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심화수학 제외는 하향평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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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하는 학생은 두 부류로 나뉜다.
아예 포기가 아니면 학습 부담은 비슷한바 하나라도 더 얻어가는 수능 심화수학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킬러문항 배제, 심화수학 제외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교육판 공매도 금지'다.
세상엔 킬러문항보다 훨씬 까다로운 문제, 답안지 없는 문제가 수두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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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하는 학생은 두 부류로 나뉜다. 막혔을 때 답지를 보는 쪽과 안 보는 쪽. 전자는 비슷한 문제는 곧잘 맞히지만, 유형이 조금만 바뀌어도 우수수 틀린다. 학창 시절 친구들은 "잘 낸 시험"이라고 호평했다. 요즘은 '킬러문항'이라고 마녀사냥당한다.
교육부가 2028학년도 수능부터 심화수학을 뺐다. 이제 벡터는 없고 미적분은 맛보기 수준이다. 사실상 안 가르치겠다는 얘기다. "너무 어렵고 사교육을 유발해서"라는 변명부터 부실하다. 말이 심화수학이지, 기실 '보통수학'이다. 예전엔 다 익혔고, 지금도 수학 수험생들의 최다 선택이 미적분이다. 해볼 만하다는 뜻이다.
교육부 장관이 강조한 문제 해결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미분방정식을 못 풀면 경제학 공부가 안된다. 물리학을 배울 때 삼각함수와 로그함수 적분은 구구단처럼 할 수 있어야 한다. 벡터는 인공지능(AI)의 기초다. 벡터를 모르면 챗GPT로 말장난할 수는 있어도, 챗GPT를 만들 순 없다. 이공계에선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거라고 우려한다.
필요하면 학부에서 해도 된다는 주장은 난센스다. 학생은 비싼 수업료 내고 쉬운 거를 배워서, 대학은 박사급 인력을 산수 가르치는 데 낭비해서 손해다. 내신으로 보자는 말도 앞뒤가 안 맞는다. 수능만큼 고품질일 때나 고려해봄직하다. 아예 포기가 아니면 학습 부담은 비슷한바 하나라도 더 얻어가는 수능 심화수학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교육철학이 있는지부터 의심스럽다. 킬러문항 배제, 심화수학 제외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교육판 공매도 금지'다. 정파의 단기 이익과 국가의 미래를 맞바꾸는 포퓰리즘이다. 원래 공부엔 고통이 따른다. 운동으로 근섬유를 찢어야 회복 과정에서 근육이 커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제 수준보다 좀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해설 안 보고 고민하며 밤을 지새운 경험이 있어야 실력이 는다. 세상엔 킬러문항보다 훨씬 까다로운 문제, 답안지 없는 문제가 수두룩하다. 그때도 나서서 보모 노릇할 텐가. 어렵다고 안 가르치는 건 교육이 아니라 '방임'이다. 어려운 걸 잘 가르치는 게 교육이다.
[서정원 사회부 jungwon.seo@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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