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항공우주전쟁섬'이 되게 할 것인가
"한화시스템은 제주도에 우주산업 전초기지를 구축" 하고 "제주도가 민간 우주산업의 허브(Hub, 중심)가 될 수 있도록 협력" (어성철 한화시스템 대표 이사, 2023년 7월 6일)
제주 해상 국방과학연구소 발사장에서 발사된 전쟁 무기 자본의 위성
2023년 12월 4일 제주 서귀포 중문 하예리 논짓물 해수족욕 까페 앞 주차장에는 정오부터 3시까지 약 30여명의 사람들이 한화시스템 로켓 발사 철회 및 한화우주센터 백지화를 촉구하는 문화제를 진행하고 있었다. 당일 발사가 있을 거라는 소식에 급하게 조직된 행사였다. 해안으로부터 겨우 4km 된 곳에 육안으로도 국방과학연구소의 해상발사대가 보였다. 오후 1시 30분 경, 2시간 내에 제주 해상 발사가 있을 거라는 행정안내문자가 몇 사람들에게 전달되었다. 그러나 폭발이 일어난 것은 30분 후인 오후 2시 였다. 마침 한 참가자가 자신에게 온 문자를 보며 이 발사가 안전할 거면 왜 이런 안전 안내 문자가 필요하냐고 규탄하던 참이었다. 그의 등 뒤 해수면 위로 붉은 화염운이 나타나더니 양 옆으로 시커먼 연기들이 뭉게뭉게 퍼져 나갔다. 순식간이었다.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 중인 고체추진 발사체 및 궤도진입 기반기술을 바탕으로' 전쟁 무기 기업 한화시스템의 SAR(Synthetic Aperture Radar 합성개구레이더) 소형 위성 발사체가 굉음과 함께 시커먼 한 줄기 배기 가스 기둥을 뿜어내며 솟아올랐다. 위성이 동쪽으로 높이 멀어질 수록 희뿌연 로켓운이 맑고 푸르고 잔잔했던 대기를 교란시키며 흔적을 남겼다.
사용된 연료는 고체 연료였다. 높은 추력으로 군사용으로 많이 쓰이나 염산, 물, 이산화탄소, 이산화질소, 알루미나, 그을음 등을 배출하며 이 물질들은 오존층을 파괴하여 기후 온난화를 촉진하는 등 많은 환경적 피해를 입힌다. 그 뿐만 아니다. 파편과 진동과 소음, 화학 물질들로 영향 받거나 심지어 학살되었을 해양 생명들과 바다새들을 상상하긴 어렵지 않았다. 4.3을, 그리고 한화가 무기를 수출하는 이스라엘이 대학살을 단행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을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전쟁이 일어난다면 이런 것일까. 목격한 사람들의 가슴에 쿵 하고 어떤 절망이 내려 앉았다. 해군기지 건설로 구럼비가 폭파된 그 때 처럼 "재앙이 현실로" 일어나고 있었다. 로켓의 굉음과 진동은 로켓이 날아간 방향에 위치한, 차로 약 15분 거리에 떨어진 강정마을에 더욱 체감되었다. 유리창이 흔들렸고 몇 사람들은 무서워 건물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발사 후 제주도정과 한화시스템이 각각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느니, '우주 산업의 전초 기지' 니 하며 자화자찬 할 때 발사를 직접 목격한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목격한 지옥이 어떤 것인지 알려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도민들에게 어떠한 사전 설명도 없었던 해상 발사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해상 발사대의 정체가 무엇 인지, 왜 설치되었는지, 가장 가까이서 영향을 받을 중문 지역주민들에게 조차 관으로부터 어떠한 사전 설명도 없었다. 11월 29일 발사된다는 소식도 언론을 통해 먼저 나왔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지역 주민들이 모르고 있었다. 몇 주민들은 12월 5일 발사가 진행될 거라는 문자를 받았다. 그제서야 주민들은 자기 눈앞에 보이는 시커먼 괴 정체가 해상 발사대 임을 알 수 있었다. 12월 5일은 12월 4일로 앞당겨졌다. 이번에도 지역 주민들이 다 문자를 받은 것이 아니었다. 관 으로부터의 안전 주의는 문자를 받을 수 있었던 이들에게만 유의미한 것이었으며 더구나 안내된 시간에 비추어 갑작스런 발사는 관이 사람들의 안전을 정말 고려했는지 의심될 지경이었다.
