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잠발라야·오크라 김치...어디도 없는 음식으로 뉴욕서 입소문 났죠"

박소영 2023. 12. 3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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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떠오르는 수출 에이스
미 뉴욕 맨해튼 퓨전 식당 KJUN 정재은 셰프
미 남부 뉴올리언스 음식과 한식의 결합 시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한식과 케이준의 퓨전 음식 식당 KJUN을 운영하고 있는 정재은 셰프. 정재은 세프 제공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23일 오후 3시, 미국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의 작은 레스토랑 KJUN에는 5개의 테이블이 꽉 차 있었다. 좁은 테이블에 붙어 앉은 손님들 사이에는 연휴의 들뜬 분위기가 흥겹게 이어졌다. 테이블마다 당면이 들어간 해산물 자장면, 고추장과 버터밀크에 함께 재워 튀긴 프라이드치킨, 김치가 들어간 잠발라야, 오크라 김치 등 한국인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메뉴가 올라있었다. 가게에서는 현진영의 '흐린 기억 속의 그대',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백홈' 등 1990년대 한국 가요가 흘러나왔다. 5, 6명의 직원이 바삐 일하는 주방에서 테이블을 향해 "필요한 거 있으세요?"를 외치는 한국인 여성이 셰프 정재은씨였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한식과 케이준 음식의 퓨전 음식을 선보이는 KJUN의 메뉴들. 정재은 셰프 제공

2022년 9월 문을 연 KJUN은 한식과 미국 남부의 케이준 스타일을 이색적으로 접목한 퓨전 식당이다. 이곳은 뉴요커, 뉴욕타임스, 이터 등 현지 언론에 소개되면서 최근 뉴욕의 최고 레스토랑 중 하나로 꼽히며 유명세를 쌓고 있다. 그동안 눈길을 끈 한식당들이 주로 고급 레스토랑이라면 이곳은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다.

특히 유명 메뉴인 오크라 김치아프리카가 원산지인 뉴올리언스의 대표 채소 오크라에 고춧가루와 매실액, 마늘, 생강 등 한국식 양념을 버무려 담갔다. 오크라에서 나오는 진액 때문에 뉴올리언스에서는 튀기거나 피클로 만들지만 정 셰프는 1년 동안 진액 빼는 법을 찾아 나섰다. KJUN에서는 한국의 국밥 같은 뉴올리언스 전통 음식 검보와 오크라 김치를 함께 낸다. 정 셰프는 "검보는 먹으면 국밥처럼 속이 시원하고 든든하다"며 "국밥에 김치가 빠질 수 없듯 검보와 오크라 김치를 짝지었다"고 말했다.


팬데믹 시기 팝업으로 시작한 퓨전 식당 KJUN

미국 뉴욕 맨해튼의 퓨전식당 KJUN의 인기 메뉴인 뉴올리언스의 대표 채소인 오크라로 담근 김치. 박소영 기자

한국에서 번역가로 일했던 정 셰프는 2009년 미국에 와 유명 요리 학교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를 나왔다. 그는 4년 동안 뉴올리언스에서 인턴을 하면서 케이준에 푹 빠졌다. 정 셰프는 "뉴올리언스는 빵보다 밥을 많이 먹고 김치와 비슷한 피클을 먹는 등 한식과 비슷했다"고 말했다. 그는 케이준 음식과 한식을 접목한 메뉴를 고민했고 모든 레스토랑이 문을 닫아야 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 실행에 옮길 기회가 찾아왔다. 2014년 뉴욕으로 돌아와 유명 레스토랑에서 일했던 정 셰프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에 공허했다"며 "재미있는 걸 해 보자는 생각에 일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2021년 3월 그는 한 레스토랑에 '1,000달러를 줄 테니 가게 주방을 쓰게 해 달라'고 제안해 작은 테이크아웃 매장을 열었다. 그린 토마토를 동치미처럼 담근 김치, 오크라 김치, 프라이드치킨, 김치잠발라야 등이 메뉴였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정 셰프는 "처음엔 '(뉴욕 최고 해산물 레스토랑 중 하나인) 르 버나르딘의 셰프가 팝업을 연다더라'며 관심을 모았다"며 "시간이 가면서 어디서도 맛본 적 없는 음식이라면서 입소문이 났다"고 말했다. 팬데믹 기간 그의 팝업은 장소를 옮겨 다니며 1~3개월씩 열렸다. 이때 얻은 인지도로 미국 케이블 방송의 장수 프로그램 '톱 셰프' 19 시즌에도 출연했다.


"빠르게 느는 한식당... 메뉴엔 자기만의 스토리 담아야"

12월 23일 미국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의 한식과 케이준 음식의 퓨전 식당인 KJUN의 외관. 박소영 기자

그런 정 셰프가 레스토랑의 전쟁터 맨해튼에 투자자도 없이 보증금과 첫 달 월세만 가지고 가게 문을 열었다. 그는 "가게 로고 디자인도 직접 했고 주방 기구도 중고를 사서 고쳐 쓴다"면서 "에어컨은 뉴욕타임스에 소개된 뒤 가게가 잘돼서 달고 간판도 지난주에야 달았다"며 웃었다. 그에게는 단골손님들이 버팀목이다. 이들이 가게 자리를 알아봐 줬고 그림도 선물했다.

그는 최근 한국 식당과 K푸드가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정 셰프는 "한국 식당이 없던 동네에도 퍼지고 있다"며 "중국 식당이나 스시집처럼 김밥 전문 체인점 등이 대중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도 메뉴가 너무 비슷해지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걱정했다. 그는 "각자가 메뉴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은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음식만 파는 게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과정과 얘기를 담은 문화를 전달한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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