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교육청 전국 첫 ‘학생수당’ 앞두고 사용처 고민
지역 소멸 농어촌엔 서점·문구점도 없어
전남도교육청이 2024년부터 지역 초등학생들에게 전국에서 처음으로 매월 교육수당을 지급한다. 학생수당은 학원과 마트, 음식점 등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서점 등이 없는 농어촌이 많은 전남에서 사용처를 정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남도교육청은 31일 “2024년 3월부터 관내 초등학생들에게 학생교육수당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저출생 등으로 지역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에 사는 학생들을 지원하기 교육청이 학생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전남이 전국에서 처음이다.
전남도교육청은 도내 22개 시·군 가운데 지역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된 16개 군 지역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에게 1인당 매달 10만원을 지급한다. 인구 감소가 상대적으로 적은 순천과 여수, 목포, 나주, 광양 등 5개 시와 무안군 지역 초등학생들은 1인당 5만원을 받는다.
학생수당 지급 대상은 8만2747명으로 연간 522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전남학생교육수당은 전남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고, 농협 체크카드를 따로 발급받아야 한다.
하지만 학생수당 지급을 앞두고 사용처를 정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남교육청은 학생수당을 전남 소재 사업체에서만 사용하도록 제한할 방침이다. 국어·영어·수학 등을 교습하는 학원이나 일반음식점, 마트 등에서는 사용이 제한된다. 교통카드로도 이용할 수 없다.
전남교육청은 “학생수당은 교육활동 중심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사용처도 지역 업체로 제한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서점이나 문구점 등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월 10만원이 지급되는 지역소멸 위험지역은 모두 농어촌으로, 이 방침을 적용하면 학생수당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지난 6월 발표한 ‘2022 지역서점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전남에서 서점이 1곳만 있는 ‘지역서점 소멸위험지역’은 9곳이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치다.
농어촌 면 지역의 경우에는 서점뿐 아니라 문구점도 없는 곳이 허다하다. 도시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스터디 카페’ 등 사설 도서관도 거의 없다.
전남교육청 관계자는 “학생수당 사용처를 결정하는데 지역의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다양한 사용처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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