겨울바다’는 김현식과 이승철이 리메이크하여 더욱 유명하다. 김현식의 노래가 처연한 바다를 불러낸다면 이승철은 청량감 넘치는 바다를 소환한다.
그룹 푸른하늘의 ‘겨울바다’도 우리에게 친숙하다. 멤버인 유영석이 중학교 3학년 때 작사·작곡한 노래로 그의 천재성을 엿볼 수 있다.
“너에게 있던 모든 괴로움들은/ 파도에 던져버려 잊어버리고/ 허탈한 마음으로 하늘을 보라/ 너무나 아름다운 곳을/ 겨울바다로 그대와 달려가고파.”
교회에서 만난 여학생을 짝사랑했지만 끝내 이루지 못한 슬픔을 담았다. 다소 치기 어린 가사지만 사랑 앞에서 누구나 유치해지기에 전혀 어색하지 않다. 1988년 데뷔앨범(사진)으로 발표된 이래 겨울이면 많은 이의 사랑을 받는 스테디송이다.
고 김남조 시인은 ‘겨울바다에 가보았지/ 인고의 물이/ 수심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소망의 새도 죽고 사라진 겨울바다/ 사랑의 진실마저도 얼어버린 겨울바다’(미지의 새)라고 노래했다.
언제 가도 변함없이 우리를 위로해주는 바다처럼 흰 손수건처럼 순결한 시간이 우리 앞에 있다. 부서지는 파도처럼 나날이 계속되는 동안 큰 상처 없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해본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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