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 역대급 난이도…구조조정 환경이 다르다

박종오 기자 2023. 12. 3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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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개'최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한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대출 보증채무를 지고 있는 사업장 수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은 과거의 건설사 구조조정과는 차이가 많다.

금융회사뿐 아니라 태영건설 채권을 보유한 일반 기업·투자자 등도 워크아웃 개시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이 지침을 처음 적용하는 까닭에 태영건설 워크아웃은 일반 기업 구조조정보다 이해관계 조정 절차 등이 훨씬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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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대출보증 채무사업장 121개
‘사공’ 많아져 조정 절차 복잡
대주주 자구노력이 회생 큰 변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태영건설 본사 모습. 연합뉴스

‘121개’

최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한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대출 보증채무를 지고 있는 사업장 수다. 태영건설 부실의 핵심으로 알려진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지식산업센터 개발 사업 외에도 서울 구로·마곡, 경기 광주·김포, 대전, 강릉, 부산, 경주, 창원, 김해 등 사실상 전국에 사업장이 흩어져 있다.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시공을 맡은 사업장에 돈을 빌려준 금융 채권단(피에프 대주단)은 무려 1천여개(중복 포함)에 이른다. 개발 시행사가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면 태영건설이 그 빚을 떠안아야 한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가시밭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까닭이다.

태영건설 금융 채권기관들은 1월11일 금융채권자협의회를 열어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여기서 채권자 4분의 3 이상(채권액 기준)이 동의해야 채권단 공동 관리 및 빚 상환 유예가 적용된다. 워크아웃 개시인 셈이다. 만약 동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은 과거의 건설사 구조조정과는 차이가 많다.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건설사 워크아웃은 옛 금호아시아나그룹 산하 금호산업(현 금호건설, 2009년) 이후 10여년 만이다. 그 사이 구조조정 환경이 변했다. 워크아웃 근거법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2016년 개정을 거치며 적용 대상이 기존 ‘금융기관’에서 ‘모든 금융 채권자’로 확대됐다. 금융회사뿐 아니라 태영건설 채권을 보유한 일반 기업·투자자 등도 워크아웃 개시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4분의 3 이상’이라는 워크아웃 요건을 만족하기가 까다로워졌다는 얘기다. 채권단 관계자는 “제2·3금융권은 물론 공모로 발행한 회사채 보유자까지 대상에 포함되는 만큼 과거와는 판이 완전히 다르다”고 전했다.

금융 당국의 피에프 정상화 지침을 워크아웃 현장에 처음 적용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금융감독원은 앞서 2012년 ‘워크아웃 건설사 경영 정상화 계획 이행 약정(MOU)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대규모 개발 사업을 하는 건설사는 은행에서 직접 빌린 돈보다 피에프 사업에 대출 보증을 선 금액이 훨씬 더 큰데, 채권은행과 피에프 대주단이 자금 지원을 서로 미루는 ‘핑퐁 금융’으로 건설사가 돈줄이 말라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조처다.

이 지침을 처음 적용하는 까닭에 태영건설 워크아웃은 일반 기업 구조조정보다 이해관계 조정 절차 등이 훨씬 복잡해졌다. 예컨대 피에프 대주단은 태영건설 채권단 내에 별도의 협의회를 만들어 산업은행 등 주요 채권은행과 자금 지원, 의견 조정 등을 협상하게 된다. 개별 실사를 거쳐 피에프 사업장별 처리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구조조정에 관여하는 ‘사공’이 부쩍 많아진 탓에 배가 산으로 갈 수도 있는 셈이다.

“태영건설 정상화를 최대한 유도하겠다”며 사실상 기업 지원과 회생에 무게를 둔 이번 정부 구조조정 방침의 키는 태영건설 대주주의 자구 노력에 달려 있다. 대주주가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해 먼저 신규 자금(뉴머니)을 대거 투입해야 채권단의 동의 및 신규 대출 등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엔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 완장을 차고 길을 뚫었지만, 지금은 산은도 채권 금융기관 중 하나일 뿐이고, 훗날 감사원의 감사에 대한 두려움도 있어 구조조정을 일방적으로 끌고 가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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