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법'에 한숨짓고 '주52시간'에 한숨돌린 재계
지난해 법원서 판결 잇달아
사회적 이목 끌었던 중대법
원청대표 실형에 불안 커져
파업가담 노조 책임 제한에
묻지마 파업 이어질까 우려
주단위 52시간 적용은 위안
2023년 한 해 재계의 이목은 자주 법원으로 향했다. 노동계에 유리하고, 경영활동에 제약을 주는 대법원 판결이 많아서였다. 불법파업에 가담한 노조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한 대법원 판결이 대표적이었다.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징역형을 확정받은 경영자도 처음 나왔다. 대법원 판례는 하급 법원 선고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2024년에는 유사한 사건에서 경영진에게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반면 주 52시간 초과 근무의 기준을 정립한 판결은 몇 안 되는 위안거리였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높았다.
매일경제신문은 31일 국내의 대표적 경제인단체에 의뢰해 재계에 영향이 컸던 2023년 대법원 판결들을 추렸다. 재계가 가장 긴장한 사건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관련 재판이었다. 지난 12월 28일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한국제강 대표 A씨의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실형 확정 판결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2022년 3월 경남 함안 소재 한국제강 공장에서 설비 보수 작업을 하던 60대 B씨가 1.2t 무게의 방열판에 다리가 깔려 숨지면서 A씨가 재판에 넘겨진 사건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안전사고를 줄여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경영 책임자의 의무 위반이 사망사고와 인과관계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면서 아쉬움을 표했다.
2023년 5월 대법원에서는 '취업규칙 변경'과 관련해 재계의 경영활동을 위축하게 하는 판결이 있었다. 취업규칙 변경을 위해서는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못 박은 것이었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A씨 등 현대자동차 전·현직 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소송 상고심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현대차는 2004년 7월 주 5일제가 도입되면서부터 과장급 이상 간부 사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을 따로 만들어 시행했다. 새 취업규칙에는 월차 휴가를 폐지하고 연차휴가 일수에 상한선(25일)을 규정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새 취업규칙은 간부 사원의 89%에게서 동의를 받았지만, 과반수 노조인 현대차노조의 동의를 받지는 않았다. 일부 간부 사원이 '노조의 동의 없는 불이익한 취업규칙 변경은 무효'라면서 미지급된 연월차 휴가 수당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않은 불이익한 취업규칙 변경은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판결을 근거로 기존에 유지되던 취업규칙을 다시 문제 삼을 여지가 커졌다"고 말했다.
지난 6월에는 불법파업으로 인한 노조원들의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현대자동차가 사내하청 노조(비정규직 지회) 조합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 중 원고(현대차) 승소 부분을 파기 환송했다. 현대차는 2010년 11월 15일부터 12월 9일까지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가 울산공장 1·2라인을 점거해 공정이 278시간 중단되면서 고정비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개별 조합원 등에 대한 책임 제한의 정도는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의 새로운 판결로 인해 노동조합의 불법파업 책임 부담이 줄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주 52시간 관련 판결은 경영활동에 도움을 주는 '고마운 판결'로 꼽혔다. 연일 12시간이 넘는 야근을 해도 주간 근로 시간을 기준으로 52시간만 넘지 않으면 위법하지 않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12월 7일 나왔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2023년 6월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은 것 역시 주목을 받았다.
이 전 대표는 "혁신은 죄가 없음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인됐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내년은 올해보다 좀 더 경영환경을 개선하는 판결들이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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