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측근 중 측근 ‘김대기’ 전격 경질 이유는?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용산 대통령실의 '핵심 권력' 3실장이 모두 교체됐다. 그간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으로서 인사·정책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67)이 물러나고, 이관섭 정책실장(62)이 새 비서실장으로 지명됐다. 새 정책실장엔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53)가, 신임 국가안보실장엔 장호진 외교부 제1차관(62)이 임명될 예정이다. 대통령실 3실장의 임기는 2024년 1월1일부터 시작된다.
윤 대통령의 대통령실 개편은 2023년 12월28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구설이 끊이지 않았지만 대통령의 깊은 신뢰가 깔렸기에 김대기 전 비서실장의 수명은 4월 총선까지 연장될 것이라는 게 여권의 중론이었다. 윤 대통령이 '김대기 체제'를 '이관섭 체제'로 전면 개편함으로써 대통령의 정국운영 방식이나 태도에 새로운 변화가 나타날지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총선을 4개월 앞두고 국민의힘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출범시킨 가운데, 이에 맞춰 윤 대통령도 당의 변화에 상응하는 인적 쇄신을 단행한 모양새다. '1973년생 한동훈'의 등장으로 당과 정치권에서 세대교체 기대가 생겼다면 용산 대통령실에선 1950년대생 김대기가 물러나고 '1960년대생 이관섭'이 올라간 것이다.
'한동훈 비대위'에 상응하는 '용산'의 변화
다만 여권 일각에선 이번 인사가 그간 누적된 '김대기 책임론'에 따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 취임 이래 30% 박스권을 맴도는 정체된 지지율과 반복된 인사 난맥상, 여기에다 비서실이 주도했던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등의 여파가 김 실장 퇴진의 주요 요인이 됐다는 후문이다.
김대기 전 비서실장은 명실상부한 '대통령실 2인자'였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답게 대통령이 속얘기까지 터놓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여권 내 평판이 썩 좋았던 것은 아니다. 김 전 실장이 이른바 '대통령 심기 경호'에 치중한 나머지 쓴소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당과 정부 곳곳에서 제기됐다. 심지어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답답하다는 하소연이 나오곤 했다.
특히 임기 한 달여 전부터 김 전 실장의 가족과 관련한 '비리 의혹' 혹은 특정 대기업의 'CEO 인사 개입설' 등이 시중에 도는 지라시를 통해 집중적으로 불거졌다. 이 대목에 대해선 김 전 실장이 윤 대통령에게 해명하고 대통령실 측이 경찰에 수사 의뢰함으로써 무고하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는 있다. 여기에 최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명품백 수수 논란'까지 불거지자 김 비서실장의 입지가 더욱 좁아진 것으로, 정무적으로는 국민의힘에서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김기현 대표의 사퇴 등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책임을 지고 주요 인사들이 물러났는데 용산 대통령실에는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지적을 받은 게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사정에 정통한 여권 한 관계자는 "정부 지지율이 정체된 상황에서 인사 난맥이 반복되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며 "여기에 부산 엑스포 개최까지 실패하고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니 '비서실장이 대통령에게 바른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당과 정부 내에서 크게 터져 나왔다"고 귀띔했다. 이어 "이번 비서실장 교체가 이 같은 요구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응답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관섭 비서실장, 정무감각으로 尹신임 얻어
여권 내 시선은 이제 신임 이관섭 비서실장에게 쏠리고 있다. 이관섭 실장은 윤석열 정부 첫 국정기획수석으로 임명된 후 윤 대통령에게 정직한 상황 보고, 합리적인 대안 제시, 관료 출신답지 않은 입체적 정무감각에서 윤 대통령의 점수를 딴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관섭 실장은 국정기획수석 시절부터 강한 그립으로 정무적·정책적 판단을 주도하며 '왕(王)수석'으로 불렸다. 2022년 8월 정책기획수석에 임명될 때 초등학교 5세 입학 정책과 주 52시간 근무제 논란으로 정부 내에 혼선이 빈발하자 '정책 조율사'로 발탁됐는데 그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평이다.
그 후 정책기획수석은 국정기획수석이라는 이름으로 개칭돼 홍보수석실 산하 국정홍보비서관직을 넘겨받았다. 이관섭 실장이 정책실장으로 영전된 후엔 경제수석, 사회수석, 시민사회수석실까지 관장하게 됐고, 신년부터 과학기술수석직도 신설 관리하게 된다. 최근 윤 대통령이 대구 달성군 사저를 방문하는 등 잇달아 박 전 대통령과 만나는 과정에서 TK(대구·경북) 출신인 이관섭 실장의 기획과 네트워크가 작동했다고 한다. 여권 일각에선 "이관섭 실장이 용산 대통령실의 신데렐라처럼 상승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11월30일, 이 실장은 수석에서 정책실장으로 올라서며 여당과의 협의 및 조정을 담당하는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했다. 이후 한 달도 되지 않아 윤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비서실장으로 승진 임명된 것이다. 총선 정국에서 이관섭 실장의 역할과 존재감도 그만큼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장관급인 비서실장은 대통령실의 인사·정책 전반을 관장하는 정부 요직이다. 비서실장은 산하에 정무·시민사회·홍보수석실을 두고 장관 등 정부 관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 매일 대통령을 대면하며 국정 현안을 논의하는 중책이란 점에서 국무총리보다 더 막강한 '권력 실세'라 할 수 있다.
이 수석은 서울대 경영학과 1980년 입학 학번이다. 행정고시를 거쳐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잔뼈가 굵어 차관까지 지낸 후 문재인 정부 때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맡았는데 탈원전 정책에 적극 순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임기 도중 경질됐다.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은 이관섭 실장의 소신 행보에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신임 안보실장에 지명된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이념적 입장이 선명하면서도 집행 과정에선 현실주의적 외교안보를 중시하는 외교관이라는 평판이 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1980년 입학 학번으로 외무고시 16회에 최연소로 합격했다. 동구과장, 북미국장, 러시아 대사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외교부를 떠나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외교안보특별위원으로 활동했고, 지난 대선 때는 윤석열 대선캠프에 공식 멤버로 참여했다.
이관섭 비서실장 승진으로 빈자리가 된 정책실장은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가 맡는다. 성태윤 신임 정책실장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0년생 학자로, 언론 기고 등을 통해 자유주의적 시장 경제관의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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