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신인상·비연예인 대상···이색 수상 넘친 연말 방송가 시상식

최민지 기자 2023. 12. 3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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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방송인 풍자가 29일 열린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여자 신인상을 수상한 뒤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MBC 유튜브 채널 갈무리

연말 방송가 시상식에서는 이색적인 수상 결과가 이어졌다.

가장 큰 화제는 성소수자 방송인으로 활약해 온 풍자의 수상이었다. 29일 생방송된 ‘2023 MBC 방송연예대상’에서는 트랜스젠더인 방송인 풍자(본명 윤보미·35)가 여자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수상자로 호명돼 무대에 오른 풍자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 입을 뗐다. 그는 “아직도 집에서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혹시나 사회에서 설움이 있을까, 배제당할까 걱정하시는 저희 아빠에게 ‘저 이렇게 사랑받고 있고, 인정받고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 감사하다”며 눈물을 쏟았다.

풍자는 자신의 이름을 딴 인터넷 방송 ‘풍자테레비’로 방송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웹예능과 케이블 예능에 진출한 그는 지난해 지상파 방송으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 MBC의 인기 프로그램인 <전지적 참견 시점>, 지난 6월 종영한 <세치혀>에서 남다른 입담을 뽐냈다. 풍자는 MBC 외에도 MBC 에브리원 <성지순례>, SBS <덩치 서바이벌-먹찌빠>, ENA <지구별 로맨스> 등 다양한 채널에서 고정 패널로 활약하고 있다. <또간집> 등 여러 웹예능의 진행을 맡으며 진행자로서의 입지도 다니고 있다.

풍자의 수상은 그간 소외됐던 성소수자 방송인이 대중문화의 전통적 주류인 TV에 진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상파 방송에서 활동하는 성소수자는 20여년 전 커밍아웃한 홍석천이 거의 유일했다. 풍자는 종교계 인사가 출연하는 방송 <성지순례>에서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 표현에 안타까움을 표하는 등 관련 이슈에 목소리도 내고 있다.

작가 겸 방송인 기안84가 29일 열린 MBC방송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뒤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MBC 유튜브 채널 갈무리

만화 작가 기안84(본명 김희민·39)의 대상 수상도 큰 주목을 받았다. 인기 웹툰 <패션왕>, <복학왕>으로 유명한 그는 2016년 MBC의 대표 장수 예능인 <나 혼자 산다>를 통해 방송 활동을 시작했다. 게스트로 출연한 기안84는 독특한 캐릭터로 시청자의눈길을 사로잡으며 고정 패널 자리를 꿰찼다. 이후 비호감 캐릭터 논란이 이어지기도 했지만 ‘기안84’만의 영역을 구축해 인기를 이어갔다.

특히 여행 프로그램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에 고정 출연하면서 ‘무계획적이고도 날 것 그대로’의 여행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인도 갠지스강에서 강물을 떠마시는 장면 등에서는 포장되지 않은 모습으로 인기를 끌었다. <나 혼자 산다>에서 마라톤에 도전하는 모습도 화제가 됐다.

이날 시상식 무대에 오른 기안84는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용돈 한 번 드리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유재석 선배, 전현무 형을 처음에 봤을 때 꿈나라에 온 것 같았는데,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외동이라서 현무 형보다 훨씬 이기적이다. 이제 베풀고 살아야 하지 않나 싶다. 엄마, 대상 받았어요! 다들 희망과 행운이 있는 2024년이 됐으면 좋겠다. 언제까지 방송에 있을지 모르겠는데, 사람들이 즐거워 해준다면 열심히 하겠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배우 남궁민이 지난 30일 열린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남궁민은 인기 사극 <연인>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는 이장현을 연기했다. MBC 유튜브 갈무리

다음 날 열린 연기대상 시상식에서는 배우 남궁민(45)의 세번째 대상 수상이 화제를 모았다. 인기 사극 <연인>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는 이장현을 연기해 큰 호평을 받았다. <연인>은 자체 최고 시청률 12.9%를 기록하며 올해 MBC 최고 인기 드라마가 됐다.

이번 수상으로 남궁민은 ‘3선 대상 수상자’가 됐다. 지난 2020년 SBS 연기 대상에 이어 2021 <검은 태양>으로 MBC에서 연기 대상을 받았다.

남궁민은 수상소감으로 “연기자 남궁민이 아닌 인간 남궁민으로 하고 싶은 얘기를 하고 가겠다”고 운을 뗀 뒤 “제가 좋아하는 말 중 하나가 꿈은 목적지가 아니라 항해 그 자체라는 말이다. 트로피를 들고 있는 이 달콤한 순간보다 (촬영지인) 황매산 언덕에서 찬바람 맞으며 고생했을 때, 더운 풀밭에서 모두가 땀 흘리고 있었을 때 같은 순간들이 저에겐 더 달콤하게 느껴지는 걸 보니 확실히 꿈을 이룬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좋은 퍼포먼스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작품을 봤을 때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는데, 제게 그런 행복을 안겨준 <연인> 팀고 작품을 사랑해주신 시청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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