발사 다음 날, 한화 시스템의 주가가 급등하고 한화가 군과 수백억에 무전기 성능개량사업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러나 이 발사에 해상환경영향평가가 있었다는 말은 없었다. 해상 발사의 경우, 대기는 물론 해양 생명들과 지역 주민들에게 미칠 영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사전 설명도 도민들에게 제공된 바 없다. 군과 '민'의 외피를 쓴 전쟁 무기 기업에 기만적인 용어인 '민관군' 협력은 있어도 민주주의는 없었다. 그것은 침입이었다.
전쟁 무기 자본 한화 시스템과 우주의 군사화를 통한 군비 경쟁
국방과학연구소의 해상 발사대가 강정 해안에서도 육안으로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약 11월 20일 부터 였다. 강정천 상류로부터 남쪽 해군기지를 향하여 약 2.52km 의 군사도로 (민군복합관광미항로)가 완공 된 지 일주일이 되지 않은 날이었다.
당일 부산에는 미 핵항모가 입항하였다. 그리고 언론에는 한화 시스템이 옛 탐라대학 부지에 대한 용역 활용방안이 끝나기도 전에 건축 건립을 서두르고 제주도정이 11월 10일 조건부 승인을 하였다는 보도가 전해졌다. 다음 날인 21일 밤 10시 40분경, 북한 첫 정찰 위성이 발사되었고 22일 오전 미핵잠수함 존 핀이 강정해군기지에 입항했다. 남이 북한 정찰위성을 이유로 남북한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 정지를 하자 북은 무효화를 선언했다.
남북한 군사적 긴장 고조가 급격히 고조된 가운데 12월 1일(현지 시각) 남한의 첫 군사 정찰 위성이자 425 사업의 1호 위성인 EO/IR (전자과학/적외선) 위성이 미국 밴던버그 기지에서 미 기업 스페이스 X의 팰컨 9에 실려 발사되었다.
425 위성들은 선제 타격 시스템인 이른바 '킬 체인'의 눈이다. 추가될 4개의 SAR 위성을 비롯, 2025년 까지 모두 5개의 위성이 발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425 위성들의 한반도 방문 주기는 약 2시간으로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계획된 것이 초소형 위성 사업이다. 한국은 2031년까지 국가 안보를 위한 (초)소형위성 감시체계 구축 사업을 포함, 100기 이상의 공공분야 초소형위성을 산업체 주도로 개발한다.( 2021년 6월 18일 과기부 보도자료)
12월 4일 관측 위성이란 이름을 내걸고 제주해상에서 발사된 한화시스템 소형 위성은 그 첫 포문이었다. 한화 시스템은 425 위성 사업에도, 초소형 위성 사업에도 모두 관여되어 있다. 남북한 우주의 군사화 경쟁이 본격화 된 중심에 무기 자본 한화 시스템이 있다. 한화 시스템은 12월 4일 제주해상 발사를 통하여 제주와 제주 해상을 무기 자본의 '전초 기지'로 선포한 것이다. 한화 시스템과 제주도정이 말하는 '민간 우주산업의 허브로서의 제주'는 무기 자본에는 이윤이지만 도민에게는 생존권 박탈이, 제주 환경에는 죽음이 될 것이다.
강정에서 10분 거리에 계획된 전쟁 무기 자본 한화우주센터
12월 5일 한화 시스템의 해상 발사가 있은 지 며칠 후, 강정에 공군들이 빨간 마후라를 착용하고 나타났다는 말을 지인들로부터 들었다. 왜 해군 기지가 있는 강정에 공군들이 나타났을까?
11월 29일 한화시스템은 국방신속획득기술연구원과 398억원 규모의 '상용 저궤도위성기반 통신체계' 사업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한화 시스템의 표현에 의하면 '육군·해군·공군의 전술망을 위성통신망으로 고도화 하는 것'으로 '미래 군의 다영역 동시 통합 작전 수행(MDO)을 위한 초연결•다계층 네트워크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즉 무기 자본이 전장의 확대와 통합을 위한 첨단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으로 한화 시스템이 이야기한 '우주 산업의 전초기지'가 다름 아닌 군비증강임을 드러낸다.
