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괴롭힘 줄어들까요?”…직장인들에게 물어보니

조해람 기자 2023. 12. 31. 13:5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0명 중 4명 “괴롭힘 줄지 않을 것”
비정규직·여성·청년일수록 ‘비관적’
새해소망 1위는 ‘임금 인상’ 77%
Gettyimage

간호사 A씨가 일하는 병원에는 ‘벌금’ 제도가 있다. 수간호사가 네이버 밴드에 올린 글에 3일 안에 댓글을 달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 한다. A씨는 “간호부 전체에서 내려온 공지사항을 숙지하지 못해도 벌금을 내라고 한다”며 “병원 내 모든 직종 중 저희 간호사들만 핸드폰을 걷는다”고 했다.

직장인 10명 중 4명은 새해에도 이 같은 직장 내 괴롭힘이 줄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비정규직, 여성, 청년, 저임금 등 열악한 노동자일수록 비관적이었다. 직장인들의 새해 소망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2024년 새해 소망과 전망’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31일 밝혔다.

직장인 44.3%는 ‘2024년 새해에도 직장 내 괴롭힘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여성(52.0%)이 남성(38.4%)보다, 비정규직(51.5%)이 정규직(39.5%)보다 부정 응답이 높았다. 20대(51.1%)가 50대(36.2%)보다, 일반사원(51.1%)이 상위관리자(35.1%)보다, 월 임금 150만원 미만(53.0%)이 500만원 이상(34.4%)보다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직장갑질119는 “여성, 비정규직, 저임금노동자와 같은 일터 약자 2명 중 1명이 직장 내 괴롭힘이 줄지 않을 것이라 전망한 것은 법과 제도의 보호가 이들에게 제대로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서울 구로구 지하철 신도림역에서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직장인들에게 새해 소망을 물은 결과 ‘임금 인상’이 77.7%(복수응답 가능)로 가장 높았다. ‘노동강도 완화 및 노동시간 단축’이 25.8%로 뒤를 이었다. 이어 ‘고용안정 및 정규직 전환(24.3%)’ ‘자유로운 휴가 사용(18.4%)’ ‘좋은 회사 이직(17.0%)’ ‘희망부서 배치 및 승진(10.6%)’ ‘직장 내 괴롭힘 근절(5.2%)’ 등 순이었다.

비정규직은 새해 소망으로 ‘임금 인상’을 꼽은 비율이 67.8%로 정규직(84.3%)보다 낮았다. 반면 ‘고용안정 및 정규직 전환’이라고 답한 비율은 35.8%로 정규직(16.7%)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새해 소망을 연령별로 보면 20대는 ‘좋은 회사로 이직(27.3%)’이, 30대는 ‘노동강도 완화 및 노동시간 단축(35.8%)’이 비교적 높았다. 40대는 ‘임금 인상(81.6%)’이, 50대는 ‘고용안정 및 정규직 전환(29.9%)’이 높게 나타났다.

직급별로 보면 일반사원급에서는 ‘고용안정 및 정규직 전환(32.3%)’이, 실무자급에서는 ‘노동강도 완화 및 노동시간 단축(30.3%)’이 비교적 높았다. 중간관리자급은 ‘희망부서 배치 및 승진(15.4%)’을, 상위관리자는 ‘자유로운 휴가 사용(27.0%)’을 상대적으로 많이 꼽았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직장인들의 새해 소망은 지금보다 임금이 올라 살림이 좀 나아졌으면 좋겠다, 장시간 노동 문제도 해결돼 좀 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용이 안정돼 하루하루 불안하게 살아야 하는 일도 없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며 “오늘 보이는 세상은 온통 그 반대로 향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했다.

이 조사는 여론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경제활동인구조사 취업자 인구 비율에 따라 표본을 설계해 수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