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례대첩' 박지원, '무빙' 이정하..'더 유닛' 탈락→연기로 이뤄낸 꽃길 [인터뷰 종합]
[OSEN=장우영 기자] “나 박지원은 꾸러기다”라며 ‘더 유닛’에 도전장을 던졌던 스무살 박지원은 이제 ‘배우’ 박지원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아스달 연대기’부터 ‘그 남자의 기억법’, ‘왜 오수재인가’를 거쳐 혼례대첩’까지, 장르와 캐릭터를 가리지 않으며 배우로서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중이다.
박지원의 데뷔는 ‘더유닛’으로 봐야할까 ‘아스달 연대기’로 봐야할까. 전 소속사에 몸 담고 있던 2017년, 박지원은 한솥밥을 먹던 이정하와 함께 KBS2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더 유닛’에 참가했다. 박지원은 2차 유닛 발표식에서 최종 순위 42위로 탈락했고, 이정하는 3차 유닛 발표식에서 최종 19위를 기록하며 탈락했다. 그리고 박지원은 소속사를 옮겨 FNC엔터테인먼트에서 배우로 데뷔했다. ‘더 유닛’에 출연했던 박지원, 이정하는 2023년 각각 ‘혼례대첩’과 ‘무빙’에 출연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박지원은 자신의 데뷔를 ‘아스달 연대기’라고 설명했다. 박지원은 “어렸을 때 친언니 꿈이 아이돌이었는데, 회사에서 ‘더 유닛’ 참가 제안을 받고 고민하다가 언니가 한번 나가보라고 했다. 그래서 저는 안 나가고 언니만 나가면 안 될까요 했었는데, 같이 나가야 한다고 해서 참가를 하게 됐다. 언니를 위해서 나간 거였는데 언니가 떨어져서 속상했다”고 떠올렸다.
‘더 유닛’ 참가 후 소속사를 옮기고 배우로서의 걸음을 걷기 시작한 박지원. ‘아스달 연대기’, ‘연애미수’, ‘그 남자의 기억법’, KBS 드라마스페셜 ‘모단걸’, ‘잘 하고 싶어’, ‘아름다웠던 우리에게’, ‘너의 밤이 되어줄게’, ‘왜 오수재인가’ 등에 출연한 박지원은 2023년, 운명의 ‘혼례대첩’을 만났다.
박지원은 극 중 ‘남산골 늙은 아씨들’로 불리는 맹박사네 세 딸 중 가장 성질이 사납다는 둘째 딸 맹두리 역으로 열연했다. 입이 험해 ‘막드녀(막말드센녀)’로 통하고 한양에서 최고의 바느질 솜씨를 자랑하는 인물로, 박지원은 필터링 없는 거침없는 돌직구 화법도 차지게 표현하며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완성했다.
박지원은 맹두리를 처음 만난 때를 떠올리며 “첫 오디션은 캐릭터를 열어두고 하기에 사실 맹하나 역할을 하고 싶었다. 차분하고 단아한 모습이어서 욕심이 났지만 (정)신혜 언니를 보는 순간 ‘아 하나 언니구나’ 싶었다”며 “두 번째 오디션에는 맹두리 역으로 보자고 하셔서 쿨하고 시크하고 진심으로 하고 싶은 말을 내뱉는 친구이고, 거짓을 이야기하는 친구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 친구가 이렇게 말을 하는 이유를 분명히 알고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감독님의 생각과 똑같았다. 그래서 ‘그럼 저 잘한 거네요’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설명은 쉬워 보일 수 있지만 맹두리는 맹박사 네 세 자매 중에서도 표현이 어렵다. 흔히 생각하는 조선시대 여성상과는 다른 ‘막드녀’라는 콘셉트가 오버를 하게 된다면 극의 몰입을 망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박지원은 “오히려 캐릭터성이 확고해서 좋았다. 그래서 표현하기 훨씬 더 재미있고 수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언제 이렇게 후련하게 이야기를 해보겠나’ 싶어서 더 편했다. 조선시대라는 시대상과 그 시대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여성상이 있어서 표현마다 감독님께서 섬세하게 짚어주셨다. 상세하게 말씀해주신 덕분에 맹두리를 더 잘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맹두리라는 캐릭터 하나만이 아닌, 다른 캐릭터들과 있을 때도 그 케미스트리가 빛났다. 먼저 ‘남산골 늙은 아씨들’로 불리는 맹박사네 세 자매와 케미스트리는 ‘혼례대첩’의 중심이기도 했다. 박지원은 “(정)신혜 언니에게 배운 게 진짜 많다. 정말 똑 부러진 성격으로, 이래서 첫째구나 싶었다. 연기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나 혼자 고민하지 않고 언니에게 말하면 조언을 아낌없이 해줬다. 어디가 아픈 것 같다고 하면 약도 챙겨주면서 건강지킴이 역할까지 해줬다”며 “(정)보민이와는 친구인데 같이 촬영하는게 너무 재미있고 즐거웠다. 연기 열정도 커서 우리 둘이 하는 대사가 이 장면의 마지막이라고 하면 ‘우리 이렇게 해보자’ 하며 꽁냥꽁냥 애드리브를 준비하곤 했다. 마음으로 편하게 해줬던 친구다”고 말했다.
