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남북, ‘동족’ 아닌 ‘적대적 두 국가’…언제 가도 통일 안 돼”
전문가 “통일 논의하지 않겠다는 뜻…핵 고도화 정당성 확보 측면도”
(시사저널=신현의 디지털팀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를 '동족'이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남북통일은 성사될 수 없다고 말했다.
31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 5일 차 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우리가 동족이라는 수사적 표현 때문에 미국의 식민지 졸개에 불과한 괴이한 족속들과 통일 문제를 논한다는 것이 우리의 국격과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북남(남북) 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말했다.
이어 "방대한 쌍방 무력이 대치하고 있는 군사분계선(MDL) 지역에서 그 어떤 사소한 우발적 요인에 의해서도 물리적 격돌이 발생하고 그것이 확전될 수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현재 조선반도(한반도)에 가장 적대적인 두 국가가 병존하고 있는데 대하여서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제는 현실을 인정하고 남조선 것들과의 관계를 보다 명백히 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를 '주적'으로 선포하고 외세와 야합하여 '정권붕괴'와 '흡수통일'의 기회만을 노리는 족속들을 화해와 통일의 상대로 여기는 것은 더 이상 우리가 범하지 말아야 할 착오"라고 주장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그의 남북관계 인식과 통일정책을 확연히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김 위원장이 남북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것에 대해 "두 국가 관계에서 통일 문제 논의는 모순"이라며 "앞으로 통일 문제는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남북관계와 통일정책에 대한 입장을 선언적으로 정리한 것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진행해온 핵무기 실전화와 연동돼 있는 움직임"이라며 "핵무기 실전화와 '우리민족끼리'의 모순적 충돌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남북 간 통일논의를 포기하고 외교관계가 없는 적대적 교전국가로 정리할 경우, 같은 민족에게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모순이 제거된다며 "결국 북한은 핵·미사일 고도화와 대남 실전화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 대 국가' 구도를 설정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이 김일성 주석 때부터 주장해온 '1국가 2체제' 통일 방안인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 방안을 수정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10년도 아니고 반세기를 훨씬 넘는 장구한 세월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북한)가 내놓은 조국통일사상과 노선, 방침들은 언제나 가장 정당하고 합리적이고 공명정대한 것으로, 온 민족의 절대적인 지지 찬동과 세계의 공감을 불러일으켰으나 그 어느 하나도 온전한 결실을 맺지 못했으며 북남관계는 접촉과 중단, 대화와 대결의 악순환을 거듭해왔다"고 진단했다.
이어 "역대 남조선의 위정자들이 들고 나온 '대북정책' '통일정책'들에서 일맥상통하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우리의 '정권붕괴'와 '흡수통일'이었다"며 "장구한 북남관계를 돌이켜보면서 우리 당이 내린 총적인 결론은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 개 제도에 기초한 우리의 조국통일노선과 극명하게 상반되는 '흡수통일' '체제통일'을 국책으로 정한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우리나라 헌법의 영토 규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북한 대남 기구 축소도 시사했다.
그는 "지금 이 시각에도 남조선 것들은 우리 공화국과 인민들을 수복해야 할 대한민국의 영토이고 국민이라고 거리낌 없이 공언해대고 있으며 실제 대한민국 헌법이라는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조선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버젓이 명기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현실을 냉철하게 보고 인정하면서 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를 비롯한 대남사업부문의 기구들을 정리, 개편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며 근본적으로 투쟁 원칙과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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