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의사’ 5년간 800명 육박…수술실 CCTV 촬영은 눈칫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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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은 범죄를 실행하는데 의사의 직위를 아주 잘 활용하셨네요."지난 27일 약물에 취해 차를 몰다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운전자에게 마약류를 처방한 의사 염아무개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판사는 이렇게 말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성범죄나 대리수술 등을 예방하기 위해 시시티브이를 설치한 것인데, 지금은 환자가 신청해야 촬영이 가능하다. 유명한 의사들이나 어렵사리 잡은 수술 일정의 경우 환자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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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은 범죄를 실행하는데 의사의 직위를 아주 잘 활용하셨네요.”
지난 27일 약물에 취해 차를 몰다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운전자에게 마약류를 처방한 의사 염아무개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판사는 이렇게 말했다. 애초 마약류 처방으로 수사를 받던 염씨는 경찰의 휴대전화 포렌식 수사 과정에서 마취된 환자 10여명을 대상으로 저지른 성폭행과 불법촬영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고 구속됐다.
마취된 상태여서 피해자들조차 알지 못했던 성범죄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자, 이런 사각지대 속 의료인 성범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나마 지난 9월 수술실 시시티브이(CCTV)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재차 나온다.
3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5년간(2018~2022년) 의사 793명이 성범죄를 저질러 검거됐다. ‘강간·강제추행’으로 검거된 의사가 689명(86.9%)으로 가장 많았고, ‘불법촬영’ 80명(10.1%), ‘통신매체 이용 음란행위’ 19건(2.4%), ‘성적 목적 공공장소 침입’ 5명(0.6%)이 뒤따랐다. 다만 이 숫자는 병원 안팎의 성범죄를 모두 합친 규모다.
이 가운데 마취 등 환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악용해 성추행한 경우도 드물게 확인됐다. 2019년 4월 마취 상태였던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형병원 산부인과 수련의는 지난 10월 2심에서도 징역 1년6개월 선고가 유지됐다. 재판에선 당시 수술실에 있던 동료 의사가 제지했음에도 피해자의 신체를 만지는 행위를 반복했다는 점이 주요하게 고려됐다. 의사 염씨의 성범죄 피해자 쪽을 대리하는 김은정 변호사는 “이번 사건도 롤스로이스 수사가 진행되다가 우연히 성범죄 증거가 발견돼 피해자들이 연락을 받아 인지하게 된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스스로가 피해자인지도 모를 암수범죄가 꽤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나마 지난 9월부터 전신·수면마취 등 의식이 없는 환자를 수술하는 의료기관의 경우 수술실 내 시시티브이(CCTV) 설치가 의무화되면서 성범죄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그러나 환자나 보호자가 수술 전 요청한 경우만 촬영이 이뤄지고, 영상 보관기간도 최소 30일에 불과하다는 한계가 있다. 또 환자와 수술에 참여한 의료인 전원이 동의하는 경우에만, 영상 열람 및 제공이 가능하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성범죄나 대리수술 등을 예방하기 위해 시시티브이를 설치한 것인데, 지금은 환자가 신청해야 촬영이 가능하다. 유명한 의사들이나 어렵사리 잡은 수술 일정의 경우 환자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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