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47% 늘어난 ‘악성 미분양’… 내년 건설업계 위기론 가를 변수
태영건설이 지난 5월 광주광역시 남구에 분양한 ‘더퍼스트 데시앙’의 계약마감일은 지난 7월이었다. 하지만 11월 기준 실제로 계약이 성사된 것은 전용면적 74㎡ 단 한 가구뿐이다. 전체 분양물량 64곳 중 63곳이 미분양이라는 뜻이다. 현재 이 아파트 공정률은 23%다. 2025년 7월 준공 때까지 미분양을 해소하지 못하면 태영건설은 926억원에 이르는 계약 잔액을 제때 받지 못할 확률이 크다.
지난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위기는 전반적인 분양시장 침체 속에서 발생했다. 시행사와 시공사(건설사)는 분양자들에게 받은 돈으로 금융권에서 받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과 공사비 등을 정산해야 하는데, 미분양이 발생하면 이 흐름이 막혀버린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9일 발표한 ‘11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5만7925호로 집계됐다. 지난달(5만8299가구)보다 0.6% 줄어들며 9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는 분양시장이 되살아났다기보다 미분양을 우려한 건설사들이 분양 자체를 줄이거나 사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영향이 크다.
공사가 끝난 후에도 분양되지 못하는 ‘악성미분양(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늘어나는 추세다. 11월 준공후 미분양은 1만465가구로 전달(1만224가구) 대비 2.4%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달(7110가구)와 비교하면 47%가 늘었다.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든데다, 원자잿값 상승과 인건비 상승 여파로 분양가도 치솟으면서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준공 후 미분양이 늘면 PF 부실 우려는 커질 수 밖에 없다. 통상적으로 시행사들이 받는 부동산 PF 대출은 ‘브릿지론’과 ‘본PF’로 나뉜다. 토지 매입 등 초기단계에서 필요한 자금을 만기 1년 이내 브릿지론으로 조달하고, 이후 인허가가 완료되면 본PF를 일으켜 브릿지론을 상환하고 금리가 낮은 대출로 대환한다. 미분양이 늘어나면 대출 상환이 어려워진다.
준공 후 미분양 물량 대부분이 지방에 몰려있다는 점도 악재다. 11월 비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은 8375가구로, 전체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대구(1016가구)는 전월대비 12.5%, 대전(436가구)은 16.0%가 급증했다. 한 중견건설사 임원은 “지방은 분양 실적이 저조하다보니 금액에 상관없이 PF대출이 꽉 막혔다”며 “사업 진행도 못하고 브릿지론 이자만 내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내년에도 분양 경기가 쉽게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달 1일 발표한 ‘2024년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 세미나’에서 “분양경기 침체로 자금 조달 환경이 당분간에도 녹록지 않을 것”이라며 “건설사들은 미분양 사업장을 정리하고 선별 분양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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