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설야(踏雪野)

천상철 2023. 12. 31.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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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이리저리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답설야(踏雪野)라는 사명대사의 선시로, 백범 김구 선생의 좌우명이었던 걸로 전해집니다.

성공적으로 걸어간 앞사람이 남긴 이정표는 뒤따라 걷는 사람들에겐 귀중한 선물과 같습니다.

하지만, 그 길이 잘못된 길이라면 뒷사람은 길을 잃을 수도 있죠.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앞길은 선배 검사 윤석열 대통령의 길일까요, 아닐까요?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는 조금은 다른 길을 걷길 바랄겁니다.

국민 야당과 소통하고, 때론 대통령에 쓴 소리도 하고, 주요 당직에 법조인 출신도 덜 쓰고, 기득권도 혁파하고 말이죠.

[한동훈 /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지난 26일)]
저는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겠습니다. 비례로도 출마하지 않겠습니다. 

최근 벌어진 비대위원의 노인 폄하 발언 논란은 한 위원장에게 첫 고비이자 쓴 약이 됐을 겁니다.

빨리 사과한 건 잘 했지만, 사람을 쓸 땐 더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는 사실 알았을 겁니다.

저는 '답설야'의 역발상으로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너무 한 길만 고집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뒷사람을 너무 의식하면 본인의 행보를 할 수 없으니까요.

뒤 따르는 사람도 앞사람의 뒤꿈치만 보고 걷는다면 실수는 없어도 관례에 얽매이게 되고, 도전이 없으니 발전도 없을테니까요.

2023년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이제 몇 시간 후면 2024년 갑진년(甲辰年), '푸른 용의 해'가 떠오르겠죠.

늘 겸손한 마음으로 정도를 걸으며, 또 과감하게 새 길을 개척하는 한해가 됐으면 합니다.

천상철 기자 sang1013@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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