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희 "맨땅에 헤딩해야 성장…LPGA로 또 한번 뛰어 오르겠다"

조수영 2023. 12. 3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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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투어 나서는 임진희
작년 다승왕 하자마자 美진출 결정
우즈, 3주에 한 번씩 우승할 때도
스윙 다듬었는데 어떻게 쉬겠나
'노력은 배신 않는다' 보여줄 것
최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를 찾은 임진희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진출 각오를 밝히고 있다. 이솔 기자


출발은 밑바닥이었다. 그에겐 국가대표 배지도, 유망주 ‘딱지’도 붙은 적이 없었다. 동갑내기 박민지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를 휩쓸 때 그는 2부 리그에서 실력을 갈고닦았다.

연습 또 연습. 그를 일으켜 세워줄 유일한 해법은 그것뿐이었다. 그래서 손바닥이 거북이 등처럼 딱딱해질 때까지 골프채를 잡았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쉽지 않을 거라던 1부 리그에 입성하더니 우승컵(2021년 BC카드·한경레이디스 대회)도 들어 올렸다. 작년에는 다승왕(4승)을 했고 우승상금으로만 11억4500만원을 거머쥐었다.

이제 조금 여유를 갖고 골프를 즐길 만도 한데 이 정도론 성에 안 찼나 보다. 더 큰 목표를 세우고 더 세게 자신을 단련하겠단다. 오는 25일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드라이브온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미국 무대에 도전하는 임진희(26) 얘기다.

최근 만난 임진희는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는 “4일 출국을 앞두고 몸 만들랴, 해외투어 준비하랴 정신이 없다”면서도 “온 힘을 다해 부딪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임진희는 ‘노력이 타고난 재능을 이길 수 있다’는 걸 온몸으로 증명한 선수다. 초등학생 때부터 준비한 다른 선수와 달리 고등학생 때 선수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니 국가대표, 정규투어 직행이라는 ‘엘리트 코스’는 그의 길이 아니었다. 2018년 KLPGA투어에 데뷔한 뒤 3~4년간 2부 투어를 오가며 긴 무명 생활을 했다. “그래도 나만 잘하면 되는 종목이어서 좋았다”는 임진희는 말 그대로 ‘죽도록’ 연습했다.

그랬더니 길이 열렸다. 2021년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을 거머쥐고 신고식을 하더니 2022년 1승을 추가했고 2023년엔 4승을 거뒀다. 이어 지난 7일(한국시간) LPGA투어 퀄리파잉(Q) 시리즈를 17위로 마치며 올 시즌 풀시드를 따냈다. 임진희는 그 결과에 대해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기대하던 ‘수석 합격’을 놓쳐서다. 세계랭킹 40위인 임진희는 이번 Q 시리즈에 도전한 선수 중 가장 랭킹이 높았다. 그는 “수석 합격에 대한 부담이 너무 컸던 것 같다”며 “그래도 시드를 받은 데 의미를 두고 새롭게 시작하려 한다”고 웃었다.

아쉬움이 많았지만 얻은 것도 적지 않았다. “미국 골프장의 잔디는 확실히 다르더군요. 잔디 굵기와 결이 달라 퍼팅 라인을 읽고 거리감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았죠. 오는 5월 LPGA투어 랭킹을 다시 매길 때까지 모든 대회에 참가하며 순위를 끌어올리겠습니다.”

요즘 임진희는 챙길 게 많다. 크고 힘센 서양 선수와 경쟁하기 위해 몸을 만들어야 하고, 대회가 열리는 코스를 익혀야 하고, 낯선 문화와 영어를 하나씩 배워야 해서다. 임진희는 “열심히 노력해 이런 약점들을 하나하나 없애나갈 것”이라며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번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LPGA는 많은 국내 선수에게 반드시 뛰고 싶은 꿈의 무대”라면서도 “지난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나니 다른 정상급 선수들이 왜 미국 진출을 고민하는지 이해가 됐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안정적인 KLPGA투어 대신 ‘맨땅에 헤딩’해야 하는 LPGA를 택했다. “변화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다”는 믿음 때문이다. “타이거 우즈는 3주에 한 번씩 우승할 때도 계속 스윙을 다듬었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체하고 퇴보하니까요. 우즈도 저런데 제가 어떻게 쉴 수 있겠어요.”

임진희는 올해 목표를 우승으로 잡지 않았다. LPGA투어 도전 첫해인 만큼 우승 대신 ‘언제든 우승할 수 있는 선수’로 자리매김하는 게 먼저라고 했다.

“운동선수로 어리지 않은 나이(26세)지만 저에겐 지금이 LPGA투어에 도전할 적기라고 생각합니다. 노력으로 그 모든 약점을 이겨낸 선수가 되고 싶어요. 지난 시즌 한국에서 얻은 자신감으로 미국에서 제대로 부딪쳐 보려 합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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