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업계 "비급여 '도수치료' 보험료 누수 주범" 불편한 시선 [이슈 속으로]
상반기에 지급 실손보험금만 6500억
이미 2022년 전체 지급액의 57% 차지
업계, 보험금 지급 기준 강화 돌입
소비자·보험사 분쟁도 5년 새 56% ↑
보험연구원 “보험사기 의뢰 증가세
명확한 치료기준 없고 비용 천차만별”
의료계는 “누수 책임 떠넘기기” 반발
일각선 “엄격한 심사로 문턱 높여야”
29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실손의료보험 도수치료 현황과 과제’는 올해 상반기에만 도수치료로 지급된 실손보험금이 6500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1조1430억원)의 56.9%에 달한다고 밝혔다.
도수치료란 근골격계질환의 증상을 개선하기 위한 비수술 치료의 일종으로, 물리치료사가 손 등 신체의 일부를 이용해 척추, 관절, 근육, 인대의 근육과 연부 조직 등을 이완시켜 통증을 줄여 주는 치료를 가리킨다.
도수치료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손보업계는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도수치료는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적용을 받아, 환자는 자신이 가입한 실손보험에 보험금을 청구하게 된다. 보험사가 지급해야 하는 규모도 작지 않다. 비급여 적용을 받아 치료비가 많이 발생하고, 치료가 일회성이 아닌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손보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실제 도수치료는 보험사가 지급하는 실손보험금 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도수치료로 지급된 보험금은 전체 실손보험금의 약 1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골격계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09∼2019년 연평균 3.2% 증가한 반면, 근골격계질환 관련 비급여 항목의 지급보험금은 2018∼2022년 15.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증가하는 환자 수보다 큰 폭으로 지급 보험금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보험금을 지급받으려는 소비자와 보험사 간 분쟁은 증가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기준 분쟁조정 신청건수는 1만9783건(중복 제외)으로, 5년 전 같은 기간(1만2722건) 대비 55.5% 증가했다. 업계는 도수치료와 백내장 등 비급여 치료 건수가 급격히 늘어나며 관련한 분쟁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일부의 보험사기, 비양심적인 치료 등으로 인해 소비자가 보험금을 지급받기가 한층 어려워진 셈이다.
일각에서는 도수치료가 보험사기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어, 보다 엄격한 심사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도수치료를 가장해 성형이나 피부미용 시술 등을 받아 보험사기 혐의로 수사 의뢰된 환자는 총 3069명으로 나타났다.
의료계는 도수치료를 실손보험 손실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보험업계에 대해 “의료행위에 간섭한다”며 비판적인 입장이다. 의료행위와 진단은 의료인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에 따라 시행하는 것인데, 도수치료가 마치 과잉진료의 대표적인 예시로 언급되며 책임 소재를 의료기관에 돌리고 있다는 불만이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실손보험에 도수치료를 보장하는 것이 (업계의) ‘마케팅 포인트’였고, (도수치료가) 의료 이용 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아서 광범위해진 것”이라며 “(보험업계가) 자신들의 손해를 의료계에 자꾸 떠넘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의사협회는 보험업계가 과잉진료 실손보험을 손질한다며 일부 업체가 “도수치료는 치료 방법이나 횟수 등에 대한 의학적인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내용이 포함된 안내 문자메시지를 발송하자 강력 반발한 바 있다.
당시 의사협회는 “금감원과 손보업계가 도수치료 등을 과잉진료라고 호도하고 있으며, 도수치료가 임상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논문은 많다”고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과잉진료’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진료의 효과성 여부와는 별개의 개념이라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급여 영역에서 나오지 않는 미충족 의료에 대한 부분은 (의료계가) 개발할 수밖에 없다”며 “일부에서 브로커 등이 개입한 보험사기 등은 고발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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