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 부치치 대통령 궁지에…“부정 선거” 시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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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에서 지난 17일 실시된 총선과 지방선거가 부정 선거였다며 무효화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30일(현지시각)로 13일째 이어지고 있다.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는 이날 수만명이 거리로 나와, 총선과 지방선거를 무효화하고 선거를 새로 실시할 것을 주장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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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에서 지난 17일 실시된 총선과 지방선거가 부정 선거였다며 무효화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30일(현지시각)로 13일째 이어지고 있다.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는 이날 수만명이 거리로 나와, 총선과 지방선거를 무효화하고 선거를 새로 실시할 것을 주장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날의 시위 규모는 18일 첫 항의 시위 이후 최대 규모였다. 시위대는 세르비아 국기와 ‘우리는 (선거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쓴 팻말 등을 들고 선거 부정 의혹을 규탄했다. 시위대는 헌법재판소까지 거리 행진을 벌였다.
지난 18일부터 선거 무효를 주장하며 단식을 벌인 야당 소속의 유력 정치인 마리니카 테피치는 이날 동료들의 부축을 받으며 단상에 올라 “이번 선거를 무효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거 감시활동을 벌인 ‘베오그라드 안보정책 센터’의 회원 스르진 츠비치는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더 관심을 기울이도록 유럽의 친구들을 초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에 앞서 학생 조직들은 베오그라드 주요 도로를 24시간 봉쇄하는 행동에 나섰다. 이 때문에 외교부와 국방부 청사 등의 출입이 막혔다.
이날 시위에서는 전국에서 수집된 선거 부정 사례도 공개됐다고 정치 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이 전했다. 선거 참여 운동을 벌여온 배우 스베틀라나 보이코비치는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암환자가 대기자 명단의 앞자리를 약속받고 여당을 찍은 사례가 수집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돈을 미끼로 고령자들에게 선거구를 옮기도록 한 사례, 숨진 사람이 유권자 명단에 포함된 사례 등도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8일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등이 구성한 국제 선거 감시단은 선거가 언론의 편향 보도와 알렉산드르 부치치 대통령의 부당한 개입으로 여당에 압도적으로 유리하게 진행됐으며 유권자 매수 등의 부정도 나타났다고 주장했었다.
이번 총선에서는 집권 여당인 ‘세르비아 진보당’(SNS)이 46.72%로 1위를 차지하면서 과반 의석을 확보했고, 유력 야당인 ‘폭력에 반대하는 세르비아 연합’은 24.36%를 득표해 2위를 기록했다.
선거 직후 부정 의혹 논란이 커지자 선거관리위원회는 40여개 투표소에 대해 재선거 실시를 결정했지만, 야당은 재투표를 거부하는 한편 6개월 내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다.
부치치 대통령은 지난 5월 초 베오그라드와 인근 지역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지지율이 떨어지자, 애초 2026년 4월로 예정된 총선을 2년 5개월 앞당겨 실시함으로써 민심 잠재우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부정 선거 논란이 확산되면서 점점 궁지로 몰리고 있다.
폴리티코는 현재 세르비아의 상황이 1990년대 초반 옛 유고슬라비아 해체 당시의 민주화 시위를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이번 시위는 당시와 마찬가지로 청년층이 주도하고 있으며, 시위 장소도 당시 시위 장소와 거의 같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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