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방-먹방 이은 '술방'...연예계 모두가 '진실의 물' 즐겼다[2023 연말결산]
분명 매력 있는 술방 콘텐츠...위험성도 다분
(MHN스포츠 정승민 기자) '예능 대부' 이경규가 예고했듯 쿡방과 먹방이 현재까지 예능계를 주름잡고 있는 가운데, 올해 새로 등장한 음주 콘텐츠 '술방'이 급부상했다.
인간 생활의 삼대 요소가 의식주라고 했던가. 그중 '식(食)'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가장 많이 찾아볼 수 있었던 소재다. 특히 올해도 흥행하고 있는 '신상출시 편스토랑' '어쩌다 사장3' '장사천재 백사장2'에서도 해당 소재를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스타들이 음주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술방'이 급부상했다. 최근 술방은 주로 제재가 없다시피 한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찾아볼 수 있지만, 방송에서도 시도를 안 한 것은 아니었다.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방송한 '인생술집'이 바로 대표적인 사례다.
다만 음주를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주의 제재를 받았고, 결국 '인생술집'은 시즌2 들어 술을 5잔 이하로 마신다는 규칙을 도입했다. 하지만 초반에 보여줬던 '신선한 도전'이 결국 여느 토크 예능과 다르지 않은 삼삼한 매력으로 변모해 종지부를 찍었다.
이런 선례를 토대로 술방은 올해 다수 스타의 유튜브 웹 예능으로 다시 등장했다. 비록 유튜브 술방에도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내놓은 미디어 음주 장면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권고 지침이라는 점에서 유튜브는 술방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가 됐다.
올해 술방을 보면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 '조현아의 목요일 밤' '짠한형 신동엽' '슈퍼마켙 소라' '술터뷰' '술먹지상렬' 등 다수 콘텐츠가 생산됐다.
심지어 이들의 최고 조회 수를 살펴보면 100만 대~1,000만 대를 기록하고 있고, 최근 유튜브가 공개한 '2023 올해의 유튜브' 최고 인기 동영상으로는 '차린건 쥐뽈도 없지만' 카리나 에피소드가 1위를 차지해 적지 않은 화제성을 증명하고 있다.
아이돌을 시작으로 내로라하는 예능계 베테랑 스타들까지 연예계 모두가 즐긴 술방은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는 걸까.
주로 예능을 통해서 출연진들이 에피소드를 풀어낼 때면, 가끔 술자리나 회식 자리에서 있었던 비화를 공개할 때가 있다. 박명수는 '무한도전' '우리동네 예체능' 등 다수 방송을 통해 강호동과의 술자리 일화를 언급하며 6명과 시비가 붙었을 때 와장창하더니 순식간에 식당이 정리됐다고 했었고, 한철우는 전복 버터구이를 먹다가 이경규에게 이거 먹으라고 호통을 받았다는 일화를 풀어내며 웃음을 안긴 적이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연예인들의 술자리는 대중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실제 연예인들이 술잔을 부딪치며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이를 충족시켜 줬다.
또한 '진실의 물'을 마시는 술방을 통해서는 MSG가 다소 덜 첨가된 진실한 토크를 한다는 점, 이와 동시에 숨겨진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 아닐까 싶다.
특히 '슈퍼마켙 소라'에서는 전 연인이었던 신동엽과 이소라의 재회가 성사됐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안겼다. 소식이 전해진 후 '할리우드급 재회'라는 평을 받기도 했지만, 두 사람은 술방을 통해 지난날을 회상하며 하고 싶었던 말, 해야 했던 말도 풀어내며 응원하는 사이의 표본을 보여줬다.
다른 매력을 하나 더 꼽자면 스타들을 비롯해 아이돌이 음주하는 장면은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다. 그렇기에 과거 아이돌이 고수하던 신비주의 콘셉트 따위는 통하지 않는 현재, 술을 마시는 아이돌의 모습은 대중들에게 반전 매력으로 다가올 수 있다.
분명 술방은 이런 매력이 있고, 조회 수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콘텐츠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선을 조금만 넘어도 논란과 직결될 수 있는 음주의 특성은 술방에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술먹지상렬'에서는 스윙스를 게스트로 초대했는데, 그의 전 연인을 언급하며 "그러니까 차였지"라고 말하거나, 스윙스가 애정하던 고가 시계를 술에 담그는 등 엽기적인 행동으로 논란을 낳았다. 결국 술방의 폐해를 보여준 해당 영상은 삭제됐고, '술먹지상렬'은 제작을 중단했다.
분명 술방은 수위를 잘 지킨다면 매력 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위험성도 다분한 '양날의 검'이다. 올해 술방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지만 음주 관련 문제로 나락에 간 스타들도 다수인 만큼, '추한 꼴' 없는 술방을 위한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사진=짠한형 신동엽,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 메리앤시그마, 술먹지상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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