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애 담은 손편지로 '토닥토닥' 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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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토끼의 해인 계묘년(癸卯年)이 저물고 푸른 용의 해인 갑진년(甲辰年)을 앞둔 지난 12월 29일 서울 강남구 소재 온기우편함 사무실.
답장 쓰기에 집중하고 있는 '온기우체부' 6명은 각자 자리에서 펜을 움직이기에 분주했다.
몇 주 후에 온기우편함 사이트에 해당 학생으로 추정되는 이에게 다시 답장이 왔다.
온기우체부로 3년간 활동한 오희서 씨(34·가명)는 직장인 모두가 기다리는 금요일 퇴근 후에 온기우편함 사무실 의자에 앉아 익명의 편지에 답장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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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까지 반납한 직장인들
"답장 오면 우리에게도 위로"
검은 토끼의 해인 계묘년(癸卯年)이 저물고 푸른 용의 해인 갑진년(甲辰年)을 앞둔 지난 12월 29일 서울 강남구 소재 온기우편함 사무실. 답장 쓰기에 집중하고 있는 '온기우체부' 6명은 각자 자리에서 펜을 움직이기에 분주했다.
이들은 답장으로 쓴 편지 아래 '한 사람에게 손편지 위로를 전해도 세상이 바뀌지는 않지만, 그 사람이 사는 세상은 바뀔 수 있다고 믿어요'라는 문구를 정성스럽게 써 넣었다.
온기우편함을 운영하는 조현식 대표는 우연히 책을 보다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일본 소설인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으며 과거 인물이 보낸 고민에 대해 미래 인물이 손편지로 답장을 하는 것을 보면서 일상 속에서도 힘들 때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이곳에서 팀 리더로 일하는 김해정 씨(59·가명)는 1년째 손편지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자신을 주부이자 엄마라고 소개한 김씨는 온기우편함 사무실까지 왕복 4시간이 걸리지만 여기 있는 이 시간만큼 행복한 때가 없다고 했다.
그는 대학 졸업을 앞둔 운동선수가 보내온 진로 고민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 또한 아이를 둔 엄마이기에 이 사연에 공감을 한 것이다. 김씨는 "마주 앉아 있으면 토닥토닥해 주는 마음으로 답장을 보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문적인 피드백보다도 엄마의 마음으로 위로와 공감을 담아 보내려고 했다"며 "우리 아들도 운동을 했고 그 긴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엄마로서 불안감이 얼마나 큰지 알고 애틋함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몇 주 후에 온기우편함 사이트에 해당 학생으로 추정되는 이에게 다시 답장이 왔다. 압박감과 불안감으로 힘들었지만 어려움을 헤아려줘서 고맙고 힘이 났다는 내용이었다. 김씨는 "답장에 답장을 받고 오히려 위로를 받는 마음이었다"고 전했다. 온기우체부로 3년간 활동한 오희서 씨(34·가명)는 직장인 모두가 기다리는 금요일 퇴근 후에 온기우편함 사무실 의자에 앉아 익명의 편지에 답장을 하고 있었다. 오씨는 "봉사자들과 마음을 나누면서 내 마음이 치유됐다"고 답했다.
가족이나 지인의 죽음을 겪으면서 심각한 우울증을 호소하는 편지가 올 때도 있다. 고위험군 편지로 따로 분류해 놓고 심리상담을 전공한 이들 혹은 사회복지사 경력이 있는 온기우체부들이 답장을 한다. 온기우편함 관계자는 "이 경우 가능하면 지역 연계를 통한 조치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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