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매일 '8만6400달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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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해보시라.
매일 아침 당신이 눈을 뜰 때마다 계좌에 자동으로 8만6400달러가 입금된다.
당신에겐 매일 '8만6400초'의 시간이 주어진다.
당신에게 주어진 '8만6400달러'를 그냥 길바닥에 버리며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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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해보시라. 매일 아침 당신이 눈을 뜰 때마다 계좌에 자동으로 8만6400달러가 입금된다. 그리고 매일 밤 그 돈은 계좌에서 사라진다. 당신이 깨어 있는 동안 얼마를 썼건 상관없다. 다음날 어김없이 또 8만6400달러가 들어온다. 밤이 되면 또 사라진다.
어떤가. 이런 일이 생긴다면 매일 이 돈을 잘 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 같지 않은가.
이게, '시간'이라면. 당신에겐 매일 '8만6400초'의 시간이 주어진다. 24시가 넘어가면 사라진다. 이래도 시간을 낭비할 것인가.
이 발칙한 '시간 상상'은 유튜브 '짤'로 돌고 있는 내용이다.
시간만큼 공평한 것도 없다. 인간이면 누구나 하루 24시간, 물리적인 시간을 부여받는다. 부자건 가난하건, 늙었건 젊었건 상관없다. 결국, 인생의 승부, 시간 활용 여부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는 셈이다. 당연히 세계적인 석학들도 이런 시간에 대한 다양한 비유를 내놓고 있다.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란 책에는 '인생 시계' 비유가 나온다. 인간의 평균수명을 80세 정도로 가정한다. 하루 24시간을 인생에 주어진 시간, 80년으로 환산하면 1년에 18분씩이 배정된다. 50세 반환점을 넘어선 본 기자, 인생 시계의 시각은 오후 3시다. 인생 시계로 나이를 바라보면 이거 섬뜩하다. 0시면 저세상으로 가는데,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김 교수의 '인생 시계'를 보다 살벌하게 표현한 이가 케빈 켈리다. 그는 '카운트다운 시계'라는 개념을 쓴다. 켈리는 자신의 신상정보를 입력해서 얻은 '사망 예측 나이'를 역으로 계산해 '앞으로 살날'을 추산한다. 컴퓨터 화면에 출력되도록 설정하고 마침내 '인생 카운트다운 시계'를 만들어낸다.
째깍째깍. 카운트다운 시계는 거꾸로 간다. 1분 1초를 농밀하게 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통계청은 '기대여명'으로 인생 시계를 표현한다. 평균과 통계의 한계는 있지만 40세 기준 기대수명은 41.5~47.3년 정도다. 위안은 된다. 기대여명 한계치까지만 살아도 앞으로 살날이 30년은 된다. 평생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꽉꽉 눌러 쓰고 싶은 분들은, 당신만의 카운트다운 시계를 만들면 된다. 대한민국 여행지 중에는 1년을 꽉 채워 낭비하지 말고 살라고 '1년 시계'를 만들어놓은 곳이 있다. 정동진, 모래시계다.
밀레니얼 시대 1999년 12월 제작된 이 모래시계는 정확히 1년짜리다. 모래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데 딱 1년이 걸린다. 2023년 계묘년 전체 모래가 죄다 아래로 떨어지는 12월 31일, 회전식을 연다. 모래시계가 회전하면 2024년 갑진년 새해 첫날, 다시 힘차게 모래가 떨어진다.
마침 '용의 해' 첫날이다. 새해만 되면 '맹세'와 '확언' 산업이 판을 친다. 다이어리가 쏟아져나오고 긍정확언, 작심삼일 같은 키워드가 유행처럼 번진다. 이런 산업의 공통점이 있다. 결국 시간을 농밀하게 쓰자는 차원이다.
영화 '빠삐용'에서 빠삐용에게 종신형의 올가미를 씌운 죄목, 기억나시는지. 그게 '인생을 낭비한 죄'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시라. 당신에게 주어진 '8만6400달러'를 그냥 길바닥에 버리며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시는가. 그렇다면 볼 것 없다. 이참에 동해 정동진 한번 찍어보시라. 한 알 한 알 쉴 새 없이 떨어지는 모래알을 보며 쌓이는 '두께감'을 느껴보시라. 정신이 번쩍 드실 게다.
[신익수(여행·레저)전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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