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선언' 할리스, 커피 첫 상장사란 꿈과 몽상의 간극 [컴퍼니+]
할리스 IPO 작업 지지부진
상장 성공하면 커피 업계 최초
상장사 드문 프랜차이즈 업계
롱런 쉽지 않고 사업 불안정성 커
브랜드 가치 입증, 가맹점 확대 등
IPO 성공하려면 과제 수두룩…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유별나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 중엔 '상장사'를 찾아볼 수 없다. 프랜차이즈 업계 특성상 롱런하는 브랜드가 드물고, 사업의 불안정성도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지난해 9월 기업공개 계획을 밝힌 할리스(KG할리스F&B)의 행보 역시 더디기만 하다. 할리스의 IPO에 담긴 의미와 과제를 알아봤다.
"커피 업계 1호 상장사, 과연…." 시장의 관심을 모았던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 '할리스(KG할리스F&B)'의 기업공개(IPO) 작업이 지지부진하다. 할리스는 2024년 초 상장을 목표로 2023년 9월 IPO 주관사 선정에 나섰다. 그로부터 3개월여가 흐른 지금까지 주관사를 선정하지 못하면서 상장 시점이 늦춰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할리스가 계획한 대로 IPO에 성공할 경우 그 의미는 적지 않다. 언급했듯 국내 커피 업계 최초의 상장이자, 프랜차이즈 업계 4번째(자진 상장폐지한 맘스터치 제외) 상장사에 등극한다. 역으로 풀어보면, 프랜차이즈 업체의 IPO가 쉽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할리스 IPO'에 숨은 의미와 과제는 뭘까. 한가지씩 살펴보자.
■ 의미 = 지금까지 프랜차이즈 업체 중 상장에 성공한 곳은 'DSEN(미스터피자·2008년 상장)' '맘스터치앤컴퍼니(맘스터치·2016년 상장)' '디딤E&F(연안식당·2017년)' '교촌F&B(교촌치킨·2020년)' 등 4곳이다.
이중 맘스터치는 2016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했지만 2019년 사모펀드가 인수하면서 자진 상장폐지(2022년)했다. 이를 두고 "가맹점주에게 경영 정보를 숨기려는 꼼수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미스터피자'는 2016년 불거진 창업주의 갑질 논란 등으로 상장폐지 위기를 겪었다.[※참고: 미스터피자를 운영해온 DSEN(옛 MP그룹)은 2022년 미스터피자 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해 '미스터피자'를 설립했다.]
네곳 이후에도 '이디야' '투썸플레이스' '더본코리아' 등 상장 추진설이 무성했지만 성공으로 이어진 사례는 없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롱런하는 게 쉽지 않은 데다, 사업의 불안정성이 크기 때문이다.
상권분석 전문가인 김영갑 박사(전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고정적인 로열티보다 유통마진을 주로 남기는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의 특성상 사업적 불안정성이 클 수밖에 없다"면서 "롱런하는 브랜드가 드물다 보니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도 IPO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할리스가 IPO에 성공한다면 그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
예상되는 상장효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2020년 사모펀드 IMM PE로부터 할리스를 1450억원에 인수한 KG그룹으로선 사업 확대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일례로 할리스는 지난해 육가공 전문기업 'HJF(현 자회사 KG프레시)'의 지분 100%(인수가 800억원)를 인수한 바 있다. KG그룹으로선 IPO에만 성공하면 할리스를 식품·외식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는 셈이다. 관건은 할리스가 산적한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내느냐다.
■ 과제➊ 브랜드 가치 입증 = 할리스가 상장시 기대하는 기업가치는 4000억~5000억원대로 알려져 있다. 프랜차이즈 상장사 중 시가총액이 가장 큰 교촌F&B(1859억원)의 두배가 넘는 액수다. 이 때문인지 수천억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선 할리스가 '브랜드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할리스의 무대인 고가 커피 시장에서 스타벅스(SCK컴퍼니)의 장악력이 커지고 있어서다. 할리스의 점포 수는 600여개로 스타벅스(1870개·2023년 3분기)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할리스가 최근 드라이브인(DI·전용 주차장 확보), 드라이브스루(DT)를 기반으로 대형 매장을 확대하는 등 프리미엄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이를 통해 스타벅스를 넘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스타벅스 역시 드라이브스루와 연동되는 '사이렌오더' 'My DT Pass(차량번호 인식 자동결제)' 등 결제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 편의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김영갑 박사는 "할리스가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위해선 시장을 선점한 스타벅스 대비 명확한 브랜드를 갖춰야 한다"면서 "현재까진 소비자 경험 측면에서 뚜렷한 강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 과제➋ 가맹점 확대 = 할리스가 풀어야 할 과제는 또 있다. 프랜차이즈 사업의 성패로 이어지는 가맹점을 얼마나 확대할 수 있느냐다. 예비 가맹점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건데, 최근 할리스가 가맹점 갑질 논란을 겪고 있다는 점은 부정적인 요인이다. 할리스는 지난해 중순 '모바일 상품권 수수료 100% 가맹점에 전가' '가맹점 필수품목 과도한 마진'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종현 할리스 대표가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장에 불려가 의원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후 할리스가 '모바일 상품권 수수료 50% 분담' 등 가맹점 상생안을 내놨지만, 훼손된 이미지는 가맹점을 확대하는 데 한계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장기화하는 경기 침체, 업체 간 경쟁 과열도 IPO를 준비하는 할리스에 부담 요인이다. 김영갑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국내 커피 시장 자체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경쟁이 치열하고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스타벅스를 필두로 한 고가시장과 메가커피 등이 이끄는 저가 시장으로 양분되고 있어 할리스가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과연 할리스는 산적한 과제를 풀고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 1호 상장사'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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