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업계 "비급여 '도수치료' 보험료 누수 주범" 불편한 시선 [이슈 속으로]

이병훈 2023. 12. 3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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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 인상 맞물려 논란 가열
상반기에 지급 실손보험금만 6500억
이미 2022년 전체 지급액의 57% 차지
업계, 보험금 지급 기준 강화 돌입
소비자·보험사 분쟁도 5년 새 56% ↑
보험연구원 “보험사기 의뢰 증가세
명확한 치료기준 없고 비용 천차만별”
의료계는 “누수 책임 떠넘기기” 반발
일각선 “엄격한 심사로 문턱 높여야”
관절, 근육 등에 통증이 느껴질 때 병원에서 받는 ‘도수치료’가 손해보험업계의 ‘주적’으로 지목되고 있다. 도수치료로 인해 지급되는 보험금이 전체 지급금 중 지나치게 높은 비중을 차지해 손해율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년 손해보험료 인상을 발표하면서 업계가 도수치료를 직접적으로 언급했을 정도다. 도수치료가 과잉진료나 보험사기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의료계에서는 보험업계가 의료행위에 대해 간섭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보험사 손해를 의료계에 돌린다는 불만도 제기한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가입자 보험료를 합리화하기 위해 도수치료·영양제 주사 등 일부 문제 비급여 항목에 대한 과도한 실손 보장과 관련해 개선 방안을 모색해 관계 당국에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29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실손의료보험 도수치료 현황과 과제’는 올해 상반기에만 도수치료로 지급된 실손보험금이 6500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1조1430억원)의 56.9%에 달한다고 밝혔다.

도수치료란 근골격계질환의 증상을 개선하기 위한 비수술 치료의 일종으로, 물리치료사가 손 등 신체의 일부를 이용해 척추, 관절, 근육, 인대의 근육과 연부 조직 등을 이완시켜 통증을 줄여 주는 치료를 가리킨다.

최근 근골격계질환 환자는 증가하는 추세다. 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건강보험적용 대상자 중 도수치료를 받은 비율은 34.3%로, 2009년(26.4%) 대비 7.9%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3분의 1이 도수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는 의미다.
전 연령에 걸쳐 스마트폰 보급률이 늘어나면서 목디스크 등 관련 질환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급격한 고령화 등으로 인해 근골격계질환 환자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도수치료가 일반화하고 접근성이 늘어난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도수치료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손보업계는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도수치료는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적용을 받아, 환자는 자신이 가입한 실손보험에 보험금을 청구하게 된다. 보험사가 지급해야 하는 규모도 작지 않다. 비급여 적용을 받아 치료비가 많이 발생하고, 치료가 일회성이 아닌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손보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실제 도수치료는 보험사가 지급하는 실손보험금 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도수치료로 지급된 보험금은 전체 실손보험금의 약 1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골격계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09∼2019년 연평균 3.2% 증가한 반면, 근골격계질환 관련 비급여 항목의 지급보험금은 2018∼2022년 15.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증가하는 환자 수보다 큰 폭으로 지급 보험금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도수치료 비용이 상승 추세인 데다, 비급여 치료인 특성상 병원마다 금액이 천차만별인 점도 보험금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도수치료 평균 금액은 10만7027원으로 전년 대비 3.7%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금액은 60만원으로 중간금액인 10만원 대비 6배나 더 비쌌다. 상급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보다 소규모인 의원급으로 갈수록 비용이 증가하는 양상도 보였다.
이에 업계는 도수치료를 포함한 비급여 치료에 대한 보험금 지급 문턱을 높이고 있다. 2021년에는 업계와 금감원이 공동으로 ‘비급여누수방지 TF’를 구성해 도수치료 등 9개 비급여항목에 대해 지급기준 강화 작업을 시도하기도 했다. 정부도 의료계의 비급여 치료 내역을 들여다보기 위해 2020년 12월 의료법 개정을 통해 ‘비급여 보고제’ 도입을 결정했고, 지난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의료기관이 정부에 비급여 진료 내역을 제출하도록 했다.

보험금을 지급받으려는 소비자와 보험사 간 분쟁은 증가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기준 분쟁조정 신청건수는 1만9783건(중복 제외)으로, 5년 전 같은 기간(1만2722건) 대비 55.5% 증가했다. 업계는 도수치료와 백내장 등 비급여 치료 건수가 급격히 늘어나며 관련한 분쟁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일부의 보험사기, 비양심적인 치료 등으로 인해 소비자가 보험금을 지급받기가 한층 어려워진 셈이다.

일각에서는 도수치료가 보험사기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어, 보다 엄격한 심사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도수치료를 가장해 성형이나 피부미용 시술 등을 받아 보험사기 혐의로 수사 의뢰된 환자는 총 3069명으로 나타났다.

최근 금감원 보험사기대응단 발표에 따르면 한방병원 도수 치료실을 운영하면서 물리치료사 자격증이 없는 피부관리사, 마사지사에게 마사지를 시킨 뒤 도수치료를 한 것처럼 허위 진료비 영수증을 발급해 줘 보험금 2억6000여만원을 타내도록 돕다가 발각된 보험설계사도 있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보고서를 작성한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도수치료는 명확한 치료 기준이 부재하고 의료기관 처방에 따라 비용·구성이 달라 소비자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며 “관련 보험사기 수사 의뢰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수치료는 의료기관별 편차가 큰 편이므로 치료 시간과 비용에 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소비자의 의료 이용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의료계는 도수치료를 실손보험 손실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보험업계에 대해 “의료행위에 간섭한다”며 비판적인 입장이다. 의료행위와 진단은 의료인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에 따라 시행하는 것인데, 도수치료가 마치 과잉진료의 대표적인 예시로 언급되며 책임 소재를 의료기관에 돌리고 있다는 불만이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실손보험에 도수치료를 보장하는 것이 (업계의) ‘마케팅 포인트’였고, (도수치료가) 의료 이용 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아서 광범위해진 것”이라며 “(보험업계가) 자신들의 손해를 의료계에 자꾸 떠넘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의사협회는 보험업계가 과잉진료 실손보험을 손질한다며 일부 업체가 “도수치료는 치료 방법이나 횟수 등에 대한 의학적인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내용이 포함된 안내 문자메시지를 발송하자 강력 반발한 바 있다.

당시 의사협회는 “금감원과 손보업계가 도수치료 등을 과잉진료라고 호도하고 있으며, 도수치료가 임상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논문은 많다”고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과잉진료’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진료의 효과성 여부와는 별개의 개념이라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급여 영역에서 나오지 않는 미충족 의료에 대한 부분은 (의료계가) 개발할 수밖에 없다”며 “일부에서 브로커 등이 개입한 보험사기 등은 고발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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