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5 담대한 도전' 한국 미래를 바꾼다 [사설]

2023. 12. 3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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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는 새해 갑진년(甲辰年)에도 평탄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세계 경제는 코로나19 위기가 끝나면서 회복의 서막이 보이는가 했지만 유럽과 중동에서 벌어진 두 개의 전쟁에 여전히 안갯속이다. 우리 경제 발목을 잡고 있는 높은 물가와 금리의 여진이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인구나 기후 문제는 한국의 먼 미래에까지 그림자를 드리운다. 한국은 특히 인구 위기 탓에 잠재성장률이 곧 1%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걱정이 크다.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기 딱 좋은 여건이다. 예전 두 자릿수 경제성장률 시대엔 웬만한 갈등은 미래 희망을 보면서 넘겨온 게 한국이다. 그러나 먹을 파이가 적어지면 밥그릇 싸움은 더 극성이 된다. 이게 요즘 한국 현실이다.

그럼에도 매일경제는 지난해 G5라는 5대 경제강국 비전을 제시한 데 이어 올해 더 큰 목표를 제안하려 한다. '5·5·5 담대한 도전'이란 비전이다. 인구 5000만명을 유지하고, 1인당 소득도 5만달러를 달성해 세계 5대 경제강국을 만들어보자는 목표다. 올해 4월 총선이 그 시험대다. '5·5·5 강국' 비전에 공감하고 도전할 수 있는 일꾼들을 제대로 뽑는 게 출발점이다. 매일경제는 올해도 결코 순탄치 않겠지만 '5·5·5 강국'을 향한 담대한 도전에 나서고자 한다.

5대 경제강국, 우리도 할 수 있다

경제강국의 필요조건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 이상이면서 인구가 5000만명 이상인 나라다. 이른바 '30-50클럽'. 이런 나라는 미국,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와 한국 정도로, 7개국에 불과하다. 한국이 6개국 중 2개 나라만 제치면 세계 5대 경제강국이 될 수 있는 것이다.

2020년만 해도 1인당 소득 기준으론 이탈리아를 앞섰다. 이후 우리는 저조한 성장률과 고환율 때문에 한 단계 밀려나야 했다. 하지만 우리는 저력이 남아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변신한 국가는 지구상에 한국뿐이다.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2021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한국 지위를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높였다. 이런 나라도 지구상에 없다.

현재 3050클럽 중 국내총생산(GDP) 5위는 프랑스. 2022년 기준 2조7840억달러 수준이다. 프랑스를 앞서려면 우리 경제 규모(1조6652억달러)는 67% 이상 커져야 한다. 1인당 소득에서도 프랑스(4만2330달러)를 추월하려면 3만2142달러인 우리 소득은 5만달러보다 훨씬 늘어나야 한다.

소득 5만달러 관문은 세제·노동개혁

세계적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는 한국의 2040년 GDP 규모를 3조2000억달러로 전망했다. 이를 달성하면 우리의 1인당 소득은 7만달러 수준. 전제조건은 가혹하다.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4%에 달해야 한다. 작년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2%대인 점을 고려하면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다.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독일은 1%대에 머물던 성장률이 노동개혁 이후 2006년부터 6년간 4% 수준에 달했다. 성숙한 경제도 4%대 성장이 가능한 시대다.

한국의 고질병은 경직적인 노동시장과 낡은 세제다. 이를 걷어내면 우리도 다시 고성장을 뽐낼 수 있다. 고용과 해고가 자유롭고, 세율이 낮아지면 기업은 더 많은 투자에 나선다.

후진적 노조문화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해외 기업의 국내 유치는 더 어렵다. 한국을 금융허브로 만들고 싶어도 외국 금융사들은 노동귀족들 때문에 한국에 들어오지 않으려 한다. 우리 기업들은 오히려 해외로 발을 돌리는 상황이다. 높은 상속세율은 기업들의 '한국 탈출'을 부추기고 있다.

이민과 로봇경제가 인구 5000만명 지킨다

1인당 소득 5만달러를 달성하더라도 인구가 줄어든다면 경제성장이 아니라 정체 또는 축소다. 우리 인구는 2020년 5180만명을 정점으로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잠재성장률을 키우려면 5000만명을 유지해야 하는데 현실은 난감하다.

다양한 예산을 써서 출산을 유도해보려는 시도는 매번 무산됐다. 지난 16년간 저출산 대응에 280조원의 재정을 투입하고도 출산율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 예산 투입만으로는 출산율을 높이기 어렵다는 말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통해 인구밀도와 출산율이 반비례 관계임을 밝혀낸다. 아이들이 편하게 살 만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애를 낳을 거라는 건 당연한 진리다. 수도권 집중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지역 균형 발전도 필요한 이유다.

인구 5000만명 유지를 위해선 이민 수용에도 적극적이어야 한다. 우수한 외국 인재들이 한국에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로봇경제 활성화도 인구 5000만명 달성을 위한 조건이다. 가사용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한다면 '일과 가정의 양립'을 도와 저출산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 간병용 로봇도 나온다면 고령화 부담을 덜 수 있다.

자원 빈국 한국의 자산은 기업가정신

'한강의 기적'을 이끈 건 이병철, 정주영, 구인회 같은 1세대 창업자들이다. K기업가정신이 한국 대표 기업들을 만들고 경제 기적을 창조한 것이다. 자원도 자본도 없던 나라에서 삼성전자나 현대차처럼 세계적 대기업이 등장한 이유다.

앞으로 '5·5·5 강국' 비전을 이끌 주인공도 기업이다. 그러나 여전히 기업인들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심정이다. 숱한 법령들이 기업인들을 옥죄고 있다. 위반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특히 올해부터 50인 미만 영세기업을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한다고 한다. 소규모 기업의 경영자가 감옥에 가면 그 기업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안전도 중요하지만 일자리 자체가 사라질 처지다.

윤석열 정부는 경제형벌 조항을 점검해 140건의 과제를 담은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거대 야당에 막혀 국회 문턱을 넘은 법은 한 건에 불과하다. 한국에만 있는 대기업 총수지정제, 산업단지 입지 규제, 대형마트 휴일 영업 규제도 기업들 '신발 속 돌멩이'다. 경제단체장들이 내놓은 올해 신년사의 공통 단어는 '규제개혁'이다. 기업들이 신나게 뛸 수 있도록 발판을 깔아주지 못할망정 발목은 잡지 말아야 한다.

국가 운명 바꿀 정치혁신

'5·5·5 담대한 도전'은 정치혁신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외국은 난국을 헤치고 나라가 도약할 때마다 훌륭한 지도자들이 활약했다. 2002년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국민에게 인기 없는 '하르츠 개혁'이란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통해 당시 '유럽의 병자'로 불리던 독일을 구했다.

우리도 올해 4월 총선에서 '5·5·5 강국' 비전을 실현할 정치인들을 뽑아야 한다. 지난 4년간 진영 갈등 속 개혁을 단행하지 못한 건 정치 탓이 크다. 나라를 생각하는 정치인이라면 구시대적 낡은 노동 관행과 세제를 개혁해야 하는데 이번 국회는 한 발짝도 못 나갔다. 오히려 계층·세대·남녀 간 갈등만 키웠다. 표만 의식한 포퓰리즘 정책을 펼치다 나라 살림만 거덜 날 지경이다. 한국 미래를 책임질 정치인들을 뽑는 걸로는 부족하다. 정치시스템 혁신에도 나서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우리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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