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투 코리아' 공식 선언…남북 '특수성' 부정하고 '전쟁 상대'로 규정

구교운 기자 2023. 12. 3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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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통일vs핵무기 배치' 모순 제거 위해 '1국가 2제도' 통일 방안 포기" 평가
김정은 "남조선 전 영토 평정" 강경 압박…남북 경색 지속 전망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의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가 지난 26일부터 30일까지 당 중앙위원회 본부에서 진행됐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31일 보도했다. 이번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당 총비서는 올해 각 부문 사업을 총화하고 내년 당 및 국가사업의 발전 방향을 확정해 발표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투 코리아'(two Korea) 체제의 전환을 공식 선언했다. '한민족'이라는 특수성을 띤 남북관계의 고유 성격을 부정하고 '전쟁 중'인 국가관계로 규정하며 '남북관계의 전환'을 시도하고 나섰다.

김 총비서는 지난 26일부터 30일까지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북남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간과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가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라고 밝혔다고 31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전했다.

김 총비서는 "우리를 '주적'으로 선포하고 외세와 야합해 '정권붕괴'와 '흡수통일'의 기회만을 노리는 족속들을 화해와 통일의 상대로 여기는 것은 더 이상 우리가 범하지 말아야 할 착오"라고 강조하며 더 이상 남한을 '대화와 통일의 상대'로 여기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남북은 민족적 고유성에 바탕을 둔 서로의 관계를 의식해 분단 후부터 지금까지 서로를 '국가'로 규정하지 않고 '체제'로만 대해왔다. 공식 석상이나 문서에서 상대방을 '남측, 북측' 혹은 '귀측'으로 불렀던 이유에서도 이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 전원회의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앞으로 이같은 관례를 깨고 남한을 공식적으로도 '국가'로 대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투 코리아' 혹은 '두 개의 조선'이라는 말로 개념화된 것으로, 북한의 이같은 기조는 올해 이미 크게 부각된 바 있다.

북한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 6월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20주기에 맞춰 방북 의사를 밝히자 남북관계 사안을 담당하던 통일전선부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아태평화위원회가 아닌 '국가 대 국가' 관계를 담당하는 외무성을 통해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지난 7월 우리 측을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하며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이는 북한이 공식 담화에서 대한민국이란 표현을 처음으로 쓴 것으로, 이때부터 북한이 남한을 '국가'로 대하며 거리를 두려는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본격화됐다.

김 총비서는 '투 코리아' 전략을 공식화한 이번 회의에서 통일정책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일성 주석 때 마련돼 유지되고 있는 북한의 통일방안인 '1국가 2제도 2정부' 체제의 '고려민주연방공화국창립방안'을 바꾸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는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 개 제도에 기초한 우리의 조국통일 노선과 극명하게 상반되는 흡수통일, 체제통일을 국책으로 정한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북한이 통일정책 변화를 선언한 것은 '핵무기 실전배치'와 '자주적 통일 추진'이란 모순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핵·미사일 고도화를 이루고 남한을 상대로 이를 실전 배치하고 있는데 '민족끼리 자주적으로 통일을 논의하자'라는 개념을 통일정책으로 보유하는 것은 일종의 자기모순이기 때문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북 간 통일 논의를 포기하고 외교관계가 없는 적대적 교전국가로 정리할 경우 같은 민족에게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모순이 제거된다"라며 "결국 북한은 핵·미사일 고도화와 대남 실전화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 대 국가'를 설정한 측면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실제 김 총비서는 이번 회의에서 유사시 핵무기까지 동원해 남한과의 무력 통일을 준비하겠다고 대남 압박수위를 끌어올렸다.

김 총비서는 "전쟁이란 말은 추상적 개념으로가 아니라 현실적 실체로 다가오고 있다"며 "만일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핵 위기 사태에 신속히 대응하고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해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총비서가 '투 코리아' 정책을 공식화하고 무력통일까지 시사하면서 대남 압박 수위를 끌어올린 만큼 내년에도 남북 간 경색은 더 짙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이미 대남 영토완정을 실현하기 위해 전술핵무력을 사용하려는 강한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출해 왔고 구체적 행동으로 옮기기 위한 수단도 준비해 왔다"며 "북한은 한미군사훈련과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시마다 초강경 대응조치를 내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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