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소리에) 사인 안 돼 불편해요" 그래도 이겼다! '매진 흥국' 꺾어낸 현대건설, 2023년 1위로 마쳤다 (종합)

인천=안호근 기자 2023. 12. 3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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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인천=안호근 기자]
삼산체육관을 가득 메운 흥국생명 팬들. /사진=KOVO
경기 후 인터뷰를 하고 있는 현대건설 위파위(왼쪽부터)와 김연견, 김다인. /사진=안호근 기자
"여기만 오면 항상 관중 소리가 커요. 오늘도 정신이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수원 현대건설을 승리로 이끈 리베로 김연견의 말이다. 그만큼 더 철저히 준비했다. 올 시즌 V리그 최고 인기팀 흥국생명의 '홈 어드밴티지'를 잘 나타내주는 말이다.

강성형 감독이 이끄는 현대건설은 31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방문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20, 25-20, 25-19)으로 흥국생명에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시즌 상대 전적을 2승 2패로 맞춘 현대건설은 15승 5패, 승점 47로 2위 흥국생명(15승 5패, 승점 42)과 격차를 벌리며 완벽한 선두로 2023년 일정을 마무리했다.

한 경기 패배로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선두 쟁탈전이었다. 1위를 지키고 있는 현대건설이지만 올 시즌 상대전적 1승 2패로 밀리고 있었다.

게다가 이날 삼산체육관은 홈 팬들로 가득찼다. 6170명이 경기장을 찾았는데 지난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열린 대전 정관장전 때 6150명에 이어 올 시즌 팀 2번째 매진이자 역대 홈경기 최다관중 기록을 갈아치웠다.

31일 흥국생명-현대건설전 전경. /사진=KOVO
V리그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2018년 2월 17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김천 한국도로공사와 화성 IBK기업은행의 경기(6823명)에 이은 2번째 최다 관중 기록이다. 흥국생명의 인기가 얼마나 뜨거운지를 잘 알 수 있다.

경기 후 김연견의 말엔 인천 흥국생명 원정 경기가 얼마나 부담스러운지가 담겨 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김다인은 "여기만 오면 항상 관중 소리가 크다. 우리도 사인이나 (소통이) 너무 안 돼서 불편하다"며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오늘도 정신 없겠다', '집중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강성형 감독도 더 비장하게 경기를 준비했다. "매년 이때쯤까지는 순위가 좋았다"는 그는 "시즌 절반을 돈 것이기 때문에 4라운드부터 팀워크를 다지고 체력적인 면을 잘 안배해서 좋은 기억으로 잘 마무리 하겠다"고 말했다.

새해 목표로는 "모든 팀이 다 똑같겠지만 올해만큼은 챔프전에 가서 놓치지 않고 우승을 하고 싶다"며 "그 과정에서 선수들이 다치지 않아야 한다. 코칭스태프도 건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기 위해선 이날 승리가 간절했다.

승리를 위해 부상으로 빠져 있던 고예림 카드도 준비했다. 강 감독은 "양효진과 모마 등이 활약하며 득점력이 나와준다면 경기 후반 리시브 강화를 위해 투입할 생각이 있다"며 "컨디션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무리시키진 않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서브를 받아내는 김연견. /사진=KOVO
토스를 올리는 김다인. /사진=KOVO
현대건설은 김연견의 말처럼 더 집중했다. 그 결과 흥국생명에 매 세트 큰 점수 차로 이겼다. 모마가 18점, 정지윤과 양효진이 12점, 위파위 시통이 10점, 이다현이 9점으로 고른 활약으로 펼치며 흥국생명을 잠재웠다.

공격에서만 빛난 게 아니었다. 블로킹에선 9-4로 압도했고 김연경의 환상적인 디그를 앞세운 수비도 빛났다.

현대건설은 세터 김다인, 아웃사이드 히터 위파위 시통(등록명 위파위), 미들블로커 양효진, 아포짓 스파이커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윤, 미들블로커 이다현으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리베로는 김연견.

반면 흥국생명은 세터 이원정과 미들블로커 이주아, 아포짓 스파이커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등록명 옐레나), 아웃사이드 히터 레이나 토코쿠(등록명 레이나), 미들블로커 김수지, 아웃사이드 히터 김연경으로 맞섰다. 리베로는 김해란이 책임졌다.

경기 전 만난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방심하지 않았다. "매년 이때쯤까지는 순위가 좋았다"는 그는 "절반을 돈 것이기 때문에 4라운드부터 팀워크를 다지고 체력적인 면을 잘 안배해서 좋은 기억으로 잘 마무리 하겠다"고 말했다.

1세트부터 주도권을 잡은 현대건설은 흥국생명의 막판 추격 흐름에도 흔들리지 않고 1세트를 챙겼다.

득점 후 기뻐하는 모마. /사진=KOVO
득점 후 기뻐하는 양효진(왼쪽)과 모마. /사진=KOVO
2세트엔 흥국생명도 강하게 맞섰다. 1세트 후반 분위기를 끌어올린 게 영향을 미친 것처럼 보였다. 2세트 중반까지 17-13으로 앞서갔다.

그러나 현대건설이 힘을 내며 쫓았다. 맹공을 펼치며 흥국생명이 1득점에 그친 사이 5점을 따라붙더니 20-19로 역전에 성공했고 정지윤의 연이은 오픈 공격으로 흐름을 이어간 현대건설은 흥국생명의 작전 타임 이후에도 분위기를 넘겨주지 않았다. 모마의 오픈 공격, 양효진의 블로킹으로 세트포인트에 도달했고 모마가 오픈 공격을 성공시키며 세트를 마무리했다.

3세트에도 흥국생명은 치열하게 맞섰으나 승부처에서 현대건설이 한 수 위였다. 현대건설 선수들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으나 흥국생명이 범실 6개를 저지르는 동안 차근차근 점수를 쌓으며 잔칫집의 안방에 재를 뿌렸다.

강성형 감독은 경기 후 "첫 세트에선 서브도 그렇지만 공격도 전반적으로 잘 됐다. 원하는대로 됐다"며 "2,3세트엔 흔들리기도 했지만 선수들의 집중력이 대단했다. 칭찬해주고 싶다"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도 엄지를 치켜올렸다. 그는 "상대팀이 대단히 좋은 경기를 치렀다. 이길 자격이 있었다. 우린 블로킹이나 수비가 잘 안됐다. 2세트 초반엔 서브도 잘 안됐다"며 "(현대건설이) 블로킹이나 수비적으로도 좋았다. 올라오는 공을 공격수가 효율 좋게 때리다보니 우리의 블로킹이 잘 되지 않았다"고 고개를 떨궜다.

더할 나위 없는 결말로 2023년을 마무리한 현대건설에도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있다. 지난 시즌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든 홈 관중이다.

김연견은 "작년보다 관중이 적어진 게 느껴진다. 흥국생명처럼 경기장을 엄청 메워주시면 좋겠다. 여기는 원정이라 그렇지만 홈일 때(만원관중이면)는 좋다"며 "(팬들의) 응원에 더 힘이 난다. 작년처럼 많이 와주시면 힘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수비하는 김연견. /사진=KOVO
승리 후 기뻐하는 현대건설 선수들. /사진=KOVO

인천=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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