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 AI 가짜 판례 낸 트럼프의 '옛 해결사'… "검색엔진인 줄 알았다"

'트럼프 충견'이었다가 갈라선 마이클 코언
보호관찰 줄이려 구글 바드 검색 판례 제출
법원 "이런 판례 없다" 해명 요구에 '실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이자 '해결사' 역할을 했던 마이클 코언이 지난 10월 미국 뉴욕 맨해튼의 뉴욕주 대법원에서 열린 민사 사기 재판에 참석하고 있다. 맨해튼=AP 연합뉴스

과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충견’ ‘해결사’로 불렸으나 이제는 등을 돌린 마이클 코언(57)이 최근 법원에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지어낸 ‘가짜 판례’를 제출했다가 들통났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코언은 ‘앞서 본인이 낸 판례는 구글의 AI 챗봇 바드를 검색해서 발견한 것’이라는 취지의 서류를 전날 뉴욕 남부연방지법에 제출했다. 일종의 자백이었다.

문제가 된 건 코언이 최근 자신의 보호관찰 기간을 단축해 달라며 법원에 제시한 판례 3개다. 2016년 대선 때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를 지내며 공식 처리가 힘든 일을 도맡았던 그는 ‘성추문 입막음용 돈 지급’ 사건과 관련, 2018년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때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갈라선 코언은 2021년 11월 석방 후 법원의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데, 이를 줄이려다가 사달이 난 것이다. 지난 14일 담당 판사는 “법원이 아는 한 이런 사건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며 코언 측에 판례 제출 경위를 소명하라고 명령했다.

코언은 결국 해당 판례가 AI로 만들어진 만든 가짜였다고 실토했다. 다만 그는 “구글 바드가 일반적인 검색 엔진인 줄 알았고, 판례를 지어낼 수도 있다는 건 몰랐다”고 변명했다. 가짜 판례는 변호사가 제출한 것이라며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코언의 변호인도 “판례를 직접 확인하지 못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수전 네첼레스 변호사는 “코언은 모두가 아는 위증자이고, 이번 사건도 그의 인격이 부족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조롱했다. 다만 ‘AI 가짜 판례 소동’이 처음인 건 아니다. 지난 6월 뉴욕 맨해튼연방법원은 챗GPT가 만든 허위 판례를 제출한 변호사 2명에게 벌금 5,000달러를 부과한 적이 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