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시평] 새해를 열며, 화이부동이다

2023. 12. 3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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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이하여 청룡의 비상을 꿈꾼다.

미래 한국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기백과 풍요를 상징하는 갑진년에 거는 기대다.

유사 이래 한국은 최고의 전성기다.

한류가 세계를 휩쓸면서 외국인들은 한국을 동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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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하드·소프트파워 전성기
비상하는 청룡의 해 기대 속
저출산·국론분열 위기감 커
팬덤정치에 휩쓸리지 말고
변화의 동력으로 다름을 보자

새해를 맞이하여 청룡의 비상을 꿈꾼다. 미래 한국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기백과 풍요를 상징하는 갑진년에 거는 기대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다. 바깥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공급망 분열과 함께 미·중 갈등이 신냉전으로 치닫고, 안으로 초저출산과 급고령화 추세 아래 가족 붕괴와 지역 소멸이 나타나고 있다. 사회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다. 일손도 부족하고 성장도 멈춘다. 그간 우리가 이룬 압축발전이 압축해체로 바뀌고 있다. 선진국이 되었다고 방심할 일이 아니다.

유사 이래 한국은 최고의 전성기다. 하드 파워인 경제력에서 세계 10위권이고, 소프트 파워인 문화력에서 세계 15위권이다. 제조업 강국으로 글로벌 중추국가로 갈 수 있다. 한류가 세계를 휩쓸면서 외국인들은 한국을 동경한다. 팝송의 BTS, 소설의 '채식주의자', 영화의 '기생충', 드라마의 '오징어 게임', 피아노의 임윤찬 등 대단하다. 구글에선 비빔밥이 레시피 검색에서 세계 1위다. 그러나 삶의 만족도, 자살률, 산재율, 노인빈곤율, 주간근로시간, 행복지수, 어린이 웰빙지수, 법치, 신뢰 등 삶의 질에서 한국은 선진국 중 뒤처져 있다.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면서 성공의 덫에 걸려 있다. 가난과 빈곤을 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오면서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했다. 신념윤리가 부족했다. 공정이 저해되고 정의가 무너졌다. 살기 위한 치열한 경쟁 아래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가 갈렸다. 승패를 관리하는 공정한 게임의 규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기회균등은 위법과 특혜로 망가졌다. 능력주의는 또 다른 세습을 낳았다. 낙오하면 재기의 기회가 없었다. 혐오와 불신이 자라났다. 젊은 세대는 정의를 믿지 않는다. 좌절하고, 분노한다.

지난해의 사자성어로 대학교수들은 견리망의(見利忘義)를 선정했다. 한국 사회의 중심에 있는 지도층이 모범을 보이지 못한다. 특히 정치인이 사회를 바르게 이끌기보다 권력과 명리를 위해 편 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팬덤을 몰고 다니며 이념과 정책을 채색하여 국민을 허위의식에 빠뜨린다. 보수와 진보 사이의 정권이 바뀌어도 변화가 없다. 자기편이면 틀린 것도 맞고, 상대편이면 맞는 것도 틀린다. 선치(善治)는 없고 비정(秕政)이 대신한다.

올해 총선을 맞아 국민의 현명한 선택이 중요하다. 미래 존속을 위해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비전과 소신을 갖춘 대표가 필요하다. 군소 정당을 포함하여 국민 대표성을 높일 수 있도록 연동형 아래 비례대표제 의석을 늘리고 지역구를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해야 한다. 작금의 단순 다수 승자독식에 따른 권력 독점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제도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 권력 공유가 가능한 합의제 민주주의(consensus democracy)가 대안이다. 비록 대통령제이지만 입법연대, 정책연합, 연립정부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터야 한다.

오늘의 한국은 갈라질 대로 갈라져 있다. 다원화되고 전문화된 결과다. 기존의 계층, 이념, 지역뿐만 아니라 새로운 세대, 젠더, 고용 사이의 갈등이 서로 교차하면서 중복되어 있다.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계층 간의 반목을 가져왔고, 광장의 팬덤정치에 따른 진영 대립이 이념에서 '두 국민(two nations)'을 만들고 있다. 국가의 몰락은 내부 분열에서 시작한다. 화합의 길이 없지 않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이다. 같음도 있고 다름도 있다. 변화의 동력으로 다름을 보자. 줏대 없이 휩쓸리지 말자.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소통과 대화를 통해 신뢰와 연대를 회복해야 한다. 같이 가면 멀리 갈 수 있다. 지속가능한 우리의 미래를 위한 공감과 동행이다.

[임현진 서울대 명예교수·정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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