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잡는 새해맞이 풍선 날리기, 아직도 하는 지자체는 어디?
대기 중 풍선 분해 땐 미세플라스틱 발생해
야생 조류·바다거북 등 목숨 위협해 ‘위험’
야생동물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풍선 날리기를 2024년에도 새해맞이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지자체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풍선 날리기를 쓰레기 무단투기 행위로 규정해 금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2024년 1월1일 전국 곳곳에서 개최되는 새해맞이 행사에서 풍선 날리기를 하는 지자체들에 대해 행사 중단을 촉구했다고 31일 밝혔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새해맞이로 풍선 날리기 행사를 하는 지자체들이 과거에 비해서는 크게 줄어들었지만 일부 지자체는 여전히 풍선 날리기 행사를 실행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2024년 새해를 맞아 풍선 날리기 행사를 하는 곳은 모두 5곳으로 강원 양구군, 전남 완도군, 울산 중구, 전북 전주시, 충북 제천시 등이다. 이 가운데 다수의 풍선을 날려보내겠다고 밝힌 지자체는 강원 양구군, 전남 완도군 등 두 곳이다. 울산 중구는 애드벌룬 하나를 하늘에 날려보낼 계획이다. 제천시와 전주시는 애드벌룬을 줄에 매달아서 올렸다가 다시 회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해를 맞아 지자체 5곳이 풍선 날리기를 하는 것은 지난해에 비해서도 크게 줄어든 것이다. 경향신문이 각 지자체 보도자료와 블로그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지난해 풍선 날리기 행사를 실행한 지자체는 적어도 10곳 이상인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앞서 2019년 12월 정치하는엄마들은 13개 지자체 등에 풍선 날리기 행사 중단을 요청했으며 2020년 1월에는 온라인 검색을 통해 증거를 입수한 64건의 풍선 날리기 행사 주체들을 폐기물관리법 위반으로 신고하기도 했다.
하늘로 날려보낸 풍선들은 그대로 폐기물이 되는 데다 야생동물들에게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풍선 날리기에 쓰이는 풍선은 대기 중에서 일부가 분해되는데 이 과정에서 대량의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한다. 나머지는 육지와 바다로 떨어져 이를 먹이로 착각한 야생 조류나 어류, 바다거북 등의 목숨을 위협한다. 1986년 미국 클리블랜드에서는 150만개의 풍선을 날리는 이벤트를 했다가 선박 프로펠러에 풍선이 엉키는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사망했다. 조류를 포함한 야생동물들이 풍선을 삼켜 폐사하는 일도 발생했다. 이후 영국의 옥스퍼드·카디프, 미국 뉴욕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페인 지브롤터 등에서는 풍선 날리기 행사를 금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경기도는 2019년 12월 도내 시군을 대상으로 풍선 날리기를 금지했고, 제주도는 2020년 1월 풍선 날리기를 전면 금지해달라는 협조공문을 산하단체에 보냈다. 이 밖에도 서울 동대문구, 충북 괴산과 충주, 충남 태안 등 많은 지자체가 풍선 날리기를 중단했다.
일부 지자체는 생분해되는 친환경 풍선을 사용한다고 주장하지만 친환경 풍선의 경우 특정 조건이 갖춰진 바다나 토양 등에서만 분해되는 경우가 많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시민들과 함께 풍선 날리기를 계획하고 있는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행사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환경부에 긴급 계도를 요청할 계획이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최근 수년간 풍선 날리기 반대 캠페인을 벌인 결과 지자체들 가운데는 풍선을 날리는 곳이 눈에 띄게 많이 줄었다”면서 “환경부가 풍선날리기를 쓰레기 무단투기 행위로 규정하지 않고 있는 탓에 최근 신천지의 풍선 날리기 같은 민간 행사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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