맹두리의 결혼 준비에 나선 로운(심정우 역), 조이현(정순덕 역)과 호흡도 눈길을 모았다. 박지원은 로운과 호흡에 대해서는 “현장 분위기를 즐겁고 재미있게 해주기 위해 웃겨 주려고 하는 게 엄청 많았다. 편하게 해주시고, 연기적인 아이디어도 엄청 많이 내주셨다. 덕분에 연기가 재미있고, 현장이 즐겁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고, 조이현에 대해선 “나이가 비슷해서 그런지 같이 많이 어울렸던 것 같다. 같이 밥도 먹고 이야기도 많이 했다. 정말 착하다”고 이야기했다. 이와 함께 박지원은 로운과 조이현이 2023 KBS 연기대상에서 베스트커플상을 탔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극 중 부부가 되면서 임신까지 하는 해피엔딩은 4년 전 작품에서 만났던 손상연(이시열 역)과 이뤄냈다. 박지원은 “‘연애미수’ 때 손상연의 짝사랑녀로 나왔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만났다. 군대도 다녀왔다고 하는데 어렸을 때 봤었기에 똑같다고 생각했다. 로맨스 호흡이 많이 나오지 않아서 아쉽지만 감독님께서 예쁘게 담아주셔서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이시열과 맹두리의 서사는 다른 커플들에 비해 많이 나오지 않아 아쉬움이 짙었다. 때문에 15화와 16화에서 이시열-맹두리가 이어지는 서사가 설득력을 잃을 수도 있었다. 이에 박지원은 “감독님이 저희가 궁금한 게 있으면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고, 현장에서도 디렉팅 팀 뿐만 아니라 다음 대본들이 나오면 항상 설명을 해주셨다. 그러면서 연기하는 입장에서 이해가 됐고, 서로를 마음에 두고 있지만 말하지 못하는 아련한 느낌들을 잘 담아주셔서 무리 없이 표현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남녀간의 사랑과 결혼을 내용으로 한 ‘혼례대첩’인 만큼 박지원의 연애관은 무엇일까. 박지원은 “제가 ‘혼례대첩’에 나오는 쌍연술사 같이 연분을 알아보는 재능은 없다. 주변 사람들이 연애를 하거나 썸을 타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고 내가 다 설렌다. 그리고 이전까지는 친구는 연인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가능성이 좀 열린 것 같다. 운명을 믿는 편이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만남을 가지면서 연인으로 이어지는 것도 추구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맹두리면 맹두리, 세 자매면 세 자매로 혼자여도 같이여도 존재감을 보인 박지원이다. 그는 “내년에는 박지원의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나 이것도 할 수 있다’라고 보여줄 수 있는, 팔색조 매력을 가진 배우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장르물도 좋아하는데, 엄청 딥한 감정을 가진 캐릭터도 연기해보고 싶다. 지금 나이가 다양한 캐릭터를 할 수 있는 시기인데 행복하고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해서 반대되는 역할도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2023년이 사랑이 가득한 해였고, 즐거움이 넘쳤다는 박지원. 그는 “많은 사랑을 나눠주고, 많은 사랑을 받았던 2023년인 것 같다”며 앞으로 더 찬란해질 앞날을 기대케 했다. /elnino8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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