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뱉은 한마디에 표 날아갈라…여야 '비하 발언'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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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민경우 전 위원이 '노인 비하' 발언 논란으로 임명된 지 하루 만에 사퇴하면서 총선을 앞둔 정치권 내부에서 비하 또는 막말 발언을 둘러싼 주의보가 울리고 있다.
한 비대위원은 3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논란성 발언이 하나였다면 모르겠지만, 문제성 발언이 계속 나와 곤혹스러웠던 것 같다"며 "민 전 위원이 당에 부담을 덜기 위해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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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모두 총선 앞두고 '설화' 문제에 엄정 대처 기조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민경우 전 위원이 '노인 비하' 발언 논란으로 임명된 지 하루 만에 사퇴하면서 총선을 앞둔 정치권 내부에서 비하 또는 막말 발언을 둘러싼 주의보가 울리고 있다.
총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특정 집단에 대한 비하나 국민 정서에 반하는 말 한마디로 표심을 대거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여야 모두 어느 때보다 '설화' 문제에 엄정하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민 전 위원은 비대위원으로 지명된 직후 "지금 가장 최대 비극은 노인네들이 너무 오래 산다는 거다. 빨리빨리 돌아가셔야"라고 한 과거 발언이 소환돼 '노인 비하' 논란이 일었다.
민 전 위원은 지난 29일 공식 임명되고 "386 세대가 젊은 세대의 진입을 막는 것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실수"라고 해명하며 거듭 사과했지만, 일본의 조선 식민 지배, 세월호 참사 유가족 등에 대한 과거 발언이 계속 쟁점화되자 결국 이튿날 사퇴했다.
한 비대위원은 3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논란성 발언이 하나였다면 모르겠지만, 문제성 발언이 계속 나와 곤혹스러웠던 것 같다"며 "민 전 위원이 당에 부담을 덜기 위해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은식 비대위원도 "결혼과 출산의 주된 결정권자는 남자"라고 하는 등 과거 자신의 페이스북에 썼던 글들로 '여성 비하' 논란이 제기됐다.
다만 국민의힘 정광재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발언의 맥락을 보면 여성비하 의도가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비대위 차원에선 따로 입장 표명을 논의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비슷한 일은 최근 민주당에서도 있었다. 지난달 민주당은 '설치는 암컷' 표현으로 '여성 비하' 논란이 제기된 최강욱 전 의원에게 당원자격 6개월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최 전 의원은 지난달 19일 광주 과학기술원에서 열린 북콘서트에 참석,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며 "동물농장에도 보면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건 잘 없다"고 말해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민주당은 문제의 발언이 나온 지 3일 만에 '비상 징계' 형식으로 최 전 의원에게 중징계를 의결해 논란 확산을 차단했다. 비상 징계는 긴급한 시기에 당 윤리심판원의 심사 없이도 최고위원회 의결로 징계를 의결하는 형식이다.
앞서 민주당에선 지난 6월 당 쇄신을 위해 '김은경 혁신위원회'을 띄웠지만, 김 혁신위원장의 '노인 비하' 발언 논란으로 골머리를 앓은 바 있다.
2004년 17대 총선 직전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 그분들은 집에서 쉬셔도 된다"고 했던 말도 표심에 영향을 미친 사례 중의 하나로 꼽힌다.
당시 정 의장은 '노인 폄하' 발언에 따른 당 지지율 하락의 책임을 지고 선거대책위원장직과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여야는 내년 총선에 미칠 파급력을 고려, 당 지도부와 현역의원, 출마 예정자들의 언행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민경우 전 비대위원이 임명 하루 만에 스스로 물러난 것도 이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총선이 다가올수록 각 정당이 상대편 인사들의 말실수와 문제성 발언을 물고 늘어지며 당 전체를 매도하는 '네거티브' 선거전이 펼쳐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현역의원은 통화에서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상대를 헐뜯고 비판할 소재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평소 같으면 문제 소지가 없는 평범한 말이라도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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