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부디 집 걱정 없는 갑진년 되길

이한나 기자(azure@mk.co.kr) 2023. 12. 3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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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3요소가 의식주다.

그중에서도 집은 옷이나 음식과 달리 공급하는 데 절대 시간이 걸린다.

시장 수요가 높은 아파트 공급은 최소 3년 이상 시차가 있어서 안정적인 주택 공급이 주택정책의 기본이다.

정치인 출신 국토교통부 장관이 여론몰이에만 집중한 탓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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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따라 들쑥날쑥 주택공급
집값 불안정·혼란 야기 주범
분상제 금융비용 증가 부담
건설사 줄도산 오면 더 위기
관료출신 실무형 국토부장관
공사비 중재 등 해법 모색을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3요소가 의식주다. 그중에서도 집은 옷이나 음식과 달리 공급하는 데 절대 시간이 걸린다.

전세난이 한창이던 2020년 하반기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도 "아파트가 빵이라면 제가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며 정책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시장 수요가 높은 아파트 공급은 최소 3년 이상 시차가 있어서 안정적인 주택 공급이 주택정책의 기본이다.

그래서 2015년 주거기본법도 제정됐다. 이 법은 '주거복지 등 주거정책의 수립·추진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주거권을 보장해 국민의 주거 안정과 주거 수준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이념에 치우친 주택정책은 정권마다 들쑥날쑥한 주택 공급으로 나타났고 국민 불안을 야기하며 주거기본법 취지도 빛바랜 듯하다.

우리나라에서 집 문제는 온 국민의 관심사다. 인간의 기본권을 지켜주는 공간일 뿐 아니라 핵심적인 투자 대상 재화로서 인식되는 특수성도 있다. 아울러 한국 고유의 전세 제도와 선분양 제도는 중산층의 주거 안정과 함께 탄탄한 성장의 기반이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공공임대 부족 상황에서 민간 임대업자가 주거 안정에 이바지한 측면도 있다. 성난 부동산 민심을 안고 출범한 현 정부는 주택시장 왜곡을 초래한 반시장적 규제를 손보겠다고 공언했지만, 지난 한 해 뚜렷한 성과로 내세울 것이 없다.

집값 거품이 꺼지며 터진 전세사기와 순살 아파트라는 오명으로 점철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수습에 온 에너지가 소진됐다. 정치인 출신 국토교통부 장관이 여론몰이에만 집중한 탓도 크다.

그새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인상, 인력난에 허덕이던 주택 건설 현장은 줄줄이 멈추거나 지연됐고, 미래 신축 아파트 공급을 가늠하는 인허가와 착공 지표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집을 매개로 커온 건설사들은 주요 기간산업 주체라기보다는 특혜를 누리고 과욕을 부려 사고나 치는 천덕꾸러기처럼 취급받는다. 하지만 전대미문의 경제 여건에서 주택을 제대로 공급할 수 있는 장치가 취약해진 현실에 주목해야 한다. 일례로 건설사들은 2~3년 전 치열한 경쟁을 뚫고 확보했던 공공택지를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대 계약금까지 포기하며 반납하고 있다. 공공택지에 적용되는 '분양가상한제'로 묶였던 땅은 그새 급등한 공사 원가와 금융비용 때문에 완판하더라도 사업 수지가 맞지 않게 됐다. 윤석열 정부가 호언장담했던 주택 공급에도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특히 신축 아파트 공급과 수요 사이에 불균형이 벌어질 조짐은 최근 치솟는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에서 감지된다.

민간사업에도 공사비 인상과 관련된 갈등이 곳곳에 지뢰밭처럼 깔려 있다. 공사 중단과 책임준공 의무에 따른 시공사 부담 등 현실적인 문제가 산적해 있다. 정부의 지지부진한 중재 실력에 벌써 법적 분쟁만 늘어날 태세다.

급기야 1년 이상 질질 끌어오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는 연말 시공능력평가 16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터졌다. 호황기 낙관적 전망이 잉태한 PF사업들은 불과 2년 새 사업성이 반감됐다. 정부와 금융업계에서 총선 이후로 구조조정을 미루다가 시간이라는 소중한 자원만 소진했다. 자칫 이번 사태가 부동산금융 전반을 위축시키면 안된다. 갈 사업장은 가고, 끊어낼 것은 끊어내야 건설업 전체가 살아난다.

2024년은 주택정책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총선 정국에 민생 이슈의 핵심인 주택정책을 흔들려는 시도도 예상된다.

오랜만에 주택정책 관료 출신 국토부 수장이 취임했다. 행정부를 무시한 입법부 횡포에 밀린 각종 제도개선안 등 산적한 과제를 박상우 장관은 40년 노하우로 슬기롭게 풀어야 한다.

부디 갑진년 새해에는 집 걱정 없길 바란다.

[이한나 부동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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