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분열의 씨앗과 독선만 보인 이재명·이낙연 회동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30일 회동했지만 갈등 봉합에 실패했다. 이 대표 사퇴를 전제로 이 전 대표가 요구한 통합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이 대표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힌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조만간 탈당해 신당 창당을 결행할 것으로 보여 총선 100일을 앞두고 분당 위기가 커지고 있다. 대승적인 통합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당을 분열로 내몬 전현직 대표에게 깊은 유감을 표한다.
민주당은 이 전 대표가 당내 민주주의 실종, 정치 양극화를 이유로 ‘12월 말까지 이 대표 사퇴와 통합비대위 전환’을 요구한 뒤 내홍이 커졌다. 이 대표가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를 만나고, 이 전 대표 탈당을 막기 위한 움직임이 다각도로 진행됐지만 이 전 대표는 마음을 돌리지 않았다. 그러다 이 전 대표가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날을 하루 앞두고 ‘명낙회동’이 성사된 것이다. 하지만 50분 회동에서 이 대표는 “당원과 국민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며 대표직 사퇴·통합비대위 전환 요구를 거부했다. 이에 이 전 대표는 “이 대표의 당 변화 의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며 “제 갈 길을 가겠다”고 했다. ‘명낙회동’이 당 회생의 돌파구는커녕 분열의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명분쌓기, 요식행위 아니었냐고 두 사람에게 묻고 싶다.
이 전 대표의 ‘헤어질 결심’은 이해하기 어렵고 명분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이재명 사당화’가 문제라면 내부 개혁과 총의로 바로잡는 방법이 없지 않고, ‘정치 양극화’ 때문이라면 윤석열 대통령 잘못을 먼저 지적했어야 옳다. 그런데 처음부터 이 대표 거취를 전제로 당을 분열의 벼랑으로 몰고가는 것은 ‘반이재명’ 외엔 다른 탈당 명분이 없음을 자인한 거라고 봐야 한다. 신당 창당 후 이준석 신당과의 합당설도 나오는데, 사실이라면 민주당 정치의 산증인이 민주당 역사를 부정하는 무책임한 일이다.
이 대표의 정치력 부재가 분열 요인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방탄 정당, 팬덤 정치 등 민주당을 향한 비판은 이 대표의 폐쇄적 리더십 탓이 크다. 이 전 대표와의 갈등 중재에 나선 정 전 총리가 ‘현애살수’를 요청한 다음날 이 대표는 공천관리위원장에 임혁백 교수를 임명했다. 통합을 말하면서 총선 로드맵 속도를 높이는 것은 ‘나갈 사람은 나가라’는 메시지인가. 이 대표가 총선 의미를 살핀다면 민주당을 넘어 야권 전체 지도자라는 위상을 자각해야 한다. 공동선대위든 비대위든 윤석열 정부 실정에 맞서 야권 전체가 단합할 수 있는 길을 끝까지 찾고, 중대한 승부처에선 먼저 크게 결단하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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