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민·안은진으로 시작해 '연인'으로 끝난 MBC 연기대상이 남긴 숙제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연인>으로 시작해 <연인>으로 끝났다. <2023 MBC 연기대상>에서 <연인>은 남자신인상(김무준, 김윤우), 여자신인상(박정연), 남자조연상(최영우), 베스트커플상(남궁민, 안은진), 베스트캐릭터상(김종태), 최우수 연기상(안은진), 올해의 드라마상 그리고 대상(남궁민)까지 모두 휩쓸었다. 그중에서도 남궁민과 안은진은 각각 대상과 최우수 연기상 그리고 베스트커플상까지 받으며 실로 올해 MBC 연기대상의 주인공들임을 분명히 했다.
수상 소감에서도 <연인>이라는 작품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이 넘쳐났다. 남궁민의 수상소감에서 유길채 역할의 안은진에 대해 "단지 후배가 아닌 동료로 느껴졌다"며 "진심어리게 연기해줘서 감사하고 길채 아니면 저는 없었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또 극중 대사를 인용해 "선배로서 제가 볼 때 안은진은 뭐라 할까, '좀 그래'"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안은진 역시 최우수 연기상 수상소감에 먼저 "길채가 왔어요"라고 극중 대사를 인용했는데, 그만큼 <연인>의 대사들이 유행어가 될 정도로 화제가 됐다는 걸 방증하는 대목이었다.
<연인>이 이처럼 MBC 연기대상을 휩쓴 건 누구나 고개가 끄덕여질만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병자호란이라는 역사적 비극을 배경으로 가져와 그 힘겨운 상황들을 버텨내고 이겨내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현재에도 큰 울림을 줬다. 이른바 '존버의 시대'가 갖는 정서를 이 사극이 끄집어냈다고나 할까.
무엇보다 칭찬할 수밖에 없는 건 연기자들이다. 누구나 예상하고 다소 평이할 수 있는 서사에도 연기자들의 몰입은 시청자들마저 그 감정을 온전히 깊게 공유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단지 스토리가 흘러가는 게 아니라, 자잘한 감정들이 증폭되어 작은 표정과 대사 하나까지 의미를 만들어내는 작품이 됐다. 그 중심에 남궁민이 있었고 안은진이 있었다. 그러니 그들에게 대상과 최우수연기상이 돌아간 건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연인>이 MBC 연기대상을 독식하다시피한 건 올해의 MBC 드라마가 그만큼 저조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연인> 이외에 그나마 가치를 평가받은 작품은 현재 방영되고 있는 <열녀박씨 계약결혼뎐> 정도였다. 이 작품으로 주현영이 신인상을, 배인혁이 우수연기상을, 이세영이 최우수 연기상을 받았다. 올해 MBC 드라마들 중에서 시청률과 화제성의 성과를 분명히 낸 작품들이 그 두 작품들이었다는 걸 잘 보여주는 시상결과다.
<꼭두의 계절>, <넘버스 : 빌딩숲의 감시자들>, <조선변호사>, <오늘도 사랑스럽개> 등의 미니시리즈가 있었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꼭두의 계절>은 판타지 드라마였지만 갈수록 화제성이 떨어져 1%대로 종영했고, <넘버스>는 회계사라는 색다른 직업의 세계를 가져온 복수극이었지만 역시 2%대로 종영했다. <조선변호사>도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우도환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2%대 시청률로 마무리됐고, 키스하면 개로 변한다는 독특한 설정이 돋보였던 <오늘도 사랑스럽개> 역시 1%대 시청률로 끝을 맺었다. 시청률이 모든 걸 말해주는 건 아니지만, 여전히 광고와 직결된 지상파에서 아쉬움이 없을 수는 없다.
그래서 어찌 보면 <연인>의 성공과 그 뒤를 이은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의 괜찮은 성적은 공교롭게도 2021년 MBC 드라마 <검은 태양>과 <옷소매 붉은 끝동>의 성공을 재연한 듯한 느낌이다. 남궁민과 이세영이 두 작품을 이끌었다는 사실 또한 그렇다. 작품도 중요하지만 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점과 고른 성적이 아닌 일부 작품에 과도하게 쏠려 있다는 점은 그래서 MBC 드라마로서는 2024년의 풀어내야할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실로 <연인>이 없었다면 또 그 작품을 남궁민과 안은진이 선택하지 않았다면 과연 올해 MBC 연기대상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이 작품이 그나마 MBC 드라마의 체면을 살렸다고나 할까. 내년에는 보다 다양한 작품들이 연말 연기대상을 채워주기를 기대한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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