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로 시작된 정부 산하재단 해고 사건... 2심은 "징계 정당" 판결

박준규 2023. 12. 3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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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가 산하단체인 한국과학창의재단의 간부를 무리하게 징계해고했다는 1심 판결이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1심은 지난해 10월 "징계사유가 모두 인정되지 않는다"며 A씨 손을 들어주며 "A씨가 재단과 과기부가 부정청탁 사안을 축소·은폐하면서 이를 공론화한 자신을 축출하려 한다는 의심을 갖고 언론에 감사 관련 내용을 제보한 건 정당한 권리행사"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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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에 제보한 과학창의재단 간부
내부 고발 후 역제보 받고 해임 당해
1심 "괘씸죄에 따른 부당해고로 보여"
2심선 "보복 감사 인정 안 돼" 뒤집혀
게티이미지뱅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가 산하단체인 한국과학창의재단의 간부를 무리하게 징계해고했다는 1심 판결이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부(부장 엄상필)는 재단 전직 간부 A씨가 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해고 무효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사건의 시작은 A씨의 내부 고발이었다. 그는 2019년 과기부 관계자와 재단 고위급 연구원을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연구결과 평가 관련 부정 청탁이 오갔다는 취지였다. 감사 결과 고위급 연구원은 정직 징계를, 과기부 관계자는 주의 처분을 받았다.

이후 A씨는 오히려 궁지에 몰렸다. 그가 채용비리 의혹 등에 관여했다는 제보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것이다. 과기부는 2020년 4~6월 감사를 거쳐 A씨가 하급자를 통해 수습직원을 부당하게 해고하려 했고, 업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고위급 연구원의 부정청탁 감사 내용을 언론에 누설하는 등 7개 비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재단은 이를 토대로 같은 해 12월 A씨를 해고했고, A씨는 불복해 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A씨의 해고를 '괘씸죄에 따른 부당해고'로 봤다. 1심은 지난해 10월 “징계사유가 모두 인정되지 않는다”며 A씨 손을 들어주며 “A씨가 재단과 과기부가 부정청탁 사안을 축소·은폐하면서 이를 공론화한 자신을 축출하려 한다는 의심을 갖고 언론에 감사 관련 내용을 제보한 건 정당한 권리행사”라고 판단했다. 또 “과기부는 출처가 불분명한 자료(국민청원)로 감사를 진행하다가 A씨가 언론에 감사 관련 진행 상황을 제보하자 이를 괘씸하게 여겨 무리하게 징계사유를 구성했다”고 봤다. 수습직원을 해고하려던 시도도 인사평정 권한 안에서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봤다.

하지만 이번에 항소심은 A씨에 대한 일부 징계사유가 인정된다며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한 과기부의 보복성 감사라는 기사 내용은 허위”라는 취지의 올해 2월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체 감사 내용을 제보한 건 업무상 비밀 누설이 맞다고 판단했다. A씨가 고위급 연구원 등에 대한 감사 내용을 언론에 알린 건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고위급 연구원에 대한 정직 징계가 노동위원회에서 취소된 점도 고려됐다.

수습직원 부당해고 시도에 대해서도 “A씨가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하급자에게 평정점수를 낮게 주도록 했으므로 부당한 영향력 행사”라고 봤다. 재판부는 두 사안이 각각 해고 사유인 데다, 관련 없는 비위가 2개 이상 결합되면 징계를 가중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과 같은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A씨는 '권익위에 내부비리를 공적인 이유로 알린 공익신고자로 인정해 달라'는 소송도 진행 중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올 1월 “A씨가 재단 내 부정 청탁에 관해 권익위에 신고하지 않았다면 해고를 당했을 다른 사유가 없다”면서 “과기부가 A씨를 표적으로 삼아 감사를 진행했을 가능성이 상당하므로 권익위가 A씨를 공익신고자로 보호하지 않은 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 소송은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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