한화 시스템은 2023년 7월 6일 제주 도정과 업무 협약을 맺고 가칭 하원 테크노밸리 캠퍼스 라 지정된 옛 탐라 대학 부지(31만 835㎡)에 우주센터를 짓기로 했다. 제주도정은 '하원테크노밸리'에 연구개발(R&D)과 우주산업, 정보통신(IT) 산업 육성 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한화가 '우주센터'라는 이름아래 세울 저궤도 위성 AIT(Assembly Integration Testing) 시설은 자연녹지지역 2만9994㎡ 부지에 건축면적 1만514㎡인 지하1층, 지상2층 공장을 신설하는 계획이다. 한화시스템이 대량 생산할 SAR위성은 전천후 날씨로 관측이 가능하며 군사 위성으로 널리 쓰인다. 한화시스템은 "민간 저궤도 위성을 활용해 군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상용 저궤도 위성 기반 통신체계' 사업 참여를 추진" 중이다. 한화 우주센터의 저궤도 위성 시설은 민간 위성 뿐 만 아닌 군사 위성 생산, 그리고 민간 위성을 활용한 군 네트워크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한편, 12월 4일 해상 발사 후 화순 해경함에 정박해 있던 발사대는 12월 18일 강정 해군기지 바로 앞까지 왔다가 철수한 것이 목격되었다. 발사대가 왜 이곳 까지 왔는지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러나 그 것이 해군과 관련된 것임을 유추하긴 어렵지 않다. 2021년 모 언론을 인용하면 "해군은 우주 인공위성 네트워크를 고도화하고, 해상 기반의 위성 요격 체계를 운용하는데 관심"이 많다.
강정에서 10분 거리에 한화우주센터가 계획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우주의 군사화를 통한 군과 무기 자본의 연결이 밀접 해진다는 것이고 제주가 더욱 군사 기지화된다는 것이며 또한 후술하겠지만 우주산업 협력을 통한 한미일 우주 동맹이 공고해진다는 것을 말한다.
한화우주센터가 계획되는 하원 옛 탐라 대학 부지는 하원 주민들의 교육 열망으로 세워졌지만 폐교 후 10년 동안 대안 사업을 찾지 못하고 방치되어 있었다. 그것이 충분한 도민 공론화도 거치지 못한 채 무기 자본의 우주센터로 넘기는 것이 좋은지 질문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하원이 물 환경 관련 지형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음을 볼 때 그러한 곳에 위성조립공장이 세워지는 것 또한 환경적 피해가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제주를 항공우주전쟁섬이 되게 할 것인가
필자가 항공우주전쟁섬이란 말을 들은 것은 한 국제평화활동가로부터였다. 제주해군기지 반대 투쟁이 한참 이던 2014년 제주 안덕면에 아시아 최대라는 제주항공우주박물관이 공군(제안자), 제주도정, 제주국제자유도시 공동 창설로 건립되었다. 당시 이 소식을 들은 그 평화활동가는 제주가 이러다 항공우주전쟁섬이 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했다. 제주항공우주박물관의 1층에는 입구에 F35를 홍보하는 공군 갤러리가 있고 그 갤러리에는 공군의 항공우주 비전이 그려져 있다.
정부의 제2공항계획이 발표된 것은 그 다음해인 2015년 11월 10일 이었다. 제주해군기지가 완공되기 석 달 전이었다. 국토부가 제2공항이 공군기지가 될 거라는 사람들의 예측을 지속적으로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2017년 3월 9일 제주항공박물관 딘 헤스 미 공군 대령 제막식에 참가한 전 공군참모총장 정경두는 "제주 제2공항에 공군 남부탐색구조부대"를 설치할 것임을 피력했다. 2021년 도민 여론조사에서 반대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권 아래 국토부 장관이 된 전 제주도지사 원희룡은 제2공항 추진을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다. 오영훈 제주도정은 도민의 의견을 반영하기는 커녕 고시가 될 것을 기다리는 상태이다.
제주해군기지가 완공된 2016년 이후 제주의 군사화가 무서운 속도로 진행이 되고 있다. 2022년 국가의 모든 저궤도 위성을 통합 운영 하는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 완공에 이어 1100고지 인근 삼형제 오름에는 국토부가 추진하는 제주남부 항공로 레이다 기지가 완공되었고 애월 수산봉에는 기상청이 추진하는 레이다가 건설되고 있다. 군과 무관해 보이지만 모두 안보 시설들이라는 점에서 군사활동과의 연계를 추측하지 않을 수 없다. 과기부, 국토부, 기상청은 모두 국방부, 국정원 등과 함께 국가우주위원회 소속이다.
