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는 'AI백신' 도입.."무분별 살처분 그만"
◀앵커▶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가 기승을 부리면서 김제 용지의 산란계 대부분이 살처분돼 불과 일주일 만에 달걀 생산단지가 쑥대밭이 되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AI가 발생하면 이처럼 살처분이라는 카드가 연례행사처럼 동원되는데 질병은 해마다 끊이지 않고 반복되면서 과연 효과적인 예방책이냐는 의문만 커져가는데요,
이러다 보니 사실상 토착화된 전염병에 대응할 과감한 백신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 공장식 사육 대신 사육 밀도를 줄인 동물복지가 근원적 해결책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리포트▶
이번 겨울 불과 한 달만에 고병원성 조류독감으로 살처분된 가금류는 전북에서만 240만 마리.
이처럼 축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AI 피해는 다른 국가에서도 비슷합니다.
특히 지난 2022년, 세계적으로 역대 최악의 AI가 발생하면서 2억 마리 넘는 가금류가 살처분됐고, 미국의 달걀값이 2-3배 뛰는 등 국민들의 피해도 컸습니다.
하지만 질병은 근절되지 않고 살처분 규모만 갈수록 커지자 보다 못한 프랑스가 유럽연합 가운데 처음으로 ‘백신 도입’을 선언했습니다.
250마리 이상을 사육하는 모든 오리 농가에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 겁니다.
백신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수출이 제한된다는 까닭 등으로 미온적 태도를 유지해왔지만, 더는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장뤽 게린 / 툴루즈 국립수의학대 교수 / France 24 뉴스]
“국제적인 차원에서 (백신에 대한) 회의적이고 불신적인 부분이 어느 정도 있었지만, 이제 그 논의의 시점은 지났다고 생각됩니다.”
거듭되는 연례행사에 살처분만 반복할 수 없다며 내놓은 초강수 카드,
캐나다 등 다른 국가들도 변화에 발 맞춰 빠르게 백신 시범 접종에 들어갔습니다.
수출 규제로 백신에 가장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온 미국마저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단 소식이 전해지자 우리 농민들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국내 상황에 답답함을 감추지 못합니다.
[산란계 농장주]
“이게(살처분이) 참 못할 짓이에요. 아니, 우리 백신 나와 있는데 왜 백신을 안해요?”
[살처분 경험 농장주]
“백신을 왜 그렇게 안 하려고만 하는지 참 이해하기 어려워요.”
실효성이 의문인 살처분을 직접 겪은 농민들이 ‘백신 도입’을 요구하고 나선지 이미 오래이지만, 해묵은 방역 대책만 고집하고 있다는 겁니다.
[윤종웅 전 한국가금수의사회 회장]
“백신은 이미 만들어져 있어요. 코로나도 백신으로 잘 막아냈고 지금 백신 기술이 굉장히 발전한 21세기에서 살처분만으로 막는다는 건 되게 우매하다..”
이웃나라 중국 역시도 20년 전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해 대규모 AI 피해나 불필요한 살처분이 중단된 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공식적인 접종을 개시할 경우, 영영 AI 청정국 지위를 잃어버린다는 점에서, 뒷짐만 지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
“현재까지는 효과적인 백신이나 우리 국내 사육 형태를 봐서 아직까지는..국내에 적용할 만한 게 없어서.”
닭과 오리를 오랜 기간 키우는 해외와 달리 30일만 지나면 도축하는 국내 환경에서 백신으로 인한 집단 면역의 효과를 보기도 어렵다는 겁니다.
동물단체들은 백신뿐 아니라 근본적인 사육 환경 개선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유럽과 캐나다, 호주 등에서 시행중인 케이지프리와 같은 동물복지형 사육 방식을 통해 효율적인 집단면역을 끌어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사라 쉴즈 / 농장동물복지과학 책임자 /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
“가금류 생산은 매우 제한된 지리적 지역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육 동물이 많아지면 바이러스가 모든 숙주에 연쇄적으로 전파될 기회가 더 많아집니다.”
겨울만 되면 동물을 반복적으로 죽이는 AI 대책. ‘예방적 살처분’의 미명하에 축산 기반을 파괴하는 관행적 방역정책을 넘어 국제 흐름에 걸맞은 대전환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지구 새로 봄, 전주MBC 목서윤입니다.
영상출처: 유튜브 France 24, CBC, Reuters
그래픽: 안희정
영상취재: 조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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