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이 코로나 영웅!” 문 닫는 선별진료소에 전하는 감사 인사
31일 오전 10시45분쯤. 서울 서대문구 보건소 야외 공간에 설치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는 한산했다. 천막 앞에는 ‘번호표 뽑으라’는 안내문만 붙어있을 뿐 번호표 기계는 치워졌다. 대신 입구에 ‘코로나19 대응체계 개편에 따라 2024.1.1. 보건소 선별진료소 운영 종료’라고 적힌 공지문이 붙었다. 한 인부는 선별진료소 천막 사이로 전기난로 두 대를 옮기며 서서히 철거를 준비했다. 그 앞을 지나던 한 중년 여성은 “진료소가 오늘 낮까지만 한다고 하더라. 이제 끝”이라고 했다.
전국 보건소에 설치됐던 코로나19 선별진료소가 이날로 문을 닫았다. 2020년 1월20일 처음 문을 연 지 1441일 만이다. 선별진료소 운영 중단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은 지난 4년간 코로나19 방역 최전선에서 고생한 의료진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날 서대문구 보건소 앞에서 만난 김금숙씨(74)는 이곳 선별진료소에서 2번 검사를 받았다고 했다. 김씨는 “우리는 검사하러 한 번 다녀갈 뿐이지만 의료진은 매일 그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느라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싶다”면서 “너무 고생들 많으셨다. 우리 사회에 의료진들처럼 사명감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지금 편하게 마스크를 벗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인근 주민 유영자씨(87)는 “그간 의료진에게 고맙고 미안했다”고 했다. 유씨는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온 사람이 너무 많아 줄지어 서 있을 때마다 저 천막 안에서 검사하는 의료진은 얼마나 힘들까 생각했다”면서 “운영을 종료하기까지 고마웠고 수고들 많았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이날 서울 은평구 보건소에 설치된 선별진료소도 마지막 운영을 앞두고 있었다. 이곳에서 3년간 일했다는 간호사 이모씨는 “오늘 오전에 12명 정도 검사를 위해 다녀갔다”며 “마지막 날인데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많이들 찾아오셨다”고 했다. 이씨는 시민들의 감사 인사를 전하는 기자의 말에 방긋 웃어 보이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했다.
지난 30일 오후 6시쯤 인천 부평구의 한 선별진료소 앞에 걸린 ‘운영종료’ 현수막을 보고 있던 김모씨(61)는 “의료진들에게 ‘지금처럼 마스크 벗고 다니기까지 고생이 참 많았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김씨는 “코로나19 확산 초창기에는 선별진료소에 와도 내가 걸렸는지만 신경 쓰였는데 시간이 지나니 바뀌더라”며 “우리 딸 또래로 보이는 간호사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방호복을 입고 온종일 서서 감염자 여부를 확인하던 것을 보면 고맙고 미안했다”고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의료진 노고에 진심의 찬사 보낸다”는 응원과 격려가 이어졌다. 한 엑스(X) 이용자는 “여러 상황 때문에 감염 확인을 많이 받으러 다녔었는데 내게 ‘아주 잘 오셨다’고 말씀해주신 분도 기억난다”며 “정말 고생 많으셨던 분들께 감사했다”고 했다. 다른 이용자는 “수고하셨다. 당신들이 우리들의 영웅”이라고 했다.
선별진료소 운영 종료에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다. 가족이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 중이라는 김모씨(71)는 “병원 면회에 갈 때마다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제 보건소에서 하는 선별진료소가 문을 닫으면 일반 병원에 가서 3만원씩 내고 발급받아야 한다”면서 “의료진들 고생이 정말 많았지만 보건소에서 이런 부분도 고려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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