이러한 제주의 군사화를 추진하는 것은 국가 뿐 만 아니라 기업이다. 이른바 '뉴 스페이스'는 기존에 국가가 주체라고 여겨졌던 우주 개발에 기업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다. 안보의 영역에 기업이 들어오는 것이다. 2021년 부터2023년 까지 3차례에 걸친 저궤도 실용 위성 발사체 누리호 발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기업으로 로켓 제작 및 발사 기술을 이전하는 과정이었다. 2022년 6월 누리호가 실제 위성을 700km우주 궤도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한 직후인 몇일 후 군은 국내 자체 개발 발사체에 의한 100kg 안팎의 초소형 군용 위성들을 발사하고 싶다는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국방과학연구소는 2022년 각각 한화 시스템과 KAI(한국항공우주산업(주)과 위성 개발을 위한 계약을 맺었고 두 업체는 2027년 6월 까지 44기 위성 제작 사업을 획득하기 위해 경쟁한다. 한화가 제주에 우주센터 건설을 서두르는 이유이다.
우주산업과 한미일 동맹
2023년 11월 8일 열린 '한-미 우주산업 심포지엄' 심포지엄은 2022년 12월 '제3차 한-미 민간우주대화'와. 2023년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우주산업 협력 사항에 대한 후속으로 이루어졌다.
행사 전 과기부 이종호 장관은 이 행사가 '올해로 70주년을 맞고 있는 한미동맹을 우주동맹으로 격상 시키는 데에도 기여하리라 기대'하였다. 이 행사에는 한국 측에서는 이종호 장관과 국가우주위원회, 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회 위원 등 외에 미 백악관 국가우주위원회 사무총장, 상무부, 국무부, 국방부, 교통부 등 미국 우주 분야 주요부처의 인사들이 참석했다. 심포지움에서는 ①양국 우주 프로그램에 대한 한-미 우주기업들의 상호 참여, ②산업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정부 지원, ③우주 분야 공급망 탄력성(Supply Chain Resilience) 강화, ④지구 저궤도의 상업적 활용과 달 탐사 협력 등이 논의되었다. 이종호 장관은 이 심포지엄이 "우주산업 분야에서의 한-미 동맹을 공고화하고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우리나라 우주기업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중대한 계기"라고 말하였다. 그래서 한 언론은 심지어 '우주 기업들이 한•미 우주 동맹의 '키 플레이어'로 떠올랐다'라는 표현을 썼다. 한 예로 국내 기업 스페이스맵은 미 공군으로부터 제공받은 우주물체 데이터를 분석하는 등의 업무를 맡게 됐다.
우주의 군사화 그리고 더 나아가 무기화는 "달과 기타 천체를 포함한 외기권의 탐색과 이용에 있어서의 국가 활동을 규율하는 원칙에 관한 조약"의 원칙들을 위반한다. 조약은 "평화적 목적을 위한 외기권의 탐색과 이용의 발전에 대한 모든 인류의 공동이익을 인정"하며 특정 국가 아닌 "전인류의 이익을 위하여 수행"되어야 하는 원칙들을 표명하고 있다. 특히 저궤도에 집중될 수 많은 군집 위성들은 우주 환경을 오염시킬 뿐 만 아니라 군사적 긴장을 배가시킨다.
우주의 군사화로 누가 피해를 보는가. 노옴 촘스키는 우주의 군사화는 생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 말한 바 있다. '전 세계의 민중은 더욱더 생태계 파괴와 기후 재앙의 악화에 고통받을 것이다. 지상 발사는 토양을 오염시키고 해상 발사는 해양을 파괴하며 수많은 해양생명들을 살상한다. 로켓 발사 중 발생되는 오염물질 등은 오존 층을 파괴시키고 기후 온난화를 가속화한다. 그 뿐 만이 아니다 우리의 미래세대는 별보다 위성들을 많이 보게 될 것이다. 군집 위성에서 반사되는 빛들이 별들에 대한 관찰을 방해할 것이고 이에 대한 천문학자들의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핵오염수로 더 이상 바다에서 수영하기 힘들 후발 세대가 이제는 별을 보며 꿈 꿀 기회 또한 박탈되는 것이다.'(우주의 군사화 및 로켓발사를 반대하는 사람들 및 이하 제주 군사화와 전쟁을 반대하는 단체 및 개인들 성명서, 2023, 11, 24)
이 글은 제주투데이, 생태적지혜연구소 홈페이지에도 같이 실렸습니다.
[최성희 평화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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