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원회의에서 대미 강경 노선 천명… 美 대선전까지 긴장 고조시킬 듯
202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강 대 강’ 대미 노선을 천명했다. 또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국가들과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 새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북한은 내년에도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 능력을 강화하면서 미국과의 대치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31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30일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 5일차 회의에서 “강 대 강, 정면 승부의 대미·대적 투쟁 원칙을 일관하게 견지하고 고압적이고 공세적인 초강경 정책을 실시해야 하겠다”며 강경 정책을 예고했다. 김 위원장의 전원회의 발언은 신년사를 대체해왔으며 북한의 내년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내년 대미 정책 역시 강경할 것임을 예측케하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은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와 한·미·일 연합 훈련도 거론했다. 김 위원장은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남반부(남한)에 초대형 전략핵잠수함이 40여년 만에 다시 들어왔으며 핵 전략폭격기가 사상 최초로 착륙했는가 하면 초대형 핵동력 항공모함 타격집단(항모강습단)을 때 없이 들이미는 등 각종 미국 핵 전략 수단들의 연속적인 조선반도 지역 투입으로 남조선이 미국의 전방 군사기지, 핵 병기창으로 완전히 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올해 미 군부 깡패들이 일본, 남조선 놈들과 벌려놓은 합동군사연습의 횟수가 지난해에 비해 무려 2배로 늘어난 사실을 통해서도 미국이 우리 공화국과의 군사 대결을 기어코 목적하고 그 준비에 더욱 발악적으로 몰두하고 있음을 명백히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국가들과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사회주의 나라 집권당들과의 관계 발전에 주력하면서 나라의 대외영역을 보다 확대 강화하며, 변천하는 국제정세에 맞게 미국과 서방의 패권 전략에 반기를 드는 반제·자주적인 나라들과의 관계를 가일층 발전시켜 우리 국가의 지지 연대 기반을 더욱 튼튼히 다지고 국제적 규모에서 반제 공동행동, 공동투쟁을 과감히 전개해나간 데 대한 과업들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전략경쟁의 기회를 이용해 올해 한층 심화된 중국, 러시아와의 연대를 내년에도 강화해 동북아 신냉전 흐름에 편승하는 대외정책을 구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같은 대미 강경책은 내년 미국 대선에서 새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미국과 대치하면서 긴장을 고조하고, 새 행정부가 들어선 뒤 국면 전환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2018년 초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대미, 대남 긴장을 완화하기 전까지 2017년 내내 6차 핵실험 등을 통해 긴장을 고조시킨 바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북한이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내년까지 계속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은 내년 11월 대선까지를 장기전의 기점으로 볼 것이고 미국 새 행정부가 들어서면 내후년 상반기에 미국과 담판을 지으려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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