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인 떠난 이스라엘 농장 채우는 남아시아 노동자들 “전쟁 위험 있지만…”
농장·건설 현장 등 인력 부족
인도·스리랑카인 대거 입국 예정
NYT “높은 실업률…위험 감수”
인도와 스리랑카 등 남아시아 노동자들이 10월7일 하마스 급습 이후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는 이스라엘 농장과 공장으로 대거 몰려가고 있다는 보도가 30일(현지시간) 나왔다.
이스라엘 경제를 뒷받침하던 태국인 노동자 일부가 하마스에 인질로 붙잡힌 사건을 계기로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이스라엘을 떠났고, 이 빈자리를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는 남아시아 국가 출신들이 대체하는 모양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이스라엘이 농장과 건설 산업 운영을 위해 크게 의존하고 있던 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하마스 공격 이후 대부분 본국으로 돌아갔다”며 “인도와 스리랑카인 수천 명이 몇 주 내에 노동력이 절실해진 이스라엘에 파견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주로 농장이나 건설 현장, 간호 등 의료 분야에 투입될 계획이다.
CNN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약 3만명 정도였던 외국인 노동자 가운데 3분의 1이 이스라엘을 떠났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 대부분을 차지하던 태국인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졌다. 하마스는 10월7일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태국인 32명을 납치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끌고 갔다. 이 중 23명은 석방됐고 9명은 여전히 억류돼 있다. 사망자도 39명에 달했다.
태국인과 함께 이스라엘 농장 운영을 책임지던 팔레스타인 노동자도 모두 쫓겨났다. NYT는 “이스라엘 정부는 개전 후 요르단강 서안지구 경계를 폐쇄했고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노동자 출입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부재로 이스라엘 경제는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최대 건설협회인 보네이 하레츠의 라울 사르고 회장은 타임스오브이스라엘과 인터뷰하며 “건설 산업이 완전히 멈춰 섰다”며 “생산성이 평소의 30% 수준”이라고 말했다. CNN은 “이스라엘 농업은 실존적인 문제에 직면했다”며 “젖소 착유는 물론 수많은 작물 수확이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스라엘 정부는 눈을 남아시아로 돌렸다. 이스라엘은 전쟁 발발 전인 지난 5월 4만2000명의 인도 노동자 입국을 허가했는데 이 과정을 빠르게 추진하기로 했다. 스리랑카와도 지난달 농업 노동자 파견 계약을 맺었다.
남아시아 노동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이스라엘로 향하는 이유는 자국의 경제난 때문이다. NYT는 “인도와 스리랑카 모두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고 있다”며 “양국 정부는 이스라엘 농장과 건설 현장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기 위해 수천 건의 지원서를 받았다”고 전했다.
인도 북부 하리아나주에 사는 무케시 란잔은 NYT에 “물론 전쟁 위험이 있지만 나를 포함한 마을 주민 상당수가 주 정부를 통해 지원서를 넣었다”며 “내가 선발된다면 그 임금을 딸의 교육비와 빚을 갚는 데 사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인도 건설 노동자연맹의 K. 헤말라타 회장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착취하기 위해 인도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다”며 “이스라엘과 인도 협력에 전적으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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