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성 자금' MMF 뭉칫돈…새해 美 증시 버팀목될까

방성훈 2023. 12. 3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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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MMF 자산 8250조원…올해에만 1520조원 유입
내년 연준 금리인하 초기까지 자금유입 지속 전망
MMF 이자 수익 390조원…수수료 수익도 10조원 육박

[이데일리 방성훈 이소현 기자] 2024년을 앞두고 단기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대기성 자금 격인 머니마켓펀드(MMF)에 뭉칫돈이 몰렸다.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전까지 고금리 수익률을 노린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면 MMF 자금이 증시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어, 올해에 이어 내년 상반기 증시를 떠받치는 기둥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AFP)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국 MMF 자산 총액은 올해 11월 말 6조3500억달러(약 8248조6500억원)를 넘어섰다.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1조1700억달러(약 1519조8300억원)가 밀려든 영향이다. 2012~2022년 연평균 1790억달러가 유입됐던 것과 비교하면 6.5배에 달하는 규모다.

MMF는 단기 국채 등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일종의 뮤추얼펀드다. 짧은 자금을 운용하는데 좋은 만큼 대가성 자금으로 여겨진다. 국공채,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신용위험이 거의 없는 상품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기 때문에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연준의 잇단 금리 인상과 고금리 장기화 전망으로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MMF에 자금이 대거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은행권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했고, 임시 피난처 역할을 하는 MMF에 대한 자금 유입은 가속화했다. MMF는 은행 계좌처럼 여유 현금을 예치하고 자유롭게 입출금할 수 있다.

미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우려로 장기 국채 투자보다 단기 국채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주식 혹은 주식형 펀드보다는 낮지만 은행권보다 높은 이율을 제공한다는 점 역시 매력으로 꼽힌다. 12월 15일 현재 이율은 5.21%다. 상당수 은행 계좌 이율이 1% 미만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미국인들이 올해 MMF를 통해 벌어들인 이자 수익은 약 3000억달러(약 389조70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0년 간 초저금리 시기의 이자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피델리티, 뱅가드, 찰스 슈왑 등 MMF 제공업체들의 수수료 수익도 올해 76억달러(약 9조 87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연준의 금리 인상 전인 2022년보다 10억달러 이상 많다. 2021년과 비교하면 약 35% 급증했다. 외신들은 “MMF는 지난 수년간 손실을 내는 대표 상품이었지만 효자 상품으로 거듭났다”고 짚었다.

연말 MMF에 자금이 몰린 것은 내년 연준이 금리를 내리기 전까지 고금리 수익 ‘막차’를 타겠다는 심리가 반영됐다. 이렇게 쌓인 MMF 자금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내년 미국 증시로 흘러갈 종잣돈이 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연준이 내년 상반기 중으로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채권 수익률 역시 낮아질 것으로 보여서다. 2023년 미국 증시는 최고의 한 해를 보냈는데, 이같은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주요 근거 중 하나다.

뉴욕증시의 주요 3대 지수는 2023년 한 해 두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약 24%,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약 14% 각각 급등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약 43% 치솟으며 2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준이 인하를 늦추더라도 투자자들은 MMF에 현금을 쌓아두고 높은 이자 수익을 누릴 수 있다. 미국을 뒤쫓아 유럽에서도 크레디트스위스(CS)의 파산 등으로 MMF로 자금 유입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글로벌 증시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MMF에 대한 자금 유입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블랙록, 골드만삭스, 페더레이티드 에르메스 등은 내다봤다. 골드만삭스의 숀 컬리넌은 “통화정책 완화가 시작될 때 MMF 수익률이 시장 수익률을 웃돌 가능성이 크다”며 “미 기관투자가들이 내년에 MMF 투자를 늘릴 것으로 보이고 유럽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18년 동안 미국 MMF 시장 데이터를 수집·발표해 온 피터 크레인은 “자금 유입이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연준이 금리를 3%까지 내리더라도 MMF 수익률과 예금 이자 사이의 격차가 여전히 엄청나다”고 말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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