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어서 그랬어요” 10대 손목에 난 상처들…무슨 사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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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살고 싶어서 자해를 했어요."
질병관리청(질병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2 손상유형 및 원인 통계'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의 자해·자살 시도 비율은 2012년 11.4%에서 지난해 18.2%까지 올랐다.
이어 "부모를 비롯해 주변인들은 자해자를 비난하거나 곁에 있는 사람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고, 갑자기 태도가 이전과 180도 다르게 변하는 것도 좋지 않다"며 "가능한 차분하고 진지하게 상대방의 말을 듣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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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너무 살고 싶어서 자해를 했어요.”
납득되지 않는 이야기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엄연히 일어나고 있다. 청소년 자해·자살이 사회 문제가 된지는 오래고, 우리 사회도 이를 예방하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런데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 청소년들은 죽고 싶어서 자해를 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자해하는 청소년 대다수는 자살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일 경우가 많다. ‘비자살적 자해’(NSSI·Non Suicidal Self-injury)라는 개념이 나온 이유다.
의료계는 비자살적 자해를 구분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조언한다. 비자살적 자해가 반복되면 결국 자살 시도로 이어질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질병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2 손상유형 및 원인 통계’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의 자해·자살 시도 비율은 2012년 11.4%에서 지난해 18.2%까지 올랐다. 해당 자료는 지난해 23개 병원 응급실에 내원한 손상환자 19만338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10대 청소년 자해·자살 이유로는 정신과적 문제(44.1%), 가족·친구와의 갈등(25.5%), 건강문제(7.0%), 직장·학교 문제(5.3%) 등으로 나타났다.
중요한 건 자해의 목적을 이해하는 것이다. 조서은 가천대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해 원인이 ▷고통 유발을 이용한 감정 조절 ▷긴장감·불안·자책·대인관계 불편감 등 부정적 감정 둔화 ▷부정적 감정을 피하는 등 내적인 고통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 등에 있다고 진단한다.
실제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청소년 56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자해 이유로 나쁜 기분을 멈추기 위해서(44.4%), 편안함을 느끼기 위해서(32.1%), 싫은 일을 피하기 위해서(24%), 스스로에게 벌을 주기 위해서(18.9%), 혼자 있을 때 어떤 자극을 추구하기 위해서(10.2%), 주변 사람들로부터 더 많은 관심을 얻기 위해서(8.7%),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얻기 위해서(8.7%) 등으로 나타났다.
자해를 멈추는 것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조 교수는 “자해자는 자해를 줄이거나 멈출 때 두려움을 느낀다”며 “자해를 하는 것 이외에 다른 어떤 것도 자신의 정신적 고통을 조절하는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비자살적 자해에 대해 판단하고, 개입 여부를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 비자살적 자해가 반복될 경우 실제 자살 시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태엽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해를 한다고 무조건 자살 위험성이 올라가는 건 아니”라면서도 “자해를 하는 사람들은 자살 위험성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10배 가까이 올라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자해 충동 시 ▷주변 사람과 대화 ▷자신의 마음을 글로 써보기 ▷자해 충동 시 대처 방법 마련 및 상황과 장소 벗어나기 ▷우울증 동반 시 치료 ▷전문가와 주변에 도움 청하기 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대화를 하거나 대화할 사람이 없다면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을 일기처럼 써 봐도 좋다”며 “이외에도 힘든 마음을 해소할 수 있는 다른 방법, 예를 들어 자해 대신 고무줄 같은 걸 팔목에 감고 튕기거나 종이를 잘게 찢는 등 도움이 된다고 했던 친구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를 비롯해 주변인들은 자해자를 비난하거나 곁에 있는 사람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고, 갑자기 태도가 이전과 180도 다르게 변하는 것도 좋지 않다”며 “가능한 차분하고 진지하게 상대방의 말을 듣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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